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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인어가 사는 곳, 섬들과 어깨동무하며 걷는 장봉도
인어가 사는 곳, 섬들과 어깨동무하며 걷는 장봉도
  • 박정웅 기자
  • 승인 2021.10.07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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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지만 투박해서 더 멋진 갯티길
숲과 바다가 어우러진 트레킹, 가막머리전망대의 조망
장봉도 갯티길 2코스 하늘나들길에서 바라본 서해 조망. 사진 / 박정웅 기자
장봉도 갯티길 4코스 장봉해안길에서의 조망. 사진 / 박정웅 기자
장봉도 갯티길 2코스 하늘나들길에서 바라본 풀등. 사진 / 박정웅 기자
장봉도 갯티길 2코스 하늘나들길에서 바라본 풀등. 사진 / 박정웅 기자

[여행스케치=옹진(인천)] 트레킹으로 유명한 섬이 있다. 길 ‘장’(長)에 봉우리 ‘봉’(峰) 자를 쓰는 인천 옹진군 장봉도가 그곳이다. 지명이 말하듯 장봉도(長峰島)에는 국사봉(150m)을 중심으로 동서로 뻗어나간 외줄기 산봉우리가 길게 이어져 있다. 덕분에 아름다운 숲과 바다를 아우르는 섬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서해안 낙조 명소가 있어 사진과 추억을 담기에 그만이다. 

숲과 바다가 어우러진 장봉도 섬 트레킹
산 능선과 해안을 걸으며 숲과 바다가 주는 청량함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게 장봉도 트레킹의 매력이다. 장봉도는 섬 치고는 접근성이 좋아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하다. 인천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장봉도 옹암선착장(장봉바다역)까지 뱃길로 30분(신도선착장 경유 10분 포함)이면 된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장봉도를 많이 찾는 이유이다. 

장봉도 건어장해변. 사진 / 박정웅 기자
장봉도 건어장해변. 사진 / 박정웅 기자
장봉도 갯티길 4코스의 기점인 건어장해변 팔각정. 장봉바다역에서 출발한 버스의 종점이기도 하다. 사진 / 박정웅 기자
장봉도 갯티길 4코스의 기점인 건어장해변 팔각정. 장봉바다역에서 출발한 버스의 종점이기도 하다. 사진 / 박정웅 기자
갯티길 2코스 하늘바람길의 봉화대. 사진 / 박정웅 기자
갯티길 2코스 하늘바람길의 봉화대. 사진 / 박정웅 기자

장봉도 섬 트레킹 길은 갯티길로 통한다. ‘갯티’는 만조와 간조 때의 조간대(潮間帶)를 가리킨다. 갯티길 7개 코스가 장봉도의 능선과 해안을 감싼다. 등산로와 해안둘레길로 이뤄진 갯티길 가운데 섬의 서북쪽 끝인 가막머리전망대는 갯티길의 핫플레이스다. 가막머리전망대는 서해안 낙조 명소 가운데 하나다. 탁 트인 하늘과 숲, 그리고 바다의 아름다운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가막머리전망대로 향하는 갯티길은 2코스(하늘나들길)와 4코스(장봉해안길)이다. 장봉도 공영버스의 종점인 건어장해변(장봉4리)에서 등산로를 오르면 된다. 등산로와 해안둘레길, 다시 말해 장봉도의 산과 바다를 두루 걷고 싶다면 이 두 코스를 엮어 원점회귀 코스를 잡을 수 있다. 각각 약 3km 코스로, 더해서 걸으면 3시간가량 걸린다. 참고로 장봉도 공영버스는 여객선 시간에 맞춰 장봉바다역에 머문다. 장봉바다역과 건어장해변을 오가는데 요금은 현금(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만 받는다. 

버스 종점(팔각정) 바로 옆 등산로를 오른 뒤 약 100m 지점에서 오른쪽 산길로 접어들어 한참을 걸으면 2코스를 만난다. 2코스는 코스명에서 짐작되듯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이다. 외줄기 능선 좌우로 서해바다를 내려다보고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막머리전망대까지는 땀깨나 쏟아야 한다. 능선을 따라 크고 작은 봉우리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봉화산(130m) 봉화대에서의 바다 조망은 시원하다. 이곳까지 대략 1시간 걸음이니 팔각정에서 잠시 쉬어가도 좋다. 

장봉도 명소인 가막머리전망대. 사진 / 박정웅 기자
장봉도 명소인 가막머리전망대. 사진 / 박정웅 기자
갯티길 4코스 장봉해안길의 해변. 사진 / 박정웅 기자
갯티길 4코스 장봉해안길의 해변 풍광. 사진 / 박정웅 기자
갯티길 4코스 장봉해안길에서의 조망. 사진 / 박정웅 기자

어깨동무하는 섬, 가막머리전망대에서의 조망
가막머리전망대에서 2코스와 4코스가 만난다. 전망대에 서면 동만도와 서만도, 볼음도, 석모도 등 서해의 여러 섬들이 어깨동무하는 풍광을 담을 수 있다. 이곳의 바다는 여러 개의 풀등을 연출한다. 이런 즐거움을 맛보려면 수고로움은 감수해야 한다. 서해안의 다른 낙조 명소와는 달리 이곳은 두발 말고는 다른 교통편을 허락하지 않는다. 오롯이 걸아야 한다는 뜻이다. 길의 시작부터 전망대까지 인가나 가로등이 전무하다. 만약 낙조를 염두에 둔다면 채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전망대에서 건어장해변까지 아주 빠른 걸음을 해도 1시간 이상이 걸린다는 점도 주의하자.

갯티길 4코스 장봉해안길의 전망대. 사진 / 박정웅 기자
갯티길 4코스 장봉해안길의 전망대. 사진 / 박정웅 기자
갯티길 2코스 장봉해안길에서 만난 특이한 문양을 가진 바위. 사진 / 박정웅 기자
갯티길 4코스 장봉해안길에서 만난 특이한 문양을 가진 바위. 사진 / 박정웅 기자
건어장해변 인근에 설치된 장봉도 전통 곳배. 사진 / 박정웅 기자
건어장해변 인근에 설치된 장봉도 전통 곳배. 사진 / 박정웅 기자

전망대에서 바다로 향해 난 4코스 장봉해안길 또한 만만치 않다. 해안둘레길이라고 다른 곳에서 볼 수 있는 편안한 데크길을 생각해선 안 된다. 등산로 뺨치는 길이 건어장해변까지 이어진다. 깎아지른 산사면, 아찔한 해식애에 발끝에 힘이 들어간다. 말 그대로 해변을 걷는, 해안둘레길 구간은 짧다. 봉화대를 오르는 지점 이후부터 유노골(윤옥골)까지 해변길은 수백여미터에 지나지 않는다. 

장봉도 섬 트레킹을 위해선 등산화와 스틱을 준비하자. 다소 거친 길이나 투박해서 멋이 있다. 덜 훼손된 산과 바다의 길이다. 능선길과 해안길에서의 조망, 바닷바람을 가르는 맛이 장봉도 트레킹의 매력이다.

장봉도의 명물인 인어상. 사진 / 박정웅 기자
장봉도의 명물인 인어상. 사진 / 박정웅 기자
장봉도 여행 명소인 옹암구름다리. 사진 / 박정웅 기자
장봉도 여행 명소인 옹암구름다리. 사진 / 박정웅 기자

인어상·옹암구름다리, 장봉바다역 명물
장봉도의 관문은 장봉바다역(옹암선착장)이다. 장봉도를 찾는 탐방객은 배 시간에 장봉바다역 주변에 잠시 머문다. 섬의 관문답게 장봉바다역 주변에는 섬을 상징하는 것들이 있다. 인어상과 옹암구름다리(작은멀곶잔교)가 대표적이다. 이것을 담지 않으면 장봉도 여행은 헛걸음이란 얘기다.  

장봉바다역 매표소와 나란한 장봉도 여행자센터에서 ‘동화 같은 섬, 장봉도’ 여행 리플릿을 손에 쥔 뒤 바로 옆 장봉도 인어상 해상쉼터로 향한다. 해상쉼터에는 인어 청동상이 앉아 있다. 바다를 등지고 장봉도를 바라보는 인어상은 전설을 갖고 있다. 한때 장봉도 어장은 우리나라 3대 어장에 속했다. 한 어부가 날가지 어장에서 그물에 걸린 인어를 측은하게 여겨 다시 바다에 넣어줬는데 그 후로 많은 물고기가 잡혔다는 것. 장봉도 사람들은 이를 인어의 보은(報恩)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인어상 북쪽에는 인상적인 구름다리가 보인다. 해상쉼터에서 북쪽으로 약 500m 지점에 있는, 장봉도와 작은멀곶을 연결한 약 200m 길이의 옹암구름다리다. 장봉도와 모도 사이의 작은 무인도인 작은멀곶은 간조 때에도 장봉도로 이어지는 바닷길이 열리지 않는다. 오로지 배로 건너갈 수 있었다. 가깝고도 먼 곳이라는 작은멀곶의 지명을 엿볼 수 있다.

박정웅 기자 sutr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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