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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가을바람 따라 떠나자 ③ 영남알프스] 고헌산·문복산, 전혀 다른  두 산의 내면
[가을바람 따라 떠나자 ③ 영남알프스] 고헌산·문복산, 전혀 다른  두 산의 내면
  • 노규엽 기자
  • 승인 2021.10.14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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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 봉우리 완등의 반환점을 돌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고헌서봉에서 와항재로 내려가는 길. 산 아래로 대현리 마을이 보인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울산] 아직 2021년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영남알프스 9봉 완등 인증자’는 1만6000명을 넘어섰다. 당초 예상했던 1만 여명을 훌쩍 넘은 데다 인증자가 더 늘어날 것은 기정사실이라, 기념 메달 추가 제작을 위한 예산 편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달도 <여행스케치>는 메달에 연연하지 않고, 즐거운 산행을 위한 여정을 이어간다. 이제 그 반환점을 돌았다.  

영남알프스 9봉 중 가장 북쪽 지역에 자리한 고헌산과 문복산은 각각 울주와 경주, 청도와 경주의 경계를 짓고 있다. 영남알프스 중심 지역에서 떨어져 있는 탓에 인지도가 낮고, 영남알프스 봉우리들 중 가장 지루한 곳이라는 말들도 듣는 두 산이다. 그 실체를 파악하러 떠난다.

고헌서봉에서 내려다 본 궁근정리의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고헌서봉에서 내려다 본 궁근정리의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고헌산을 오르는 길에 터널 같은 숲이 나온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고헌산을 오르는 길에 터널 같은 숲이 나온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등산로 선택에 따라 난도와 재미 달라져
영남알프스 9봉 인증이 시작된 이래 인터넷에는 각 봉우리를 가장 빨리 오르내릴 수 있는 최단코스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인증샷’이 목적인 산행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고헌산과 문복산은 등산로가 연결되어 있지 않아 따로따로 올라야 한다. 많은 인증객들이 두 산 모두 최단코스를 택해 1일 2산을 하고 있지만, 등산로 선택에 따라 다른 재미도 즐길 수 있으니 유념해봐야 한다.

먼저 고헌산은 등산로 입구가 꽤 많은 편이다. 대체로 울주군 상북면으로 표시되는데, 딱 한 곳만 경주시 산내면에서 출발한다. 경주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고헌산 최단코스로, 해발 535m에 있는 와항재에서 곧장 정상을 오가는 왕복 약 6km 길이다. 울주군에서 출발하는 코스 중 예전부터 이용되던 산길은 산 남쪽의 궁근정리에서 출발해 고헌산 동봉을 먼저 오른 후, 정상과 서봉을 둘러보고 다시 궁근정리로 하산하는 원점회귀 코스다. 코스 길이 약 7.7km로 최단코스와 비교해 큰 차이는 없는 듯하나, 해발 200m 대의 마을에서 시작하므로 오르내리는 높이가 상당하다.

문복산도 지도에 표시된 등산코스는 제법 많으나 대표적으로 세 코스 정도가 이용되는 듯하다. 최근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최단코스는 경주시 산내면 대현3리복지회관에서 시작해 정상에 올랐다가 같은 길로 내려오는 왕복코스다. 비슷한 루트로 드린바위를 거쳐갈 수 있는 산길이 있다고 하나, 굉장히 험해 전문가 외에는 이용하지 말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드린바위는 대현3리에서 올려다봐도 볼 수 있으니 무리하지 않는 왕복 코스가 주로 이용되고 있다. 

다른 코스는 청도군 운문면 삼계리노인회관에서 출발하는 약 7~8km의 코스다. 마당바위 코스와 개살피골(살피계곡) 코스로 등로가 나뉘어 있어 선택에 따라 같은 길을 피하는 원점회귀가 가능한 길이다. 또 하나의 길은 울주와 청도의 경계에 있는 해발 600m 대의 운문령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오르내리는 높이는 줄일 수 있지만 왕복 산행 거리가 10km에 이를 정도로 길어진다.

정상에서 내려서며 보이는 고헌서봉의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정상에서 내려서며 보이는 고헌서봉의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둥근 돌탑과 두 개의 정상석이 세워져 있는 고헌산 정상. 사진 / 노규엽 기자
와항재부터 시작된 숲길을 지나면 나무들의 키가 낮아지기 시작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정상 능선에서 보이는 조망이 좋은 고헌산
와항재에서 시작하는 최단코스를 택해 고헌산을 오른다. 1일 2산을 하려는 목적으로 주로 찾는 길이지만, 다음날 문복산 산행을 여유롭게 가져가기 위한 선택이다. 도로 옆으로 잘 보이게 세워져 있는 고헌산 이정표를 확인한 후, 산길로 접어든다. 최단코스답게 산길 초입부터 급경사가 시작된다. 부드러운 흙길이지만 비탈길이 굉장히 심해 오르기는 쉽지 않다. 덧붙여 기상의 이유로 등산로가 젖어있을 때는 진흙길이 되어 매우 미끄러우니 조심해야 한다. 등산 스틱을 지참하는 것이 좋다.

계속 오르는 길만 이어져 숨이 턱에 차는 코스지만 머리에 드리운 숲이 좋아 간간이 쉬어가며 오르기 좋다. 어느덧 숲을 벗어나면 하늘이 열리고 주변 조망이 가능해 눈이 시원해지는 장소도 제법 있다. 계속 오르다보면 좌측으로 좁은 길이 나타나는 갈림길을 만나는데, 계속 직진해 오르면 고헌서봉에 도착한다. 고헌서봉에는 작은 정상석만 하나 서있지만, 울주 방면 궁근정리의 모습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고, 구름이 없으면 오른편으로 가지산 능선도 조망이 가능하다.

고헌서봉에서 내려오면 앞서 마주쳤던 갈림길과 합류해 정상을 향해간다.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 한 켠에 나무데크가 마련되어 있는데, 산 아래 조망보다는 고헌서봉 중간에 있는 바위를 볼 수 있는 전망대이다. 고헌서봉에서 10분 정도면 고헌산 정상에 도착한다.

자리가 꽤 넓은 고헌산 정상에는 돌탑 한 무더기와 정상석 그리고 전망데크 등이 마련되어 있어 쉬어가기 좋다. 고헌산 정상은 염소를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정상 부근에 야생 상태의 염소들이 가끔 나타나는데, 등산객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돌아다녀 이색적인 명물로도 이야기되고 있다. 다만 문제는 염소 똥으로 인해 벌레가 꼬이고 악취가 날 때가 있다는 점. 정상석 주변으로 바닥에 염소 똥들이 흔히 보이니 쉴 자리를 잡을 때 주의를 해야 한다. 정상에서 휴식 및 인증 작업을 마친 후에는 같은 길을 따라 와항재로 돌아 내려가면 된다. 

한편, 고헌산 정상에서 능선을 이어가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동봉도 들러볼 수 있다. 딱히 조망처는 되지 않지만, 궁근정리에서 올라오는 산길을 확인할 수 있다. 계속 능선을 따르면 소호령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이정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의 모습으로 볼 때 와항재에서 오르는 길보다 더 편한 코스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고헌산 등산로 입구. 사진 / 노규엽 기자
와항재에서 시작하는 고헌산 등산로 입구. 사진 / 노규엽 기자

INFO 고헌산 등산로 입구(와항재)
경주시 산내면 대현3리 방면에서 찾아가는 기준으로, 고헌산 입간판 조금 못미처 왼편에 주차할 공간이 있다.
주소 경주시 산내면 대현리 산 329-1

개상피골로 등산로를 택하면 계곡을 건너는 구간도 나온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개살피골로 등산로를 택하면 계곡을 건너는 구간도 나온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개살피골에서 볼 수 있는 폭포 중 하나. 사진 / 노규엽 기자
개살피골에서 볼 수 있는 폭포 중 하나. 사진 / 노규엽 기자
마당바위 코스보다는 개살피골 코스가 가벼운 산행을 하기는 더 좋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깊은 계곡의 묘미가 남다른 문복산
문복산 산행은 최단코스의 정반대 방향에서 시작하는 길을 택해 삼계리노인회관을 찾아갔다. 삼계리에서는 등산로 입구를 잘 찾아야 한다. 노인회관 앞에 낡은 이정표가 하나 있지만, 이후로는 딱히 이정표가 없어 등산로 입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애초 계획은 마당바위 코스로 올라 개살피골(살피계곡)로 내려올 생각이었으나, 마당바위길 입구를 찾지 못했다. 마을길을 따라가다 약초산장 입구 바로 오른쪽에 등산로 입구를 찾아낼 수 있었으나 개살피골로 오르는 길이다. 초반부터 길 찾기에 시간을 허비하기 아까워 부득이 계곡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계곡 오른편으로 길이 이어지는데, 초반부는 계곡과 함께 간다는 느낌이 없다. 어느 정도 오르다보면 두 줄기로 떨어지는 폭포를 만나며 아쉬움을 채워준다. 폭포를 지나 조금 더 이동하면 현재 오른 길이 ‘삼계리1코스’임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왼쪽으로 ‘삼계리2코스’에서 올라오는 길이 있는데, 이 길은 차후 문복산을 찾을 때 확인해봐야 할듯하다.

이정표를 지나 가슬갑사유적비를 확인한 후 계단으로 이어지는 경사로를 올라간다. 한 고비를 오르고 나면 ‘개살피골 삼거리’에 도착하는데, 좌우로 나뉘는 길이 각각 문복산 2km, 문복산 2.6km를 가리키고 있다. 왼쪽 등산로가 마당바위 삼거리로 갈 수 있는 길이지만, 기왕 개살피골로 시작한 만큼 2.6km의 길을 택하기로 한다. 이 길부터 진정한 계곡 산행의 시작이다.

개살피골을 따라가는 길은 정상을 향하는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완만하게 이어진다. 때로는 바위를 밟고 계곡을 건너며 산행이 이어지는데, 조금씩 고도를 높여나가고 있음에도 계속 계곡이 이어져 눈이 즐거운 산행을 할 수 있다.

계곡길이 끝나고 나면 정상을 향해 치고 올라가는 오름길이 이어진다. 길이 편치 않고 경사가 심하니 쉬엄쉬엄 오르는 것이 좋다. 중간중간 의자가 놓여 있어 쉼터가 되어준다.

문복산 정상은 터가 좁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문복산 정상은 터가 좁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개살피골 삼거리로 올라가는 계단길. 사진 / 노규엽 기자
개살피골 삼거리로 올라가는 계단길. 사진 / 노규엽 기자
문복산 개살피골은 꽤 높은 위치까지 계곡물이 이어진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오름길을 끝내고 능선에 이르면 숲으로 가려진 좁은 길을 따라 정상으로 향한다. 한순간 조망이 트이는 바위가 있어 건너편 능선과 고헌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문복산 정상은 터가 좁고 쉴 곳이 마땅치 않으니 식사나 간식 시간을 가지려면 이곳이 더 낫다. 전망대를 지나 산행을 이어가면 운문령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헬기장이 나타나고, 헬기장에서 정상까지는 금방이다.

문복산 정상은 주변 조망이 좋지 않아 인증 작업 외에는 크게 할 일이 없다. 바로 하산을 하는 편이 좋은데, 마을에서 찾지 못했던 마당바위 입구를 알아보기 위해 마당바위 방면으로 하산한다. 초반 하산로는 꽤 가파르게 내려가다가 점점 완만해지는데, 마당바위를 가기 위해선 오른쪽에 나타나는 ‘마당바위 삼거리’ 이정표를 잘 찾아야 한다. 다시 개살피골로 내려가는 하산로 옆 둔덕에 있어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마당바위에서 본 문복산군의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마당바위에서 본 문복산군의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삼거리에서 마당바위로 향하는 길은 좁은 등산로를 따라 능선을 오르내리는데, 일순간 넓은 바위가 나온다. 별다른 안내는 없지만 풍경만으로도 이곳이 마당바위일 거라 짐작된다.

마당바위를 지나면 다시 능선으로 길이 이어지다가 급한 경삿길을 따라 마을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여전히 길이 좁고 나무뿌리와 자갈이 많아 발바닥이 꽤나 아플 구간이다. 차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들으며 마을로 내려서면 삼계리노인회관으로 들어가는 마을 입구 옆에 있던 별장가든 입구로 빠져나온다. 마당바위를 먼저 오르려면 도로변에서 등산로 입구를 찾아야 했던 것이다.

문복산 등산로 입구. 사진 / 노규엽 기자
삼계리노인회관 앞에 있는 등산로 이정표. 이후로 등산로를 찾으려면 길을 잘 살펴야 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INFO 문복산 등산로 입구(삼계리)
삼계리노인회관 앞 공터에 주차를 하거나 도로변에 주차를 하고 등산을 시작한다. 노인회관 옆에 공용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 마당바위 코스는 난도가 높은 편이니, 볼거리가 많은 개살피골 코스를 추천한다.
주소 경북 청도군 운문면 운문로 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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