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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온욕 미식 기행] 1품, 1경, 1미를 품다 전북 진안 온욕 미식 기행
[온욕 미식 기행] 1품, 1경, 1미를 품다 전북 진안 온욕 미식 기행
  • 박효진 기자
  • 승인 2014.10.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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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여행스케치=진안] 산 좋고 물 맑은 고장인 전라북도 진안군에는 ‘8경, 8품, 8미’라는 자랑거리가 있다. 진안의 명소(境), 특산품(品), 먹거리(味)를 알기 쉽게 표현한 것이 바로 8경, 8품, 8미다. 그중 8경의 으뜸은 말의 귀를 닮은 신묘한 마이산이요, 8품의 으뜸은 품질 좋기로 소문난 진안 홍삼이며, 8미의 으뜸은 진안 전통의 보양식인 애저찜이다. 늦가을 진안에서 1경, 1품, 1미의 으뜸인 세 가지를 모두 즐겨 보자.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진안홍삼스파의 백미인 옥상정원. 눈아페 마이산이 펼쳐진다.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마이산 아래 무릉도원이 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홍삼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애용해왔다. 홍삼은 생삼을 증기로 쪄내는 증포 과정을 거치며 생삼의 독소를 제거하고 우리 몸에 좋은 생리활성 성분인 사포닌을 강화시킨 삼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강화된 홍삼의 사포닌은 인체의 면역력을 증진시키고, 항산화, 항암, 원기 회복, 자양 강장, 체질 개선 등에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몸에 좋은 홍삼을 온탕에서 호흡으로 느끼고, 피부로도 흡수할 수 있는 장소가 전북 진안에 자리 잡고 있는 홍삼스파다. 진안 홍삼스파는 국내 최대 규모의 건강목적형 홍삼스파 시설로, 3개 층에 걸쳐 아로마테라피, 스톤테라피, 버블센스테라피, 윈드테라피, 허브테라피, 사운드플로핑 등의 특수 목적형 테라피룸과 옥상 정원의 노천풀 등의 시설을 갖춰 이 가을 건강을 챙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고 있다.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즐겨찾는 진안홍삼스파.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홍삼스파 건물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쌉쌀한 홍삼향이 방문객을 반긴다. 벌써부터 건강해지는 느낌에 욕장에 들어서기도 전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간단히 샤워를 한 후 2층에 자리한 멀티테라피 존으로 올라간다. 멀티테라피 존에는 여러 가지 시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먼저 아로마테라피 룸으로 들어가 홍삼액을 푼 개인 욕조에서 피로를 풀어보자. 홍삼향이 온몸을 감싸고 올라와 몸이 노곤해지며 온몸의 피로가 풀리는 듯하다. 아로마테라피를 맛봤으면 다음은 스톤테라피 코스다. 온기를 머금은 자갈돌이 목곽침대 안에서 방문객을 반긴다. 침대에 누워 따끈한 돌을 느끼며 기분 좋게 경락마사지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다음 테라피 코스는 버블센스테라피. 직원의 안내로 원형 모양의 버블센스테라피 룸에 들어서 자리를 잡고 앉으니 욕장 바닥에 뚫린 구멍에서 쉴 새 없이 홍삼향을 품은 거품이 올라온다. 온몸을 뒤덮을 정도로 많은 거품이 올라오자 함께 들어온 아이와 젊은 연인이 신나서 장난을 친다. 동심으로 돌아가 거품 장난을 치다가 홍삼스파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3층 옥상정원의 노천풀을 즐기기 위해 몸을 일으킨다.

옥상정원 노천풀에 몸을 담구니 1억 년의 역사를 간직한 마이산이 신비한 자태를 뽐내며 시야를 가득 채운다. 숲으로 들어선 사람은 숲 전체의 모습을 볼 수 없다던가. 정작 마이산에 들어가면 볼 수 없는 마이산의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같이 노천풀에 들어 마이산을 바라보던 사람들도 연방 감탄사를 쏟아낸다. 탄성이 터져 나올 정도로 신비한 마이산의 자태를 감상하며 따뜻한 물에 몸을 담구니 무릉도원이 멀리 있지 않다. 진안의 1품인 홍삼과 1경인 마이산을 가장 즐겁게, 가장 확실하게 즐길 수 있는 바로 이곳이 무릉도원이다.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대두산 기슭의 풍혈 냉기는 얼시설기 쌓인 바위틈에서도 느낄 수 있다.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자연의 신비를 품은 진안 풍혈냉천
홍삼향이 감도는 따뜻한 홍삼스파에서 온욕으로 온몸을 보신했다면 이제 진안의 다른 명소에서 홍삼의 효능을 한번 시험해 보자. 진안에는 사시사철 삼복더위에도 찬바람이 부는 대자연표 천연 에어컨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천연 에어컨의 이름은 ‘풍혈냉천’. 진안군 성수면 좌포리 양화마을 앞 대두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는 한여름에도 섭씨 4~5도의 찬바람이 부는 풍혈(風穴)과 사시사철 변함없이 섭씨 3~4도를 유지하는 냉천(冷泉)이 있다. 이 두 곳을 합쳐 풍혈냉천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흔히 ‘얼음골’이라 불리는 이런 지형은 전국에 약 10여 곳이 있고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밀양의 얼음골이지만, 이 지역 사람들은 풍혈냉천도 다른 얼음골에 비해 절대로 뒤지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런 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무더위가 시작되면 이곳 풍혈냉천에서는 하루 종일 가족끼리, 연인끼리 저마다 찬바람이 나오는 바위 구덩이를 끼고 앉아 이곳에서 먹고 자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단다.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풍혈냉천의 냉천약수. 허준 선생이 약을 달일 때 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풍혈냉천 주변에서 가든과 슈퍼를 운영하며 풍혈냉천을 관리하는 사장님의 안내로 풍혈을 들어가 본다. 찬바람이 나오는 곳은 이곳 풍혈뿐만 아니라 대두산 기슭 바위가 얼기설기 얽혀 있는 모든 틈새로 뿜어져 나오지만, 사장님이 관리하는 풍혈의 냉기가 가장 세단다. 그래서 한여름에도 이 냉혈에서 10분 이상 버티는 사람이 없다고 덧붙인다. 그러면서 원래 이곳도 다른 풍혈과 마찬가지로 노천 풍혈이었지만 사장님 선조 분이 이곳에 돌을 쌓고 바위동굴처럼 만든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아직도 한낮에 조금만 움직인다 싶으면 땀이 나는 날씨지만, 풍혈에 들어서니 찬바람이 온몸을 휘감으며 한기가 엄습해온다. 바위틈으로 손을 가져다대니 냉기에 금세 손가락이 저려온다. 풍혈에 설치된 온도계를 살펴보니 섭씨 5도 부근이다. 참 신기한 자연의 신비다. 마치 내 궁금증을 알기라도 하듯 사장님이 풍혈의 원리를 설명해준다. 사장님 얘기로는 대두산 정상을 가운데 두고 이곳 기슭과 반대편 기슭에 동굴이 몇 곳 있단다. 바람이 그 동굴 지하를 통과하면서 기온이 낮아지고, 이곳의 좁은 바위틈을 통과하면서 압력이 세져 찬바람이 불어오는 것이란다. 진안에는 1억년 대자연의 역사를 볼 수 있는 마이산뿐만 아니라 대자연의 신비를 품은 풍혈냉천도 있다.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징낭의 향토 보양요리인 애저찜.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슬픈 돼지가 내 몸을 보한다- 진안 애저찜

진안은 예로부터 향토 보양요리인 애저 요리가 유명하다. 진안군에서 추천하는 8미 요리 중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애저 요리는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요리인지 알쏭달쏭하다. 한자로 풀어보면 답이 나을까 싶지만 슬플 ‘애(哀)’자에 돼지 ‘저(猪)’를 쓰는지라, 분명 돼지를 이용한 요리인 것만은 확실한데 음식 이름에 왜 슬플 애(哀)자를 썼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그 궁금증도 해결하고 애저 요리도 맛보기 위해 진안에서 애저 요리로 소문난 음식점인 ‘진안관’을 찾았다. 

진안관이 애저요리를 잘한다는 것은 멀리서부터 알 수 있을 것 같다. 큼직한 간판에 큼직한 글씨로 ‘애저전문’이라고 쓰여 있기 때문이다. 음식점의 얼굴이랄 수 있는 간판에 대표 메뉴를 큼직하게 박으려면 어지간한 요리 솜씨와 자부심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찾아왔다는 생각에 문을 두드리니 미소를 머금은 진안관 김금주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주며 애저 요리에 대해 설명한다.

“애저 요리에 슬플 ‘애’자가 붙은 것은 이 요리가 정말 슬픈 요리이기 때문이지. 자식 같이 돼지를 키워왔던 농민이 태어나지도 못하고 죽은 새끼 돼지를 먹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애저 요리의 시작이니까 말이야.”

뭔가 찜찜한 요리인 것 같아 말을 잇지 못하니 웃으시며 지금은 태중에서 죽은 돼지가 아니라 생후 1개월가량의 어린 돼지를 요리 재료로 쓴다고 안심을 시킨다. 그러고는 설명보다는 직접 애저 요리의 맛을 보고 판단해 보라며 자리에 앉기를 권한다. 

예닐곱 가지의 정갈한 밑찬과 장류 세 가지가 차려지고 뒤이어 애저찜이 들어온다. 애저찜을 처음 대면한 느낌은 한 마디로 삼계탕이다. 뽀얀 피부를 가진 삼계탕처럼 하얀 거죽을 가진 돼지고기가 인삼, 대파와 함께 뽀얀 국물에 잠긴 채로 눈앞에 등장한다. 버너에 불이 들어오고 잠시 후 끓기 시작하자 사장님이 직접 가위로 먹기 좋게 살을 잘라 발라준다. 그러면서 기호에 맞게 살코기를 그냥 먹던지 장류에 찍어 먹으라고 한다.

애저찜을 입에 넣은 씹은 첫 느낌은 겉보기뿐만 아니라 질감이나 촉감도 삼계탕과 꼭 닮아 있다. 고기가 얼마나 부드럽고 탱글탱글하던지 제대로 씹지도 않았는데 뱃속으로 넘어간다. 내 뱃속으로 넘어간 돼지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달리 표현할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담백하고 부드럽고 맛있다. 이래서 서양 사람들도 갓 태어난 새끼 송아지를 최고의 요리 재료로 사용하는가 싶다. 

한참을 음미하며 고기를 먹자니 고기가 거의 사라져 간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사장님이 콩나물과 김치, 표고버섯이 담긴 큰 그릇을 들고 나타나신다. 뭔가 싶어 살펴보니 웃으며 2차 요리란다. 그러고는 애저찜이 담겼던 냄비에 콩나물과 김치를 넣고 다시 팔팔 끓이고는 한 술 떠보라며 권유한다. 첫술을 뜨니 아까의 담백했던 애저찜과는 다른 얼큰하고 칼칼한 국물이 입안을 감돈다. 자칫 느끼하기 쉬운 돼지고기 요리 후반부에 얼큰한 국물이 더해지니 밥도둑이 따로 없다. 칼칼하고 얼큰한 국물을 반찬삼아 정신없이 식사를 끝냈다. 식사를 다 끝내고 나니 향토보양음식을 먹어서인지 속이 든든하다. 

취재 중 만난 진안토박이가 진안의 8미 중 으뜸이 애저 요리라고 자신 있게 말하더니 정녕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애저찜이 탄생하게 된 기원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몸을 보하고 체력을 향상시키는 데는 이만한 요리가 또 있을까. 이 가을 진안에서 1미로 꼽히는 최고의 향토보양음식인 애저찜을 먹어보자. 

INFO. 진안관 
가격 
애저찜 1인 2만원(1인 주문 가능), 4인상 6만원.
주소 전북 진안군 진안읍 진장로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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