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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도심 속 숨은 문화유산 20] 올해로 구순 맞은 중등교육발상지 서울교육박물관
[도심 속 숨은 문화유산 20] 올해로 구순 맞은 중등교육발상지 서울교육박물관
  • 구완회 작가
  • 승인 2014.09.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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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10월 사진 / 구완회 작가
2014년 10월 사진 / 구완회 작가

[여행스케치=서울] 600년 수도의 서울이지만, 아쉽게도 궁궐 등을 빼고는 100년 넘는 건축물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올해로 아흔 살이 된 서울교육박물관 건물이 더 소중한 이유다. 더구나 이곳은 우리나라 근대 중등교육의 발상지이기도 하니 그 의미가 각별하다. 파란 하늘 아래 붉은 벽돌 건물로 여전히 예쁘게 서 있는 서울교육박물관을 찾았다. 


사실, 서울교육박물관보다는 정독도서관이 더 익숙한 이름이다. 오랜 세월 서울시 공공도서관의 맏형 노릇을 하고 있는 정독도서관은 지금도 책을 찾아오는 이들로 붐빈다. 도서관 마당의 분수 옆 등나무 벤치에서 책 읽는 모습이 시원하다. 아는 사람은 아는 것처럼, 정독도서관은 건물 자체가 등록문화재다. 이곳은 강남으로 이전한 경기고등학교의 본관으로 1938년에 건축한 근대건축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독도서관 바로 옆에 역시 경기고등학교의 건물이었지만 본관보다 13년 더 일찍 지어진 건물이 있다. 붉은 벽돌의 서울교육박물관 건물이 그것이다.

정독박물관을 자주 찾았던 사람이라도 서울교육박물관을 알고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이곳은 정독도서관의 명성(?)에 그동안 가려져왔으니까 말이다. 아이와 함께 책을 보러 왔다가, 교육관련 박물관이라는 간판을 보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면 이곳을 둘러볼 기회가 거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2014년 10월 사진 / 구완회 작가
서울교육박물관 옆 정독도서관은 강남으로 이전한 경기고등학교 본관으로 건물 자체가 등록문화재다. 2014년 10월 사진 / 구완회 작가

정독도서관에 가려진 근대문화유적

원래 이 자리에는 1900년 대한제국의 고종황제가 우리나라 최초로 세운 근대학교인 관립 한성중학교가 있었다. 그러다 일제 강점 이후에는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로 바뀌면서 신축건물들이 추가되었는데, 현재 서울교육박물관의 건물은 1925년에 세워진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올해로 구순을 맞이하는 셈. 이곳은 1995년부터 서울교육사료관이란 이름으로 교육 관련 자료와 유물들을 전시하다가 지난 2011년 서울교육박물관이란 이름으로 바꾸고 더욱 멋진 모습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백 년 전 아이들을 담은 커다란 흑백 사진이 관람객들을 반긴다. 그 옆에는 ‘정동 문방구’라는 빛 바랜 간판을 단 학교 앞 문방구가 보인다. 뽑기판에 ‘어름과자’통, 딱지와 솜사탕까지 있는 것이 영락없이 수십 년 전 엄마, 아빠가 다니던 ‘국민학교’ 앞 문방구의 모습 그대로다. 

문방구 앞쪽으론 그 시절 운동회의 모습이 디오라마로 전시되어 있다. 청군과 백군으로 나누어 벌이던 각종 경기들, 이를테면 장애물 경기와 공굴리기, 오재미로 박을 터뜨리는 게임에 이르기까지. 운동장 한 켠에 처진 커다란 차양 아래에는 공책이며 연필 같은 상품이 한아름 쌓여 있고, 다른 한 켠 나무 아래에서는 김밥과 사이다로 점심 식사가 한창이다. 

2014년 10월 사진 / 구완회 작가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교복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교복의 이력서>전. 2014년 10월 사진 / 구완회 작가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엔…
아담한 박물관은 왼쪽의 상설 전시장과 오른쪽의 기획 전시실로 나뉘어 있다. 지금 전시 중인 기획 전시실의 테마는 ‘교복의 이력서’. 여기서는 삼국시대부터 최근까지 교복의 변천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960~70년대 교복이다. 교복뿐 아니라 그 시대의 교실과 교과서, 책가방과 도시락 등 추억의 물건들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다. 교실 뒤편에는 불조심과 반공 포스터가 붙어 있고, 교실 중앙 난로에는 양철 도시락들이 몸을 덥히고 있다. 교실 앞에는 태극기를 중심으로 교훈과 급훈이, 칠판을 가운데 두고 시간표와 우리나라 지도가 나란히 자리잡았다. 학생을 자녀로 둔 엄마, 아빠들 또한 이 시기에 학교를 다녔을 테니, 아이들과 함께 본다면 나눌 이야기도 많을 듯이다. 

2014년 10월 사진 / 구완회 작가
1960~70년대 여고생들의 교복. 2014년 10월 사진 / 구완회 작가
2014년 10월 사진 / 구완회 작가
전시실 입구에는 구한말 학동들의 사진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2014년 10월 사진 / 구완회 작가

상설 전시장은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의 교육 변천사를 보여주고 있다. 고구려의 학교였던 태학부터 고려의 국자감, 조선의 성균관 등 전통 시대 학교의 모습과 함께 일제 강점기와 미군정기, 6.25전쟁 이후 오늘에 이르는 교육의 변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기획 전시실까지 꼼꼼히 둘러보아도 30분 남짓이면 충분하지만,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서울교육박물관 나들이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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