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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황소영 작가가 본 드라마 지리산⑥] 도원 계곡 사건과 민간의용대 조명... 범인은 다시 미궁 속으로
[황소영 작가가 본 드라마 지리산⑥] 도원 계곡 사건과 민간의용대 조명... 범인은 다시 미궁 속으로
  • 황소영 여행작가
  • 승인 2021.11.30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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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도원 계곡 수해... 실제는 98년 대원사 계곡 범람 모티브
지리산 청정 계곡과 고찰 대원사를 만나는, 대원사 계곡길
이강의 부모가 유언을 남기지 않은 이유... 반드시 살겠다는 의지
이번 주 지리산 촬영지... 천왕봉 아래 제석봉
지리산 주능선이 잘 보이는 삼신봉.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지리산 주능선이 잘 보이는 삼신봉.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지리산] 드라마 ‘지리산’은 이제 종반부로 접어들었다. 범인은 아직 확실치 않다. 소위 떡밥만 뿌려두고 회수를 안 한 상태. 이쯤 되면 간접광고에도 무덤덤해지고, 가을에 봄꽃이 피고, 여름에 숲이 앙상한 것도 그러려니, 넘어가게 된다. 남은 건 이제 4회, 범인도 밝혀야 하고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 이유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그 이유엔 충분한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11화, 1995년의 여름과 2019년의 여름
다원(고민시 분) 사망의 유력한 용의자인 분소장 대진(성동일 분)은 결백을 주장한다. 조난을 유도하는 리본을 떼어서 모았을 뿐이고, 접목골에 요구르트가 있단 제보를 받고 갔다는 것. 대진은 면회를 온 이강에게 일해(조한철 분)를 만나보라고 권한다. 

장터목대피소에서 바라본 겨울 일몰.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장터목대피소에서 바라본 겨울 일몰.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다리 부상으로 지리산을 떠나 강원도 본소로 간 일해는 해동분소를 방문하고, 이강은 구영(오정세 분)과 셋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이 왜 돌아왔는지 설명한다. “누군가 지리산에서 사람들을 죽이고 있어. 사고로 위장해서. 그 범인이 누군지 밝혀내려고, 그래서 돌아온 거야.”

우연일 것이라는 구영의 말에 이강은 “현조는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었어.”라고 답한다. “우리가 왜 설산에 갔는지 궁금하다고 했었지?” 이강의 말이 끝나면서 장면은 2019년 겨울로 넘어간다.

발이 푹푹 빠지는 겨울 지리산, 아이젠과 스패츠는 필수.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발이 푹푹 빠지는 겨울 지리산, 아이젠과 스패츠는 필수.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눈 위에 떨어져 부상을 당한 이강을 구한 건 현조(주지훈 분)였다. “핸드폰 되는 데까지만 다녀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그때 현조는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이었다. 하지만 근무복을 입고 다시 나타난 건 예의 ‘검은 장갑’이었다. 경찰은 이강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고, 결국 이강 스스로 범인을 찾기로 결심한다.

직원 중에 범인이 있을 것이라 확신한 이강, 대진처럼 다원이 죽던 날 접목골에 갔던 구영도 이강의 의심을 받는다. “현조가 사고 나기 직전에 그곳에 있었어. 거기 가면 증거가 남아 있을 거야” 이강은 구영의 등에 업혀 검은다리골로 향한다. 구영이 범인이라면 이강에게 해코지를 할 수 있으므로 일해도 아픈 다리를 끌고 동행한다. 

“설산 사고가 나기 전에 현조가 너한테 뭐라도 털어놓은 건 없었어?” 구영의 질문에 이강은 답한다. “작년 여름 그 일이 있은 이후로 현조를 보지 못했어.” “작년 여름, 아픈 일 많았지.” 일해의 첨언이 끝나면서 시간은 다시 2019년 여름으로 돌아간다.

드라마의 주 배경인 남원엔 지리산둘레길 3코스가 있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드라마의 주 배경인 남원엔 지리산둘레길 3코스가 있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드라마에 뱀사골이 나오기도 했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드라마에 뱀사골이 나오기도 했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마을은 다시 제사로 바빠졌고, 매년 그렇듯 이강은 제사에서 빠진다. 제사 준비를 돕던 현조는 1995년 5월 찍은 아홉 명의 민간의용대 사진을 보고 의문을 갖는다. 그중 감자폭탄 최일만을 포함 세 명이 죽은 것. 세욱의 노트엔 당시 여섯 명의 이름이 적혔는데, 제일 첫 번째가 현조의 부하 김현수, 그 다음이 서금자(아직 파악 못함), 금례 할머니, 그리고 의용대 세 명이었다. 실패로 끝났던 양선(주민경 분)의 이름엔 빨간 줄이 그어졌는데, 어쩌면 다음 주엔 양선의 죽음도 현실로 드러날지 모를 일이다.

1995년 수해 당시, 무진분소에 대피해 있던 사람은 해동마을 주민이자 의용대 세 명, 공단직원 남식과 대진, 노부부, 이강의 부모, 대학생 3명이다. 꼭 구하러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대진과 일부는 건물을 떠났지만 남았던 이들은 결국 수마에 휩쓸려 목숨을 잃는다. 남식은 일지를 기록해 밀봉한 다음 캐비닛에 넣어 보관했고, 사고는 그렇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네가 산을 떠나지 못한 건 범인을 잡고 싶었던 염원 때문이겠지. 그러니까 만약 내가 범인을 잡는다면 어쩌면 너도 깨어날 수 있지 않을까” 이강의 바람처럼 그녀는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까. 그러면 현조는 기적처럼 깨어날 것인가. 다만 이미 10화 예고편에 나온, 눈을 뜬 현조의 모습은 정작 11~12화엔 나오지 않았다. 스토리 흐름상 현조가 살아나거나 휠체어를 탄 이강이 벌떡 일어서는 장면이 연출 될지도 모르겠다.

12화, 그해 도원계곡에서 생긴 일
2019년 여름, 지리산에 다시 한번 국지성 폭우가 쏟아졌다. 국립공원 레인저들은 계곡 탐방객들을 높은 곳으로 이동 시키지만 미처 피하지 못한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산으로 들어간다. 부상자인 곱슬머리 중년 사내와 단둘이 남은 이강은 그에게서 부모님이 죽던 날의 이야기를 듣는다. 사내는 95년 도원계곡 수해 때 무진분소에 있었던 대학생 중 한 명. 모두가 일지에 유언을 남길 때 이강의 부모는 왜 남기지 않았을까.

집도 빼앗길 만큼의 큰 빚보증. 그들은 혹시 스스로 죽음을 택했을까. 사망보험금으로 빚을 갚아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라고? 아니면 살고자 했지만 죽을 수밖에 없었을까. 이강은 후자를 선택한 것 같다. “가족들만 함께 있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던 이강의 아빠. 이강의 부모가 유언을 남기지 않은 이유는 반드시 살아나간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혹시라도 내가 너무 못된 말들을 해서 나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셨으면 어떡하지. 그게 너무 무서워서 그냥 잊고 싶었어.”라고 눈물짓는 이강은 그때처럼 비가 오는 지리산에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다.

숙박과 취사가 가능한 대피소는 모두 산중에 있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숙박과 취사가 가능한 대피소는 모두 산중에 있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사실 지리산의 분소는 계곡에 있지 않다. 숙박이 가능한 대피소는 모두 산중에 있지만 분소는 업무를 보는 곳이어서 등산로 입구, 찻길 옆에 있다. 실제 지리산에 많은 비가 내린 건 1998년. 당시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그해 여름 지리산 폭우(대원사 계곡 범람)로 68명이 사망했고 17명이 실종됐다. 급류에 휩쓸린 이들은 사고지점에서 수십여㎞ 떨어진 바다까지 흘러갔다.

어찌 되었든 드라마 속에서 죽은 이들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도원계곡과 검은다리골! 무진분소에 있던 민간의용대 3명과 검은다리골 주민인 금례할머니는 2019년에 죽었다. 케이블카 설치를 주장했던 양근탁과 노란 리본을 따라간 최기영은 2020년에 죽었다. 레인저 다원, 어쩌면 양선까지…. 세욱의 노트에 적혔던 서금자와 최기영 캐릭터는 아직 구체적으로 언급된 적이 없는 것 같다. 현조의 부하인 현수는 현조가 공단에 입사하기 전에 죽었으니 2017년 혹은 그 이전, 현수는 도원계곡에서 죽은 공단직원 김남식의 아들이다.

드라마에서는 1991년 당시, 검은다리골에도 검은장갑이 나타났다. 이미지 출처 / 드라마 '지리산'
드라마에서는 1991년 당시, 검은다리골에도 검은장갑이 나타났다. 이미지 출처 / 드라마 '지리산'

이렇게만 따지면 모든 살인사건은 근래에 일어났고, 범인의 나이도 구영이나 검은다리골 출신 김솔(이가섭 분)처럼 30대로 낮출 수 있지만 이미 1991년 검은다리골, 실종되었다 시체로 발견된 김재경 이장의 부인 앞에도 검은 장갑의 남자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 살인은 30년 전부터 시작된 걸까. 살인자는 최소 50대거나 2인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세욱에게 사주한 것처럼 말이다. 혹시 모르지, 검은 장갑이 여자일지도.

구성상 의문이 드는 대목은 복권녀이다. 1년째 복권을 찾으러 다닌 복권녀, 14억이란 돈을 쉽게 포기할 순 없겠지만 과연 복권 용지가 1년 동안 저렇게 멀쩡한 상태로 남아 있을까? 그동안 지리산엔 엄청난 양의 비가 왔고 눈이 왔다. 따지고 들면 치밀하지 못한 구성이 한두 개가 아니지만 “드라마를 다큐로 보냐?”는 시선도 있으니 이쯤에서 넘어가자. 어쨌든 복권녀는 건강원 여자에 이어 두 번째 민폐 캐릭터가 되었다.

범인은 누구인가? 10화 마지막에선 마치 김솔인 것처럼 끝났고, 11화에선 구영인 것처럼 몰았다. 초반부터 치자면 대진도 만만치 않은 용의자다. 하지만 양선이 죽을 때 구영과 대진은 알리바이가 있다. 현장에 없던 일해? 역시 김솔? 작가는 왜 검은 승합차를 타고 온 동네 어르신들을 버스로 옮겨 타도록 대본을 썼을까. 현조는 곱슬머리 사내에게 95년 상황을 묻지만 그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그들의 사이가 굉장히 친해보였다는 것” 그렇다면 의용대 세 남자는 무언가를 공모할 수도 있는 말인가.

비는 멎었고 대다수는 구조 됐으며 현장 지휘부는 제사 음식을 나눠 먹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마무리 된 듯했지만 분위기는 달랐다. 복권녀를 구조하러 간 양선에게서 외마디 비명이 전달되며 12화가 마무리된다.

TIP. 오늘 나온 장소는 어디?

제석봉을 지나는 등산객들. ​숙박과 취사가 가능한 대피소는 모두 산중에 있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제석봉을 지나는 등산객들. ​숙박과 취사가 가능한 대피소는 모두 산중에 있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 제석봉 - 현조가 군대 부하인 현수의 군번줄을 찾아 헤매다 “그런데 그날 산이 너무 좋았어요. 그날 본 산은 두려운 것이 아니었어요.”라고 말한 장소는 천왕봉 아래 제석봉이다. 제석봉에 서면 반야봉과 노고단을 비롯해 지리산 주능선이 잘 보인다.

# 심원마을 - 극중 검은다리골 마을처럼 실제 지리산엔 철거돼 사라진 마을이 있다. 해발 750m 첩첩산중 심원마을은 ‘하늘아래 첫동네’라는 이름표를 달고 관광지로 급부상했지만 지리산국립공원 남부사무소는 “자연환경 복원을 위해 마을을 철거하고 오는 2011년까지 주민 이주 작업을 완료한다.”는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된다. 밀려드는 인파와 그들을 상대로 한 식당 영업이 계곡 오염의 주범이란 게 그 이유. 결국 마을은 2017년 최종 철거됐고, 반달가슴곰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핵심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관리 중이다.

1987년 지리산 관광도로가 뚫리고 관광객 홍수가 나기 전, 옛 심원마을 풍경. 2014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1987년 지리산 관광도로가 뚫리고 관광객 홍수가 나기 전, 옛 심원마을 풍경. 2014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하늘 아래 첫동네로 불렸던 지리산 심원마을은 극중 검은다리골마을처럼 현재는 철거되고 사라진 마을이다. 사진/ 황소영 여행작가
하늘 아래 첫동네로 불렸던 지리산 심원마을은 극중 검은다리골마을처럼 현재는 철거되고 사라진 마을이다. 사진/ 황소영 여행작가

# 대원사 계곡길 - 도원계곡 수해의 실제 모델이 된 대원사계곡은 현재 트레킹 코스로 인기가 높다. 대원주차장~대원사~유평마을까지 왕복 7km로 쉬엄쉬엄 3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이름도 ‘대원사계곡길’. 특히 유평에선 다양한 산채를 이용해 만든 비빔밥을 맛볼 수 있다. 7km가 부담된다면 대원사부터 시작해도 된다. 유평에서 치밭목대피소를 거쳐 천왕봉(1915m)까지 갈 수도 있는데 해가 짧은 계절이거나 걸음이 느리다면 섣불리 오르지 않는 게 좋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지리산의 모든 대피소는 숙박이 금지된 상태다. 대원사 입장료와 주차요금은 따로 없다.

우리나라 3대 비구니사찰로 꼽히는 지리산 대원사. 보물 제1112호로 지정된 다층석탑이 있다 / 황소영 기자
우리나라 3대 비구니사찰로 꼽히는 지리산 대원사. 보물 제1112호로 지정된 다층석탑이 있다 / 황소영 기자
경남 산청의 대원사. 이번 10화엔 산청의 덕산사가 나왔다. 사진/ 황소영 여행작가
경남 산청의 대원사. 드라마 '지리산' 제10화에 산청의 덕산사가 나왔다. 사진/ 황소영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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