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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비경트레킹] 계곡을 따라 다채로운 열두 폭포를 만나는 즐거운 길 충남 금산 성치산 성봉 십이폭포길
[비경트레킹] 계곡을 따라 다채로운 열두 폭포를 만나는 즐거운 길 충남 금산 성치산 성봉 십이폭포길
  • 박효진 기자
  • 승인 2014.11.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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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12월 사진 / 박효진 기자
2014년 12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여행스케치=금산] 울창한 산중 계곡을 따라간 길에서 여러 개의 다양한 폭포를 만난다. 어떤 이는 폭포가 11개라 하고, 또 어떤 이는 12개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이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폭포가 그 계곡 길에 있다고 한다. 도대체 누구 얘기가 옳은 것일까. 오늘 길을 나서 직접 그 풍문을 확인해 봐야겠다.  


충남 금산과 전북 진안의 경계를 짓는 성치산(670m) 북쪽 기슭의 무자치골에는 산중 계곡을 따라 크고 작은 12개의 폭포를 만날 수 있는 길이 있다. 태곳적 풍경이 잘 살아 있는 울창한 산중에서 다채로운 모습을 가진 12개 폭포를 만날 수 있으니 기분 좋은 산행을 즐기기에 이만한 곳이 또 있겠는가. 산행 길도 그리 험하지 않고 날카로운 찬바람도 잘 들이닥치지 않으니 이 계절에 트레킹을 즐기기에 적격인 곳이다.

2014년 12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십이폭포길의 시작점인 봉황천 징검다리. 2014년 12월 사진 / 박효진 기자
2014년 12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웅장한 죽포동천폭포는 십이폭포의 맏형이다. 2014년 12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십이폭포길의 들머리는 금산군 남이면 구석리의 모티마을 앞 봉황천 징검다리 앞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자동차를 주차할 수 있는 작은 천변 주차장과 근처에 간이 화장실이 있고, 이곳에서 무자치골을 따라 열두폭포를 거쳐 성봉(648m)과 신동봉(605m) 갈림길에서 성봉 쪽으로 올랐다가 신동봉 쪽으로 되돌아오는 ‘9’자형 코스가 여러모로 편리하기 때문이다. 

봉황천 변 노천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길을 나선다. 시리도록 맑은 물이 가득한 봉황천의 징검다리를 건너며 아직은 늦가을의 정취가 남아있는 우리 땅의 모습을 잠시 바라본다.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듯 봉황천 주변의 갈대와 억새가 갈색 빛깔 옷에서 탄력 잃은 옅은 노란 빛의 옷으로 서둘러 갈아입는다. 가을이 떠나간 산하는 갈색 빛과 노란 빛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갈색 빛은 몇 가닥 남아 있지 않은 나뭇잎이요, 노란 빛은 생기를 잃은 갈대와 억새 빛이다.

2014년 12월 사진 / 박효진 기자
 모티마을 앞의 십이폭포 안내 표지판. 2014년 12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잘 다져진 시멘트 농로를 따라 조금 걷다보니 금세 계곡 길로 들어선다. 계곡을 따라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작은 못을 가진 자그마한 첫 번째 폭포가 길 앞을 막아선다. 안내표지를 살펴보니 십이폭포 중에 첫 번째 폭포인 제일폭포란다. 찾는 이 적어 고요한 산중에서 만난 폭포가 반갑다. 경쾌한 물소리 가득한 폭포 주변에는 누군가가 쌓아놓은 돌탑 여러 기가 눈에 띈다. 재미로 쌓았을까, 소원을 빌며 쌓았을까. 궁금한 마음을 품고 다시 길을 나선다.

2014년 12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십이폭포길은 군데군데 경사길을 가지고 있다. 2014년 12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제일폭포를 뒤로하고 산 정상으로 길을 재촉하는데 연달아 제2, 제3, 제4폭포인 장군폭포, 일주문폭포, 삼단폭포가 잠시도 쉴 틈 없이 걷는 이를 맞이한다. 사실 이들 폭포는 폭포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기에는 좀 민망한 규모의 작은 폭포지만, 울창한 숲에 소박한 폭포가 어우러지니 나름 운치가 있다.

제4폭포를 지나 걷기 편한 흙길을 따라 위로 걷기를 몇 분여, 갑자기 사위가 탁 터지며 수십 명은 충분히 앉을법한 화강암 너럭바위 위에 20m 높이의 낙폭을 가진 웅장한 폭포가 내 앞을 턱 막아선다. 안내 표지판을 살펴보니 제5폭포인 죽포동천폭포다. 지금까지 왜 이렇게 웅장한 폭포의 존재를 몰랐을까. 사위와 어우러지는 웅장한 맛에 비해 이름이 덜 알려진 것 같아 내심 의아하다. 지금은 갈수기라 폭포에서 내리는 물이 적지만 여름 한철 이 계곡을 가득 채우고 쏟아져 내렸을 폭포의 웅장함만큼은 충분히 짐작하겠다. 잠시 죽포동천폭포 너럭바위에 자리를 펴고 앉아 쏟아지는 폭포를 감상하다 부랴부랴 다시 길을 나선다.

2014년 12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제8폭포인 명설폭포. 선녀가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2014년 12월 사진 / 박효진 기자
2014년 12월 사진 / 박효진 기자
봉황천 변의 갈대와 억새. 2014년 12월 사진 / 박효진 기자

계곡 길은 울창한 숲을 따라 계속 이어진다. 바스락 바스락. 한해살이를 마치고 길 위에 떨어진 나뭇잎 무더기가 길을 걷는 여행자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계곡을 따라 군데군데 쌓인 한 무더기 나뭇잎이 계절이 바뀌었음을 실감나게 한다. 조릿대와 메마른 나뭇가지들도 걷는 이 앞에서 뚝뚝 소리를 내며 애써 계절이 초겨울임을 증명하고 있다. 나뭇잎 한 무더기 아래 삐죽 고개를 쳐든 이름 모를 버섯의 생명력이 반갑다.

죽포동천 폭포를 지나 성봉으로 향하는 길은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꽤 미끄럽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급경사를 이루는 곳에는 어김없이 여행자를 위한 안전로프가 설치돼 있다. 스치며 지나가던 길 친구가 성치산은 화강암 암반이라 물기가 있는 곳 부근에서는 더 조심해야 한다고 귀띔을 해준다.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한겨울에는 더욱 주의해야 할 성싶다.

성치산의 구석구석을 느끼며 성봉으로 향하는 길에서 제6폭포인 구지소유천폭포, 제7폭포인 고래폭포, 제8폭포인 명설폭포, 제9폭포인 운옥폭포, 제10폭포인 거북폭포, 제11폭포인 금룡폭포가 내 오른편 계곡을 따라 쉼 없이 몇 분 간격으로 계속 등장한다. 어떤 폭포는 낙폭이 작고 아담하고, 어떤 폭포는 기다랗고 평평하고, 어떤 폭포는 낙폭에 어울리지 않게 깊은 못을 가져 고즈넉한 정취가 나고, 과연 성치산 십이폭포를 폭포의 전시장이라고 소개할 만하다.

다채로운 폭포의 모습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산행을 계속하는데 열한 번째 금룡폭포를 지난 후에 아무리 둘러봐도 열두 번째 마지막 폭포가 보이질 않는다. 내가 잘못 센 건가 싶어 폭포 숫자를 짚어보며 당황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이가 대충 내 사정을 눈치 채고 웃으면서 열두 번째 폭포 위치를 알려 준다. 이래서 누군가가 폭포 숫자를 11개라고 했는가 보다.

2014년 12월 사진 / 박효진 기자
 구지소유천폭포에 음각된 풍패(風佩). 2014년 12월 사진 / 박효진 기자

마지막 열두 번째 폭포인 산학폭포는 열한 번째 폭포인 금룡폭포와 좀 멀리 떨어진 성봉으로 향해 올라가는 길에서 찾을 수 있었다. 폭포 주변에 ‘산학(山鶴)’이라는 글자가 음각돼 있어 산학폭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명이다. 산학폭포에서부터 성봉까지의 길은 녹록치 않은 산행길이라고 할 수 있어, 산행이 아닌 여유로운 걷기여행을 원하는 사람은 이곳에서 발길을 돌려야 한다. 

다양한 열두 폭포와 함께 걷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성치산 십이폭포길은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에 의해 시나브로 이름이 알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이 길은 울창한 나무와 함께 다양한 폭포를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길이므로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우리나라의 보물임에 틀림없다.

INFO. 성치산 십이폭포길
1코스 : 봉황천 징검다리-제일폭포-장군폭포-일주문폭포-삼단폭포-죽포동천폭포-구지소유천폭포-고래폭포-명설폭포-운옥폭포-거북폭포-금룡폭포-산학폭포-하산
2코스 : 봉황천 징검다리-제일폭포-장군폭포-일주문폭포-삼단폭포-죽포동천폭포-구지소유천폭포-고래폭포-명설폭포-운옥폭포-거북폭포-금룡폭포-산학폭포-성봉-신동봉-하산
거리 : 1코스 6km, 2코스 14km.
소요시간 : 1코스 1시간 40분, 2코스 4시간 30분.
주소 : 충청남도 금산군 남이면 구석리 96번지 부근(내비 검색어 ‘십이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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