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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수만년 겨울바람이 쌓아올린 모래언덕 태안 신두리해안사구
수만년 겨울바람이 쌓아올린 모래언덕 태안 신두리해안사구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2.02.14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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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리 사구에는 사계절 여행객들이 찾아온다. 사진/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태안] 우리나라 내륙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사막, 해안사구는 바닷바람으로 만들어진 모래 언덕이다. 태안 신두리 해변은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겨울과 봄이 어우러진 해안사구,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된 모래 언덕에 다녀왔다.
 

겨울은 가고 봄이 다가온 바닷가

서해안고속도로에서 태안 만리포까지 가는 동안 들녘에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곤 한다. 그러나 바닷가에선 옷깃을 여며야 할 만큼 찬바람이 살아 있다. 겨울은 꼬리를 내리지 않고 봄은 고개를 쳐들지 못한 시기이다. 겨울의 끝자락 혹은 봄이 오는 길목을 찾아 떠난 여행이다. 코로나19핑계로 겨울바다 여행을 못한 이웃 가족과 신두리를 찾았다. 만리포해수욕장에서 점심을 먹고 자동차로 20분 남짓 달려가자 신두리 해변이 나타난다. 먼저 해수욕장이 있고, 그 안쪽 내륙에 신두리사구센터 건물이 있다. 조금 더 해안을 따라가면 해안사구 모래 언덕이 나온다.

신두리사구는 2001년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되었다. 지정구역은 1,702,165㎡이다. 사진/ 박상대 기자
기념사진을 촬영 중인 여행자들. 사진/ 박상대 기자

신두리 해안은 태안군 서북부에 자리하고 있는데 잔잔한 바닷물과 경사가 완만한 모래펄, 그리고 드넓은 모래언덕과 염생식물로 구성되어 있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모래 언덕에 형성된 둔덕인데 길이 약 3.4㎞, 폭 0.5∼1.3㎞에 이른다. 막상 현장에 가보면 그 길이와 넓이는 훨씬 더 길고 넓어 보인다. 널따란 해수욕장과 잔잔한 물결이 보는 사람을 압도해 버린다. 실제로 태안해변길 제1코스(학암포에서 신두리까지) 12km의 끝 지점이 이곳이다. 학암포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이곳으로 걸어오는 동안 해안선과 모래 언덕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때문에 태안 서북부 지역을 몽땅 신두리 해변으로 이해하게 된다. 어쨌거나 신두리 모래언덕은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선물한다.

신두리 사구 산책로는 여행객에게 힐링할 기회를 충분히 준다. 사진/ 박상대 기자
모든 산책로에 데크가 놓인 것은 아니다. 모래길도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신두리 바닷가 모래의 나이

처음 신두리 해변에 다가간 사람들은 그 규모에 압도되고 도대체 얼마나 오랜 세월 어떻게 이런 지형이 생겼는지 궁금해한다. 해안사구는바닷물의 흐름에 따라 연안의 바닷속에서 생성된 모래가 파랑(波浪)과 밀물에 밀려 올라온 것이다. 태안 앞바다는 바닷속이 모래로 구성되어 있고, 간조시에 넓은 모래펄이 노출된다. 그리고 겨울철에 바다에서 내륙으로 강력한 북서풍이 불 때 모래의 대이동이 벌어지고, 수만년 동안(학자들은 빙하기 이후 1만 5천년 동안으로 추측한다.) 쌓여서 모래벌판과 모래 언덕이 형성된 것이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한국 최대의 모래 언덕이다. 사구는 사구초지, 사구습지, 사구임지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나며, 내륙과 해안을 이어주는 완충역할을 하고, 해일로부터 육지의 생명들을 보호하고 있다. 모래 언덕 위로 만들어진 산책로는 크게 두 코스로 나뉘어 있다. 입구에서 해안을 따라 직진하여 모래 언덕을 중심으로 돌거나 오른쪽 내륙을 따라 고라니 동산길을 걷는 코스이다. 산책로는 어느 쪽으로 걷든 상관 없다. 원점으로 돌아온다. 모래 언덕 위에 설치해 놓은 목재 데크길을 따라 가면 바다와 모래, 바람과 하늘만 있는 모래 언덕이 이어진다. 여기저기에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겨울 바다와 모래 언덕을 배경 삼아 포즈를 취한 사람들, 셀카를 찍으며 감탄사를 날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모든 카메라 앵글에는 자연이 그려놓은 풍경화가 펼쳐진다.

누렇게 색이 바랜 풀과 새로운 순을 밀어올리는 풀들이 보인다. 모래언덕에도 생명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신비롭다. 키가 작은 수풀과 키가 큰 수풀들이 어우러져 공생하고 있다.

신두리사구센터에선 사구의 생성과 사구에 사는 생명 등을 공부할 수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모래언덕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소. 사진/ 박상대 기자
신두리해수욕장은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하고 물이 맑아서 여름철 해수욕객이 많이 찾는다. 사진/ 박상대 기자

모래를 밝아보고 만져보고

모래 언덕에서 모래를 만져보지 않고 모래를 밟고 지나가면 손해다. 곱고 보드라운 모래를 만져보자. 고운 모래 알갱이를 손에 쥐었더니 그 촉감이 다양하다. 차가운 느낌과 보드라운 느낌, 가슴을 적시는 느낌이 이어져 얼굴에 미소가 그려진다. 그리고 저 지난날 마을 앞 모래밭에서 친구들과 장난치던 추억을 소환하게 한다. 소꿉장난하던 그 친구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갈까. 바다를바라보며 콧노래를 부르고, 그 친구들에게 사진을 찍어 전달한다. 여행은 자랑하는 맛에 다닌다는 요즘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생각나서 옛친구들에게 모래 언덕과 바닷가 사진을 보낸다.

신두리 해안사구를 걷다 보면 곰솔 생태숲도 만날 수 있다. 소나무 숲사잇길을 걸으면서 또다른 힐링을 체험할 수 있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바다와 모래 언덕, 그리고 소나무 군락이 있는 곳, 선선한 겨울 바다와 봄 향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는 곳이다. 바로 앞에서 마주 오는 젊은 여성들이 운동화를 벗어 손에 들고, 맨발로 모래 언덕을 걷고 있다. 맨발로 모래를 밟고 걷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안 해본 사람은 모를 수밖에 없다. 모래 언덕에 앉아 찐고구마를 먹는 사람들이 있다. 고구마 냄새가 위장을 파고든다. 동행한 여성들이 갑자기 커피를 찾는다. 봄이 오면 해당화와 순비기나무, 갯메꽃 등 식물들의 사진이 새겨진 안내판 뒤로 새로운 생명이 올라올 것이다. 안내판에 없는 다양한 염색식물이나 동물들도 서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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