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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600년 발자취’ 어제와 오늘을 잇는 낙안읍성
‘600년 발자취’ 어제와 오늘을 잇는 낙안읍성
  • 박정웅 기자
  • 승인 2021.10.12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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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테마여행] 순천 낙안읍성
옛 전통 고스란히… 은은한 순천 낙안여행
순천 낙안읍성 전경. 사진 / 박정웅 기자
순천 낙안읍성 전경. 사진 / 박정웅 기자
초가지붕 뒤로 낙안읍성 성곽길을 걷는 여행객들. 사진 / 박정웅 기자
초가지붕 뒤로 낙안읍성 성곽길을 걷는 여행객들. 사진 / 박정웅 기자

[여행스케치=순천(전남)] 순천 낙안읍성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보통 민속마을(민속촌) 하면 ‘과거’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았다. 관광을 앞세운 옛 마을이어서 ‘현재’의 삶을 사는 지역민의 공간과는 거리가 멀었다. 반면 낙안읍성은 오랜 전통과 더불어 지역민이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호흡하는 보기 드문 곳이다. 낙안읍성의 바로 옆, 뿌리깊은나무 박물관에는 예스러운 전통문화의 향기가 은은하다. 

낙안읍성(사적 제302호) 동문(東門)으로 들어서자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600여년의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아름다운 동행이다. 성곽길은 어제와 오늘을 잇는다. 성곽길이든 골목길이든 어느 곳에서나 마주하는 읍성 사람들의 일상은 정겹다. 여행이 굳이 요란법석일 것까지야 있겠는가. 낙안읍성을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남도여행은 더 풍족해진다.

성곽길에서 바라본 낙안읍성. 사진 / 박정웅 기자
성곽길에서 바라본 낙안읍성. 사진 / 박정웅 기자
낙안읍성 동문. 사진 / 박정웅 기자
낙안읍성 동문. 사진 / 박정웅 기자

600년 역사와 공존, 세계유산 등재 ‘똑똑’
낙안읍성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지방계획도시다. 조선시대 전기부터 600여년의 역사를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읍성 안에는 세 마을(동·서·남내)의 주민들이 모여 산다. 읍성은 크게 남쪽과 북쪽으로 구분된다. 낙안읍성 관광안내소가 있는 동문(낙풍루)에서 서문(낙추문)까지 큰 길이 이어진다. 길의 왼쪽 남쪽 방향에는 초가집들이 모여 있다. 남문(쌍청루)을 중심으로 연지, 옥사, 큰샘빨래터, 송만갑 명창 생가 등이 있다. 길의 오른쪽 북쪽에는 동헌, 내아, 낙민루, 객사 등 관청 건물이 주를 이룬다. 생활공간과 행정공간으로 분리된 셈인데 계획도시의 면모가 잘 나타나 있다.  

낙안읍성에는 유무형의 자원이 잘 보존돼 있다. 성곽, 중요민속자료 등 다양한 문화재뿐 아니라 소리의 고장으로서 가야금병창, 판소리 등 유무형의 전통을 엿볼 수 있다. 판소리 명창인 송만갑과 가야금병창 명인인 오태석 생가가 읍성에 있다. 낙안읍성이 201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이유이다. 순천시는 세계유산 등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여행지로서 낙안읍성의 매력은 안팎으로 소문이 났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됐다. 또 미국 CNN 선정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에 이름을 올렸다. 

낙안읍성 내아의 놋그릇 닦기 체험. 사진 / 박정웅 기자
낙안읍성 내아의 놋그릇 닦기 체험. 사진 / 박정웅 기자
짚으로 새끼줄을 꼬는 낙안읍성 주민들. 사진 / 박정웅 기자
짚으로 새끼줄을 꼬는 낙안읍성 주민들. 사진 / 박정웅 기자
낙안읍성 낙민루. 사진 / 박정웅 기자
낙안읍성 낙민루. 사진 / 박정웅 기자

낙안읍성의 유래는 이곳 출신(낙안면 옥산리)인 김빈길 장군에서 비롯한다. 고려 말 이성계 휘하에서 왜구를 격퇴한 그는 1397년(태조 6) 왜군이 침입하자 의병을 일으켰고 이곳에 처음 토성을 쌓았다. 이후 1626년(인조 4) 낙안군수로 부임한 임경업 장군이 현재의 석성으로 다시 쌓았다. 석성 규모는 총길이 1420m, 높이 4m, 너비 3~4m다. 낙안읍성의 동쪽과 서쪽, 북쪽은 험준한 산으로 둘러쳐져 있다. 각각 오봉산, 백이산, 금전산이 병풍처럼 성을 감싼다. 남쪽으로는 드넓은 낙안뜰이 펼쳐져 있다. 낙안읍성은 지형과 물산에 있어서 천혜의 입지에 있다. 

INFO 순천 낙안읍성
주소 순천시 낙안면 충민길 30
관람요금 문의 061)749-8850
체험·공연 문의 061)749-8831, 8833

골목길이 정겨운 낙안읍성. 사진 / 박정웅 기자
골목길이 정겨운 낙안읍성. 사진 / 박정웅 기자
낙안읍성 골목길을 걷는 여행객들. 사진 / 박정웅 기자
낙안읍성 골목길을 걷는 여행객들. 사진 / 박정웅 기자
낙안읍성 연지와 초가집들. 사진 / 박정웅 기자
낙안읍성 연지와 초가집들. 사진 / 박정웅 기자

성곽길, 과거와 현재의 삶을 잇다
대부분의 여행객은 성곽길에 오른다. 전체 4개의 읍성 관람 코스 가운데 1코스 성곽 관아투어(둥문성곽-남문-빈기등-서문-낙민관-관아-동문 약 1시간)가 이에 해당한다. 마을 골목길보다 높은 곳에서 읍성 안을 내려다보며 걷는 매력이 있다. 사진을 가장 많이 담는 조망 지점은 남서쪽 빈기등이다. 성곽길 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덕분이다. 길을 걸으며 이순신 장군(남도 이순신길 조선수군 재건로의 일부)을 떠올려도 좋다. 

낙안읍성 마을은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부엌, 토방, 툇마루 등 남부지방 특유의 주거양식이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 주요 문화재로는 가옥 9동(중요민속자료 제92~100호)과 임경업군수비각(전남문화재자료 제47호), 낙안객사(전남유형문화재 제170호), 은행나무(전남기념물 제133호) 등이 있다. 당시 관아였던 관청 건물로는 동헌과 내아가 있다. 동헌 앞의 낙민루는 남원의 광한루, 순천의 연자루와 함께 조선시대 호남의 대표적인 누각으로 꼽힌다.

낙안읍성의 공예 체험 공간. 사진 / 박정웅 기자
낙안읍성의 공예 체험 공간. 사진 / 박정웅 기자
객사 옆에서 그네를 타는 가족 여행객. 사진 / 박정웅 기자
객사 옆에서 그네를 타는 가족 여행객. 사진 / 박정웅 기자

마을 주민이 살고 있는 만큼 옛 전통과 어우러진 민속행사가 다채롭다. 매년 정월 대보름에 임경업군수비각에서 제를 올리고 널뛰기, 그네타기, 성곽돌기 등이 어우러진 정월대보름 축제가 열린다. 5월 전국 국악대전과 가야금 병창 경연대회, 10월 낙안읍성 민속문화축제가 이어진다. 마을민과 함께하는 체험거리가 많다. 소원지 쓰기, 빨래터, 길쌈, 놋그릇 닦기, 유서 쓰기, 전통혼례, 옥사, 두부 만들기, 농촌체험, 놀이마당 등 전통생활 재현 체험이 있다. 또 국악, 대장간, 천연염색, 명예 별감, 서각, 가야금, 대금 등 일일 상설 체험을 할 수 있다. 주말 상설 공연에는 판소리, 기예무단, 기악, 가야금, 사물놀이가 있다.

‘멋쟁이 지식인’의 뿌리깊은나무 박물관 
낙안읍성 인근에는 둘러볼 데가 있다. 낙안읍성 바로 옆 순천시립 뿌리깊은나무 박물관은 조정래 소설가가 ‘멋쟁이 지식인’이라고 칭송한 고 한창기 선생의 정신이 깃든 곳이다. 한 선생은 유명 잡지인 <뿌리깊은나무> <샘이깊은물>의 발행인이었다. 그는 잡지 최초 가로쓰기와 잊혀져가는 전통을 주제로 한국 잡지사에 한 획을 그었다. 

뿌리깊은나무 박물관. 사진 / 박정웅 기자
뿌리깊은나무 박물관. 사진 / 박정웅 기자
뿌리깊은나무 박물관 야외전시장의 석물공원. 사진 / 박정웅 기자
뿌리깊은나무 박물관 야외전시장의 석물공원. 사진 / 박정웅 기자

한 선생과 교우한 조정래 선생은 그를 이렇게 적었다. “그이는 하늘을 나는 새처럼 얽매임 없이 살았던 자유인이었고,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여러 가지 개성으로 스스로의 삶을 다양하게 가꾸며 한평생을 흐드러진 멋으로 살고 간 우리 시대의 최고의 멋쟁이었고, 모범적 지식인이었다.”

뿌리깊은나무 박물관에는 한 선생이 생전에 모아온 유물 6500여점이 전시·보존돼 있다. 그는 우리 것의 낡음과 투박한 것에서 문화를 들여다보고자 했다. 보잘 것 없고 천대받던 것들이 문화적 가치가 있는 유물이 됐고 조상의 삶을 엿 볼 수 있는 자료로 재탄생했다.

뿌리깊은나무 박물관의 수오당. 사진 / 박정웅 기자
뿌리깊은나무 박물관의 수오당. 사진 / 박정웅 기자
낙안돌탑공원의 숭례문(오른쪽)과 동대문. 사진 / 박정웅 기자
낙안돌탑공원의 숭례문(오른쪽)과 동대문. 사진 / 박정웅 기자

박물관은 전시동과 한옥(수오당), 야외전시장으로 이뤄져 있다. 전시동은 상설전시실(뿌리깊은나무), 한창기실, 기획전시실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상설전시실은 청동기 시대부터 광복 이후까지의 유물을 전시해 놨다. 토기, 옹기, 불교용구, 민속공예품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야외전시장으로는 석물공원이 있다. 한 선생이 수집한 다양한 불상과 석물을 배치했다. 석물로는 문인석, 무인석, 동자석, 장명등, 망주석, 석수 등이 있다. 

박물관 입구 오른쪽에는 멋진 한옥이 있다.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였던 수오당이다. <서편제>는 판소리와 한(恨)을 소재로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준 영화다. 수오당은 <서편제>에 등장하는, 고 김무경 선생의 거문고 연주 장면 배경이다. 김 선생의 한옥은 본래 구례에 있었는데 이곳으로 옮겨왔다. 생전에 한옥을 사랑했던 한 선생의 마음을 담아서 이곳을 찾는 관람객에게 전통문화를 널리 알린다는 취지에서였다. 낙안면사무소와 가까운 곳에는 돌탑 예술가 최병수씨의 낙안돌탑공원이 있다. 금전사 자락에는 낙안민속자연휴양림이 자리를 틀었다.

INFO 뿌리깊은나무 박물관
주소 전남 순천시 낙안면 평촌3길 45
문의 순천시 문화예술과(061-749-8855)

박정웅 기자 sutr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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