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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이동미, 열린관광지를 가다 ②] 점자 책자 ‘훌륭’…장애인용 동선ㆍ유도선 필요, 대구 중구 근대문화골목
[이동미, 열린관광지를 가다 ②] 점자 책자 ‘훌륭’…장애인용 동선ㆍ유도선 필요, 대구 중구 근대문화골목
  • 이동미ㆍ김미선 여행작가
  • 승인 2020.03.1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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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열린관광지로 선정된 대구 중구 근대문화골목
곳곳에 휠체어 이동 동선 정비 필요해
편도 동선 배려해 주차장, 대여소 배치해야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대구 중구 근대문화골목은 2015년 열린관광지로 선정된 곳이다. 사진은 여행의 시작점인 청라언덕. 사진 / 김미선 여행작가

[여행스케치=대구] 2012년 ‘한국 관광의 별’에 선정된 대구 중구의 근대문화골목은 2015년 열린관광지로 선정된 6곳 중 하나다.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점자 안내 책자를 비치하는 등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동선 정비와 시설의 디테일 부분에는 보강할 부분이 보인다. 

대구 중구에는 ‘근대路의 여행’이라는 골목 투어가 있다. 한국 관광 100선에 3년 연속 선정되었고, 2012년에는 한국 관광의 별에, 2015년에는 열린관광지로 선정되는 등 전국에서 가장 활발하고 유명한 골목 여행지다. 이 중 열린관광지로 선정된 곳은 ‘근대路의 여행’ 중 2코스인 ‘근대문화골목’과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다. 

청라언덕, 휠체어 이동 동선 정비 필요
이번에는 근대문화골목을 중심으로 사단법인 대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직장 내 장애인인식개선 강사이자 장애인관광활동가인 홍재우 활동가와 함께 돌아보았다. 홍재우 활동가는 뇌 병변 1급 장애인인 전동휠체어 이용자로 골목 투어를 함께 하면서 장애인들에게 불편한 것이 없는지 살펴보았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대구 근대문화골목 여행을 함께한 홍재우 활동가.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대구 시티투어 정류장의 근대문화골목 상징물.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대구 시티투어 정류장의 근대문화골목 상징물.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청라언덕의 이동구간 중 유효폭이 확보되지 않은 모습. 사진 / 김미선 여행작가

근대문화골목은 8개 주요 지점을 포함해 17개 장소를 돌아보는 1.6km 코스다. 의료박물관과 선교박물관이 된 선교사 주택, 3.1 만세운동길, 국채보상운동의 산실, 한의약박물관 등 대한민국의 주요 근대 역사를 담은 곳으로 거리는 짧지만, 자세히 보려면 하루가 부족할 정도다. 

근대문화골목의 시작은 청라언덕이다. 대구 시티투어버스 정류장에서부터 시작한다면 제법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게 된다. 넓은 구역은 아니지만, ‘언덕’이기에 경사와 굴곡이 있는 지형에 볼거리가 산재해 있다. 3.1 만세운동길을 중심으로 남쪽에는 챔니스 주택, 블레어 주택, 동무 생각 노래비, 은혜 정원이 있고 북쪽으로 스윗즈 주택, 대구 최초 사과나무 자손목 등 10곳 정도다. 

비장애인의 경우 다양한 동선은 관람의 자유로움이 될 수 있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경우는 다르다. 눈높이가 110cm 정도로 일반 성인과 비교하면 시야 확보가 적어 전체 동선 파악을 파악하기 다소 어렵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거나 헤매는 불편이 있을 수 있으니 청라언덕을 효율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동선 제시가 필요하다.

이리저리 길을 따라가다 보면 바닥 블록이 깨어졌거나 돌출된 부분 등 지면이 고르지 않고, 길 끝에서 갑자기 계단이 나오는 등 휠체어 사용자에게 불편 혹은 위험요소가 적지 않다. 노면 정비 후 바닥에 일정 색으로 유도선을 그려주고 화살표를 표시하는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홍재우 활동가가 근대문화골목의 뽕나무 골목을 지나고 있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INFO 대구 중구 근대문화골목
이동 경로
청라언덕~3.1 만세운동길 계단~계산성당~이상화ㆍ서상돈 고택(근대문화체험관 계산예가)~뽕나무 골목~김원일의 마당깊은집~에코한방웰빙 체험관~구 제일교회 역사관~약령시 한의약 박물관~영남대로~종로~진골목~화교협회(소학교) 
소요시간 약 2시간

미흡한 장애인 주차장과 점자 표지판
청라언덕 인근에 자리한 스윗즈 주택에는 별도의 장애인 주차장 표시가 있다. 실제로 스윗즈 주택 옆에는 12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있고, 이 중 1대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동산의료원 교직원용 주차장으로 쓰인다. 청라언덕 구역 내에는 챔니스 주택, 블레어 주택 쪽에 주차구역이 있으나 모두 일반 주차장이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청라언덕의 선교사 주택을 돌아보고 있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일반 주차 1대에 해당하는 2.3m의 폭에 휠체어 승하차에 필요한 1m의 폭이 추가되어 폭 3.3m 길이 5m 이상이 확보되어야 하고, 바닥 표시와 주차구역 선이 그려져 있어야 한다. 

또한, 청라언덕에는 남녀공용 장애인 화장실이 1곳 조성되어 있으나 화장실로 가는 동선 유도형 선형 블록과 대기 지점을 알려주는 점형 블록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남녀를 구별할 수 있는 점자 표시판 역시 미설치 상태다. 화장실은 자동문 시스템인데, 현재 내부 자동문 스위치는 고장 나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해도 닫히지 않으니 볼일을 보기 어렵고, 혹 문이 닫힌다면 갇힌 상태가 된다. 근대문화 골목 동선에 있는 다음 장애인 화장실은 이상화ㆍ서상돈 고택에 자리한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청라언덕 장애인 화장실은 내부 자동문 스위치가 고장 나 있었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장애인 이용 가능 화장실 점자촉지판.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휠체어로 갈 수 없는 계단으로 동선 안내
열린 관광 지도에 의하면 청라언덕 관람 후 동선은 3.1 만세운동길 계단을 지나 계산성당으로 이어진다. 3.1 만세운동길 계단은 당시 3.1운동을 준비하던 학생들이 일본군을 피해 몰래 숨어다니던 숲길이다. 계단 우측에는 태극기가 휘날리고 좌측 벽에는 당시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길은 90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경사가 심해 휠체어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계단 길로 이동이 불가함을 알리거나 대체 노선은 제시되어 있지 않다. 청라언덕에서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방향으로 이동하면 위험하다거나 앞쪽이 계단이라 멈추어야 한다는 경고 표시가 없어 안전상 문제가 제기된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휠체어는 턱이 2cm만 되어도 이동에 불편이 있다. 사진 / 김미선 여행작가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계산예가에 설치된 장애인 리프트. 사진 / 김미선 여행작가

계산성당으로 가려면 대구제일교회 100주년 기념관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층으로 내려가 길을 건너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제일교회 100주년 기념관으로 가는 스윗즈 주택 옆길은 동산의료원 교직원 차량 출구로 바리케이드가 있어 휠체어 이동에 적합하지 않다. 다른 방법으로는 청라언덕을 내려가 좌회전해 엘디스 리젠트 호텔 앞을 지나 계산오거리에서 좌회전해 계산성당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계산성당 입구 또한 계단이어서 내부를 보려면 건물 왼편 안쪽에 마련된 경사 진입로를 이용하면 된다. 성당에서 나와 왼쪽 길로 가면 다양한 타일 벽화와 ‘근대路의 여행’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있고, 골목 안쪽으로 이상화ㆍ서상돈 고택과 계산예가가 자리한다. 근대문화체험관인 계산예가는 앞쪽에 안내소가 있고 뒤쪽에 체험관이 있다.

댓돌과 계단이 있는 한옥 형태의 체험관은 휠체어와 유모차로 관람이 어렵지만, 장애인 리프트를 이용할 수 있다. 콘크리트판이 한옥 마루 높이까지 올라가 체험관 안으로 동선을 이어줘 관람에 문제가 없다. 또 이곳에는 중구 열린관광지에 대한 점자형 안내 책자가 마련되어 있어 시각장애인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휠체어와 유모차, 비상 구급약이 비치되어 있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제일교회의 경사로는 가파르며 위쪽은 커다란 화분으로 막혀있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경사판 설치는 현실적 이용이 가능하도록 
이상화 고택에서 나오면 왼쪽으로 뽕나무 골목이 이어진다. 중국에서 조선에 귀화해 대구에 정착한 두사충과 뽕나무, 사랑, 천 냥 명당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골목이다. 맞은편의 문학관 ‘김원일의 마당깊은집’에는 편의시설이 잘 조성되어 있지만, 자동문의 열림과 닫힘 시간이 짧은 편이다. 움직임이 빠르지 않은 장애인을 고려해 시간 설정 조절이 필요하다. 약령길과 남성로가 만나는 곳에서 우회전하면 오른쪽으로 에코한방웰빙 체험관에 닿게 된다. 

에코한방웰빙 체험관은 환경과 웰빙을 다루는 주제 공간이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뿌리에서 나무줄기로 에너지가 공급되고, 두 발을 구르면 에너지가 생성되어 3.1 만세운동 계단이나 계산성당에 조명이 들어오는 등 체험 거리가 마련되어 있지만 장애인은 체험하기 여의치 않다. 장애인 화장실은 1층에 남성용, 2층에 여성용이 마련되어 있으며 내부 공간이 여유가 있고 비상벨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한의약박물관 족욕체험실은 턱이 높아 휠체어 이용이 힘들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한의약박물관의 관람 동선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을 먼저 살펴본 후 2층을 돌아보는 식이다. 3층은 400년 전 대구약령시의 역사, 1910년대 약전골목, 한의약 등의 내용을 전시하고 있는데, 한방역사실로 진입하는 입구에는 턱이 있다.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경사판이 안쪽에만 놓여있어 들어갈 수는 없고 나올 수만 있는 의아한 구조다. 2층 한방체험실의 족욕 체험장은 15cm 높이의 단이 있으며, 시설물은 붙박이 형태라 휠체어 이용자는 체험이 어렵다. 

편도 동선 배려해 주차장, 대여소 배치해야 
전반적으로 근대문화골목의 기존 코스는 장애인을 위한 동선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청라언덕에서 시작하지 않고 고도가 낮은 평지 끝부분에서 약전골목의 영남대로를 거쳐 약령시 한의약박물관, 구 제일교회 역사관 등을 역순으로 지나 청라언덕으로 이동하는 것이 수월하다.

또한 골목 투어를 시작하는 곳에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 마련되어야 하고, 제일교회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스윗즈 주택 쪽으로 휠체어 동선이 확보되어야 문제가 없다. 외부이용객이 헤매지 않도록 휠체어 동선 재정비와 바닥 동선 유도선, 노면 상태 체크, 유효 공간 확보의 배려 또한 필요하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쌈지공원 안내소와 계산예가에서 휠체어ㆍ유모차 대여가 가능하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대구 중구 열린관광지에 관한 점자 안내책 표지. 쌈지공원 안내소와 계산예가에 비치되어 있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열린관광지에 관한 점자 안내책을 펼친 모습.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현재 휠체어와 유모자 대여를 할 수 있는 곳은 쌈지공원 안내소(휠체어 1대, 유모차 1대)와 계산예가 관광안내소(휠체어 2대, 유모차 1대)로 관람 동선의 중간 부분이다. 근대문화골목 투어는 원점회귀가 아닌 편도형 코스이므로 여행을 시작하는 지점에서 대여하고, 마무리 지점에서 반납할 수 있으면 더욱 수월할 듯하다. 

더불어 휠체어 이용 가능 식당 확보도 필요하다. 안내소에서 알려 준 식당 3곳은 모두 턱이 있거나 계단이 있어 이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전동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차량 안내와 돌봄 여행 서비스 등 무장애 여행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점자 안내 책자를 비치하는 등 모두를 위한 관광 정책과 정성은 충분히 느껴졌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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