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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영암 예술기행 ②] 5대째 대물림한 전통 생활 옹기, 영암옹기
[영암 예술기행 ②] 5대째 대물림한 전통 생활 옹기, 영암옹기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1.12.17 0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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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째 이어온 옹기장인의 예술촌
옛날 정신에 현대 기술 가미한 옹기
옹기는 우리의 전통생활용품이다. 사진/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영암] 영암을 관통하는 국도를 달리다보면 휴게소 두세 군데에서 전통옹기를 판매한다. 현대화 시대, 코로나 펜데믹 시대, 대면영업이나 구매보다 비대면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대에 과연 옹기가 판매될까? 과연 옹기가 필요하기나 할까 궁금했다.

5대째 이어온 옹기장인의 예술촌

신북면 이천리(호산로 654) 13번 국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영암옹기 공장이 있었다. 200m 정도 들어가자 항아리 5개를 쌓아올린 탑이 있고, 대문 안 마당에 옹기가 잔뜩 쌓여 있다. 세 번이나 방문했는데 사장님은 자리에 없었다. 부인이 대답하기를 주문 들어온 옹기를 배달 나가셨다고 한다. “밤사이에 주문이 들어오면 이른 아침에 배달해야 하고, 낮에 주문하면 곧장 배달해야 해요. 일꾼들 시킬 수는 없고, 사장이 직접 배달하고 다녀요.”

5대째 옹기를 만드는 이상수 대표. 사진/ 박상대 기자

이른 아침, 이상수 대표가 공구를 수리하고 있다. 참 선한 얼굴이다. “5대째 옹기를 만들고 있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옛날 방식대로 옹기를 굽지는 않아요. 옛날에는 흙을 직접 파러 다니고, 반죽해서 물레를 돌렸는데 많이 현대화 되었지요. 흙도 사오고, 물레 대신 조형 틀에 맞춰 생산합니다.”

옹기는 전통옹기이나 만드는 방법은 기계의 힘을 빌려서 한다. 일일이 사람 손으로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할 기술자나 일손도 없고, 설령 재래식 방법으로 구워내도 가격경쟁력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영암 일대에서 유명한 전통옹기 공장이다. 사진/ 박상대 기자

옛날 정신에 현대기술 가미한 옹기

반죽된 흙을 옹기 모양 틀에 넣어 건조시키고, 유약을 바를 때도 전통방식으로 만들어낸 잿물과 유약을 섞어서 바른다. 옹기에 풀잎이나 원형 문양을 그려 넣기도 하고, 영암옹기 로고를 새겨 넣기도 한다. 그리고 가마에 넣어 구워낼 때도 장작불 대신 가스 불을 이용하고, 그릇의 크기에 따라 적당한 시간 구워낸다. 10시간 안팎 굽기도 하고 24시간 굽기도 한다.

김치냉장고나 저온창고가 있는 세상이지만 옹기를 찾는 사람들은 꾸준히 있다. 그런데 옹기를 씻는 법, 옹기를 사용하는 법을 어른들한테 제대로 전수받지 못한 분들이 많아서 안타까울 때가 있다. 이 대표는 옹기를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법도 일러주고 다닌다.

물레를 돌리는 대신 틀에 넣어 만든 옹기가 많다. 사진/ 박상대 기자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옹기를 볼 수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된장을 이리저리 옮겨 담으면 맛이 변하는 이유는 기공을 완전히 없애지 않은 탓이다, 김장독을 바꾸면 김치맛이 변하는 이유는 효모균 때문이다, 소금을 옹기에 담아둘 때는 밑에 작은 구멍이 있는 항아리를 사용해서 간수가 빠지게 해야 한다, 젓갈과 간장과 된장을 담는 옹기는 계속 구분해서 같은 종류를 담는 것이 좋다, 젓갈 독으로 사용한 옹기는 다른 것을 담지 않는 것이 좋다 등등.

우리가 전염병이나 재난을 당해도 한두 달 먹을거리를 걱정하지 않고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숨 쉬는 옹기와 발효식품 덕택이라고 한다. 발효식품을 먹을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인 옹기를 만드는 일은 예술이며 종사자는 장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INFO 영암옹기

위치 영암군 신북면 호산로 654

문의 061-472-5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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