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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수도권 남부를 굽이쳐 흐르는 하천, 안양천을 걷다
수도권 남부를 굽이쳐 흐르는 하천, 안양천을 걷다
  • 김정렬 여행작가
  • 승인 2021.10.14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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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을 걷는 여행] 안양천
안양천 징검다리. 사진 / 김정렬 여행작가
안양천 징검다리. 사진 / 김정렬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안양] 안양천은 의왕시 광교산과 과천시 청계산에서 발원하여 군포시를 아우른 후, 안양시를 관통한다. 중간에 백운호수에서 내려오는 학의천과 합류하고, 다시 북쪽으로 흐르다가 관악산에서 흘러내린 삼성천과 삼막천을 품고 한강을 향해 달려간다.  

쑥부쟁이. 사진 / 김정렬 여행작가
쑥부쟁이. 사진 / 김정렬 여행작가
안양천은 갈수록 맑아져야 한다. 사진 / 김정렬 여행작가
안양천은 갈수록 맑아져야 한다. 사진 / 김정렬 여행작가
사람과 차가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여러 곳에 있다. 사진 / 김정렬 여행작가
사람과 차가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여러 곳에 있다. 사진 / 김정렬 여행작가

징검다리에선 졸졸졸 물소리가 들리고
서울에서 안양으로 가는 길목인 인덕원역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인덕원역은 안양시 관양동에 있는 지하철 4호선 역, 조선시대 관인들의 국영 숙소인 인덕원(仁德院)이 있던 곳이다. 

인덕원사거리 기아자동차서비스센터에서 작은 도로를 건너자마자 백운호수에서 내려오는 학의천이 보인다. 가을을 맞이한 하천은 한가롭다. 봄처럼 새싹이 솟아오르지 않고, 여름처럼 녹음이 짙거나 바람이 거칠지 않다. 징검다리의 돌들 사이로 흘러가는 물소리가 졸졸졸 들릴 만큼 조용하다. 

징검다리를 건너 하류 방향으로 걷는다. 천변에는 노부부가 한가롭게 산책을 하거나 젊은 엄마가 아기를 데리고 바람을 쐬고 있다. 버드나무 그늘에선 아녀자들 서넛이 앉아 부채질을 하고 있다. 자전거를 탄 무리 7, 8명이 달려온다.  

안양천의 이름은 조선 중기에는 대천, 조선 후기에는 기탄으로 불리다가 근대에 이르러 안양천이라 부르게 되었다. 안양은 근대화 과정에 서울의 대표적인 위성도시였다. 수많은 공장이 들어섰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 가정에서 버린 생활하수와 공단에서 유출한 폐수로 인해 하천오염이 심각했다.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하천 주변 마을이 침수되었고, 재산과 인명 수해가 속출했다. 

그렇던 안양천이 천지개벽을 이루었다. 하천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잉어들이 헤엄쳐 다니고, 청둥오리나 원앙이 노닐고 있다. 하천 주변에는 고층 아파트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안양시에서는 주변 도시들과 협의체를 구성하여 안양천을 국가정원으로 지정하고자 뜻을 모으고 있다.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 더 아름다운 변신을 거쳐 수도권 관광산업의 한 축을 이루게 될 것이다. 

안양천에서 만난 자라. 사진 / 김정렬 여행작가
안양천에서 만난 자라. 사진 / 김정렬 여행작가
사계절 텃새와 철새가 살고 있는 안양천. 사진 / 김정렬 여행작가
사계절 텃새와 철새가 살고 있는 안양천. 사진 / 김정렬 여행작가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이 자주 찾는 안양천변. 사진 / 김정렬 여행작가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이 자주 찾는 안양천변. 사진 / 김정렬 여행작가

수생식물과 물고기, 철새들
안양천에는 다채로운 수생식물과 동물들이 서식하고, 그리고 철새들이 다녀가는 명품 생태하천으로 변신했다는 뉴스를 종종 접했다. 천변을 따라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 체육공원을 조성해서 도심 속 치유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안양천에 수많은 징검다리와 낮은 다리가 놓여 있다. 하천을 마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서로 쉽게 오갈 수 있겠다. 작은 다리 아래 어른 종아리만한 잉어들이 모여 있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입을 쩍쩍 벌리며 간절함을 표시한다. 주민들이 먹이를 던져 주었던 모양이다. 

한강을 거쳐 상류까지 올라온 잉어들이 스스로 먹이를 잡아먹어야 할 텐데... 사람들이 던져준 먹이를 받아먹다 자생력을 잃으면 어떡하지? 한가로운 걱정을 하며 하류로 걸어간다.

학의천과 안양천이 만나는 곳에 쌍개울문화광장이 조성되어 있다. 그 옆에 카카오 바이크에서 마련해둔 자전거대여소가 있다. 휴일에는 적잖은 사람들이 이용한다고 한다.

쌍개울광장에서 하류로 더 가면 안양대교가 있다. 안양대교를 지나자 오른쪽에서 합류하는 삼성천이 합류한다. 삼성천은 관악산 삼막천과 안양예술공원에서 흘러내린 삼성천이 합류한 안양천의 지류다. 안양천에서 300여 미터 가면 삼막천에 조선시대 유적인 만안교가 있다.(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270-8)

조선시대 정조의 유물인 만안교. 사진 / 김정렬 여행작가
조선시대 정조의 유물인 만안교. 사진 / 김정렬 여행작가
연현습지. ​사진 / 김정렬 여행작가​
연현습지. ​사진 / 김정렬 여행작가​
안양천생태이야기관. 어린이들의 체험학습장으로 인기 있다. 사진 / 김정렬 여행작가
안양천생태이야기관. 어린이들의 체험학습장으로 인기 있다. 사진 / 김정렬 여행작가

조선 정조 때 석조다리 만안교, 생태이야기관
만안교는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38호로 지정된 문화재인데 정조시대 유물이다. 정조가 아버지(세도세자)가 묻힌 융릉을 참배하러 다닐 때 이용하기 위해 1795년에 축조한 석조다리다. 왕이 행차할 때는 임시로 나무다리를 놓았다가 끝난 뒤 철거를 반복했는데, 정조가 평상시에 백성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석조다리를 만들게 했고, 그 이름도 만인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다리라고 지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석수동의 두 마을을 잇는 만안교는 7개의 아치를 하나로 이어놓은 듯한 고풍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지금도 다리 위로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주민들이 다리 위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당초에는 안양예술공원 입구 지하차도 부근에 있었는데 1980년 국도1호선 확장공사 때 이곳으로 이전하였다. (안양시 만안구 석천로211번길 5)

안양천을 따라 더 내려가면 안양천생태이야기관이 있다. 주민 기병준 씨는 “옛날에 이곳이 똥골(재래식 화장실 분뇨를 내다 버린 곳)이었는데 지금은 참 좋아졌다”고 말한다. 악취가 풍기던 하천이 어떻게 깨끗한 물이 흐르고 물고기와 철새가 돌아온 하천이 되었는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낳은 결과물이다. 

안양천생태이야기관은 그동안 쏟아 부은 사람들의 노력과 오늘날 안양천의 생태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안양천에 서식하는 식물과 곤충, 양서류, 갑각류, 조류 등을 소개하고 있어 어린이 체험학습장으로 인기가 높다. (안양시 만안구 석수로 320. 문의 031-8045-5210)

다시 하류로 내려가면 연현중학교 부근에 연현습지공원이 있다. 하트모양의 조형물과 작은 정자, 의자가 딸린 꽃밭, 작은 연못과 수생식물, 억새와 갈대숲, 작은 전망대 등이 갖춰진 작은 공원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내용물은 아주 풍성하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사람들이나 도보 중이던 사람들이 쉬어가는 곳이다. 파란 하늘 아래 억새꽃이 바람에 하늘거린다.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463-3)

미니 인터뷰/ 최대호(안양시장)
최대호 안양시장. 사진 / 김정렬 여행작가
최대호 안양시장. 사진 / 김정렬 여행작가

‘생태하천’을 넘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휴양공간

 오랜만에 안양천을 찾은 사람들은 화려한 변신에 깜짝 놀란다. 그러나 안양시민들은 안양천의 더 많은 변신을 기대한다. 근대화 시대의 안양천은 이미 기억에서 사라졌고, 도심 속의 생태하천, 나아가 관광자원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그 첫 걸음이‘안양천의 국가정원 지정’이라고 안양시는 생각한다. 안양천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 도시브랜드 제고는 물론, 맑은 물과 자연이 함께하는 최적의 힐링 명소가 되고, 시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안양천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 관광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다. 안양천 주변 8개 지자체마다 주변에 다양한 테마 정원을 조성하고, 수도권의 대표적인 시민휴식 공간으로 거듭나지 않겠는가!

“우린 이미 경험이 있어요. 관악산 아래 삼청천에 안양예술공원을 조성하고, 병목안시민공원도 조성했는데 시민들이 정말 좋아하고, 경제적인 효과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지요.”

최대호 안양시장은 안양천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되고 그에 걸맞은 사업이 추진되면 수도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예견한다. 모든 자연은 사람이 찾지 않으면 그냥 자연이지만, 사람이 찾고 잘 활용하면 어머니 같은 존재라고 믿는다. 서울의 한강이나 울산의 태화강에서 이미 입증하고 있다. 안양천은 이제 미래세대를 위한 또다른 변신을 기대하고 있다. 하드웨어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바귈 것이다. 물론 자연 생태 환경은 사람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지켜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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