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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세계 작은 도시 산책] 인도 디우
[세계 작은 도시 산책] 인도 디우
  • 박효진 기자
  • 승인 2014.09.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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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10월 사진 / 박효진 기자
2014년 10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여행스케치=인도] 지난밤 구자라트 주의 아메다바드(ahmedabad)에서 출발한 낡은 버스는 밤새 안개를 헤치고 달려와 한적한 동네에 여행자들을 내려준다. 장거리 버스 여행에 지친 여행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짐을 둘러메고 각자 갈 길로 가지만, 몸 누일 곳을 정하지 않고 무작정 달려온 여행자는 혼란스럽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은 어디인가? 잠시 심호흡을 해 보자. 인도 특유의 쾌쾌한 악취와 더불어 멀리서 바다 향이 느껴진다. 여행 목적지였던 디우(Diu)를 제대로 찾아왔는가 보다. 

디우는 인도 대륙의 서쪽 끝인 구자라트 반도에서도 가장 남쪽에 위치한 동서 11km, 남북 3km의 작은 섬이다. 섬이라곤 하지만 육지와 다리로 연결돼 섬이라는 느낌도 그다지 들지 않고 인구도 3만여 명에 불과해, 인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한적한 어촌 마을의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다. 

2014년 10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아라비아 해로 빨려 들어가는 디우의 해넘이. 2014년 10월 사진 / 박효진 기자

하지만 이 작은 섬은 중세 이후의 동서양 교류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곳이다. 1509년 포르투갈은 이 디우 앞바다에서 인도양과 아라비아 해의 제해권을 놓고 이집트-인도 연합군을 상대했다. 결과는 포르투갈의 압승. 디우 해전 이후 자신감을 얻은 유럽 각국은 아시아로 무력 진출에 나섰고, 결국 아시아를 식민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디우는 그때부터 1961년까지 포르투갈의 해외 식민지였다. 그래서 지금의 디우는 인도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와 포르투갈의 정갈한 남유럽식 분위기가 뒤섞여 인도를 여행하는 배낭여행자들이 한 번쯤은 찾아보고 싶은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4년 10월 사진 / 박효진 기자
 디우 성 곳곳에 설치된 대포가 포르투갈의 요새였음을 나타낸다. 2014년 10월 사진 / 박효진 기자

디우에는 배낭여행자들을 매료시키는 장소가 제법 있다. 16세기에 지어져 포르투갈군과 총독이 주둔했던 웅장한 디우 성을 비롯해 아라비아 해의 짙푸른 바닷물과 야자나무가 어우러진 나고아 해변과 바낙바라 해변, 포르투갈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고색창연한 성당과 박물관, 바닷가재, 새우, 참치 등 아라비아 해에서 잡히는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작은 포구와 피쉬마켓,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여행자들을 유인하는 레스토랑 등도 여러 곳 있어 디우를 찾는 배낭여행객에게 최고의 환영인사를 건넨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디우를 방문한 여행객들이 최고로 꼽는 것은 마치 아라비아 해로 빨려 들어가듯이 황홀하게 스러지는 일몰 광경이다. 오랜 여행으로 지쳐있던 장기 배낭여행객들도 마치 이 세상을 다 빨아 들이듯 환상적으로 넘어가는 디우의 해넘이를 바라보며 잃었던 활력을 다시 재충전하곤 한다.  

2014년 10월 사진 / 박효진 기자
2014년 10월 사진 / 박효진 기자

디우에서는 활동적인 여행보다는 현지인들과 어우러져 휴식을 즐기는 체류형 여행이 적격이다. 작은 스쿠터를빌려 섬을 한 바퀴 돈다든지, 오토릭샤를 타고 섬 반대편의 나고아 해변으로 가서 온종일 물놀이를 즐긴다든지, 아침마다 포구나 피쉬마켓을 방문해 상인들과 해산물을 흥정하거나, 동네 주민들과 친해져 그들의 일상생활에 완벽히 녹아 들어가는 체류형 여행의 즐거움과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디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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