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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어촌 체험마을] 어촌뉴딜로 거듭나는 포구마을, 서산 중왕마을
[어촌 체험마을] 어촌뉴딜로 거듭나는 포구마을, 서산 중왕마을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2.11.17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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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왕마을 사람들이 조업에 한창이다. 사진/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서산] 가로림만에 자리하고 있는 서산시 중왕마을은 어촌체험휴양마을로 명성이 자자하다. 바지락과 감태, 낙지가 많이 서식하는 갯벌을 가진 덕분이다. 어촌뉴딜사업 덕분에 전국 최초로 수산학교를 유치하고 포구를 정비했다.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 풍부한 어촌마을
중리어촌체험마을은 세계 5대 청정갯벌 가운데 하나인 가로림만에 자리한 마을이다. 서해안고속도로 상습정체구간인 당진 서해대교 인근을 벗어나 서산나들목으로 나갔다. 꼬불꼬불 뚫린 도로를 달리면서 콧노래를 부른다. 들판에서 벼를 베는 농부, 감을 따는 여인, 그리고 농가를 지키고 있는 강아지와 대문 앞에 서 있는 빨간 맨드라미와 옹기그릇 몇 개가 놓여 있는 장독대가 시선에 들어왔다 사라진다.

도로변에는 벚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이 뒹굴고, 코스모스가 하늘거린다. 이른 봄에 연두색 어린 이파리로 태어나 초록색 여름을 보내고 화려한 자태를 뽐내던 나뭇잎들이 수명을 다하고 흙으로 돌아간다. 나무는 내년을 기약하며 자기 몸의 가장 아름다운 것을 덜어낼 줄 안다고 한다. 좀체로 덜어낼 줄 모르고 아름답던 모든 것을 짊어지고 바동거리는 인간군상에 비하면 얼마나 지혜로운가.

바다에서 체험을 하고 있는 주민과 귀어인들. 사진/ 박상대 기자
마을 앞 바닷가에 세워놓은 조형물과 쉼터. 사진/ 박상대 기자

서산나들목에서 20여 분 달려서 작은 고갯마루를 넘어가자 중리어촌체험마을이라는 아치형 간판이 보인다. 2014년 전국 최우수어촌마을에 선정된 이래 수많은 상을 수상한 마을이다. 뻘낙지와 바지락은 서해안 여러 마을 갯벌에서 마주할 수 있는 수산물이다. 감태를 자원화한 것이 빛나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다른 마을에서는 그냥 버려두거나 동네 아녀자들이 매다가(파래나 김을 채취하는 행위를 서해안 사람들은 ‘맨다’고 한다.) 반찬을 만들어 먹는 것이 고작이다.

그런데 이 마을에선 갯벌을 녹색으로 물 들일 정도로 무성하게 서식하고 있는 감태를 매다가 말려서 자원화시킨 것이다. 물로 씻어서 김을 말리듯 건조하여 가지런히 자른 뒤 먹기 좋게 포장해서 시장에 내 놓은 것이다. 감태를 채취하고, 공장을 짓고, 건조장을 만들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새로운 소득원이 생겼다.

중리어촌체험마을 입구. 사진/ 박상대 기자
감태건조장에서 마지막으로 감태에 붙어 있는 이물질을 떼어내고 있는 마을 주민. 사진/ 박상대 기자
중리마을에는 감태와 특산물, 커피나 음료를 마실 수 있는 판매점이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건조한 감태로 주민 소득증대와 일자리 창출
“지난해 감태를 판매해서 생긴 매출이 13억 원 조금 더 됩니다. 거래처가 전국에 80여 개 되지요. 각종 체험객들이 내고 간 비용도 코로나 이전에는 솔찬히 되었지요. 요즘 많이 늘고 있으니까 연말결산하면 좀 될 거예요.”
박현규 중리마을 어촌계장은 어촌마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갯벌이나 바다에서 수확하는 자원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또 어촌 사람들의 나이가 많아지면서 바닷일을 많이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인구도 줄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관광객을 유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전국에서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는 어촌들을 수십 번 찾아다니면서 공부하고, 주민들의 성공사례를 귀담아들었다. 그리고 우리 마을에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부를 창출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감태가루를 섞어서 수제비를 만들고 있는 어린이들. 사진/ 박상대 기자
초콜릿만들기 체험 때 감태가루 초콜릿도 만든다. 사진/ 박상대 기자

마을 앞 갯벌에 서산의 명물로 자리매김한 해품감태가 서식하고 있었다. 감태는 미네랄이 풍부한 갯벌에서 자라는데 전남지역 사람들은 감태로 물김치를 만들어 먹지만 서산 사람들은 감태를 김처럼 건조해서 밥반찬으로 먹는다. 미식가들만 찾는다는 감태를 말리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체험상품도 개발했다. 감태를 뜨고, 건조하고, 자르는 과정을 체험하게 했다. 감태가루를 첨가해서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서 먹기도 하고, 집으로 가져갈 수도 있다. 마침 수산학교에 입소한 학생들이 초콜릿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들의 표정이 해맑기만 하다.

마을 앞에 있는 작은 섬까지 하루에 두 번 바닷길이 열리는 것을 이용해 관광객에게 체험을 하게 했다. 먼 옛날부터 해온 바지락을 캐고, 낚지를 잡고, 갯벌에서 뒹굴고 노는 것을 사람들은 즐거워했다. 여행기분을 마음껏 낼 수 있는 캐러반도 6대 있고, 수산학교 2층에 크고 작은 방이 8개 있다. 내년에는 해양수산부와 충남도청의 지원을 받아 귀어인의 집도 1차로 13채가 들어설 예정이다.

중리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깡통열차 타기 체험프로그램도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야간 갯벌체험을 하고 있는 여행객 가족. 사진/ 박상대 기자

 

전국 최초 수산학교와 어민들의 연금제도
“어촌뉴딜사업 마을로 선정된 덕분에 마을 어항도 많이 개선되었지요. 어선들이 짐을 내리고, 트럭이 들어와서 짐을 쉽게 실을 수 있도록 선착장 폭을 보강했고, 물양장도 넓혔어요. 이제 대형 트럭도 들어올 수 있습니다.”
박 어촌계장은 어민들이 편안하고 편리한 수산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 관광객이 멋진 낭만을 경험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그리고 전국 최초로 귀어인과 청소년을 위한 수산학교를 설립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수산학교는 귀어귀촌을 앞둔 사람들에게 사전에 어촌생활과 수산활동을 체험하고, 관련 지식을 공부할 수 있는 학교이다.

수산학교는 청소년을 위한 1박2일 과정과 2박3일 과정이 있고, 어른들을 위한 1주일 과정이 있다. 어른들은 만55세 미만으로 어촌에서 살아보고 싶은 사람에게 입교할 자격을 준다. 1주일에 70만 원씩 내고 입교하면 숙식을 제공한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현장에서 바닷일과 공장일을 하면 일한 만큼 수당을 지급한다. 3주간 수산학교 모든 과정을 이수하면 마을에 있는 ‘귀어인의 집’에 입주할 기회를 부여한다. 귀어인의 집은 월세 35만 원(예정)을 내고 1년 동안 거주할 수 있다.

중리어촌뉴딜사업을 앞장 서서 진두지휘한 박현규 어촌계장. 사진/ 박상대 기자
전국 최초로 귀어귀촌을 앞둔 사람들이 수산과 어촌을 배울 수 있는 수산학교 건물. 사진/ 박상대 기자
중리에 있는 수산학교에 입교하여 어촌생활을 수업하고 있는 귀어귀촌 희망자들. 사진/ 박상대 기자

또다른 한 가지 이 마을이 주목받는 것은 어민연금제를 실시중이란 사실이다. 마을 어민들이 바다에서 취득한 모든 수익의 1%, 감태공장 수익금 40%, 체험마을 수익금 20%, 수산학교 수익금 40%, 모든 급여자와 공동작업 참여자도 수익의 1%씩을 비축한다. 이 수익금은 마을 연금사업단에서 관리하며 만 75세가 되면 매월 15만 원씩 연금으로 지급한다. 지난 7월부터 적립을 시작했고, 연말에 결산해서 이르면 내년초부터 수혜자가 생길 것이라고 한다. 관광객 한 사람이 쓰고 간 돈이 주민들의 연금에 보탬이 되고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을 앞 쉼터에선 드넓은 갯벌을 향해 ‘멍때림’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갯바위 낚시를 하거나 산책을 즐길 수도 있다. 이웃 도성리에서 중왕리까지 해안산책로가 4km 정도 잘 조성되어 있다. 도성리에 차를 세워두고 이곳까지 다녀가는 여행객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INFO 중리어촌체험마을
주소 충남 서산시 지곡면 중왕리 196
문의 041-665-9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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