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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제주 이색 박물관 투어] 낯설지만 새로운 세계로의 초대, 아프리카 박물관 & 세계 조가비 박물관
[제주 이색 박물관 투어] 낯설지만 새로운 세계로의 초대, 아프리카 박물관 & 세계 조가비 박물관
  • 정은주 여행작가
  • 승인 2022.12.14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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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제주] 이름난 곳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 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들이 있다.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아프리카 박물관과 세계 조가비 박물관을 소개한다.  

 

참된 아프리카를 만나다 
아프리카 박물관 

각종 의식과 행사에 쓰이는 가면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우리는 아프리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신문과 뉴스 등 매체들을 통해 비친 아프리카는 척박한 환경에 기아와 가난에 허덕이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왠지 두렵고 멀게 만 느껴지는 이국의 땅. 아프리카는 우리에게 여전히 낯선 대륙이다.

아프리카 박물관은 여러 부족들이 이룬 찬란한 역사와 문화, 예술 등 우리가 알지 못했던 진짜 아프리카를 보여준다. 박물관을 나설 때면 알게 모르게 갖고 있던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사라지게 된다. 세계문화유산인 젠네 대사원을 본뜬 박물관 외관은 관람 전부터 아프리카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말리 공화국에 있는 젠네 대사원은 진흙으로만 지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건축물로 아프리카의 숨은 가치를 엿보게 한다. 1층 사파리 파크는 아프리카의 자연과 야생동물을 가볍게 둘러보는 공간이다. 기린과 사자, 개코원숭이, 고릴라 등 아프리카 숲과 콩고 정글 등에 살고 있는 동물들을 인형으로 만들어 친근감을 높였다. 

사파리 파크에 전시된 야생동물 인형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미디어 아트로 보는 킹덤 오브 아프리카.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본격적인 아프리카 탐험은 2층부터다. 주술과 가면, 왕실 미술, 생활도구 등 총 9가지 주제에 따라 900여 점의 보물급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약 30개국 70여 개 부족들이 수백 년간 이어온 찬란한 문화유산들 중에는 피카소나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소장했던 가면들도 있다.

아프리카의 가면에 관심이 많았던 피카소는 그의 대표작인 <아비뇽의 여인들>에서 가면을 쓴 여인들을 그리기도 했는데, 작품 속에 등장한 가면이 실물 전시되어 있다. 이밖에 사하라 이남 미술품 중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베넹 왕국의 청동 여왕상과 신화 속 동물 조각상, 아쟁과 비슷한 카리에 등 아프리카의 독특한 문화 예술을 접할 수 있다. 3층에 마련된 리빙컬러전은 아프리카 현대 미술과 조우하는 자리다. 풍부한 색감과 유쾌한 붓터치, 아프리카식 유머가 녹아든 작품들이 새로운 시선에 눈을 뜨게 한다. 

주술관에 전시된 독특한 유물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각종 의식과 행사에 쓰이는 가면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아프리카 왕실 미술을 엿볼 수 있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TIP 도슨트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훨씬 유익한 관람이 된다. 아프리카 왕국의 신화와 역사를 미디어 아트로 만든 ‘킹덤 오브 아프리카’와 도시 속 젊은 마사이족의 모습을 형상화한 마사이 극장도 빼놓지 말고 관람해야 한다. 1층 스튜디오 아프리카에서는 칼림바와 마라카스, 아프리카 목걸이를 만들어보는 상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INFO 아프리카 박물관
주소 제주 서귀포시 이어도로 49
전화 064-738-6565
시간 10:00~19:00, 휴무일 연중무휴
입장료 어른 10,000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 8,000원 

 

바닷속 신비가 예술로
세계 조가비 박물관

조가비 아트를 선보이는 세계 조가비 박물관.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금속으로 만든 돌하르방에 조가비를 붙였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세계 조가비 박물관은 이제껏 접해보지 못한 독특한 전시 공간이다. 희귀한 조가비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것도 흥미로운데 여기에 예술을 가미했다. 독특한 생김새와 빛깔의 조가비들과 산호, 소라 등 각종 패류로 만든 작품들이 전시관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국내에 패각류를 관람할 수 있는 박물관은 많지만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조가비 아트라는 새로운 형태의 전시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연한 보라색을 띤 보라고둥과 날개처럼 생긴 새털키조개, 길쭉한 뿔을 단 가시뿔국화조개 등 소장품 자체도 신비롭지만 산호에 작은 조개껍데기들을 수작업으로 일일이 붙여 만든 작품들은 단순한 전시를 뛰어넘는다. 작가의 손길이 닿은 곳마다 오색찬란한 조가비 꽃이 피어나 있다. 

보석처럼 진열해 놓은 전시물.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자연 본연의 빛깔이 아름답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관람객을 위한 쉼터.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보석처럼 진열해 놓은 전시물.
벽면 가득 조가비 꽃이 피었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세계 조가비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패각류는 1만 5,000여 종에 깨알 같은 고둥들까지 합치면 개체 수는 무려 수억만 개나 된다. 더욱 놀라운 건 명연숙 박물관장이 40여 년간 전 세계를 다니며 직접 수집했다는 것이다. 원래 서양화 화가인 명연숙 관장은 우연히 조가비가 가진 색채에 반해 다양한 조개껍데기들을 수집해 왔는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연에서 얻은 선물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원형 그대로의 빛깔과 형태에 예술적인 영감을 불어넣어 작품마다 바닷속 신비가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희귀한 조가비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희귀한 조가비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박물관은 아담한 규모이지만 작품 수가 많아 꼼꼼히 관람하다 보면 시간이 꽤 걸린다. 전시관은 1, 2층으로 나뉘어 있으며 벽면에도 수많은 조가비들이 물결을 이루고 있다. 만두처럼 생긴 비단가리비와 호박 같은 성게, 계란을 닮은 점박이작은계란고둥 등 신기한 전시들이 많다.

찬찬히 둘러보는 동안 자연과 인간이 만든 합작품에 몇 번이고 감탄하게 된다. 제주도에서 수집한 조가비들을 종류별로 가지런히 진열해 놓은 전시도 눈길을 끈다. 세계 조가비 박물관에 전시된 모든 패각류들은 한국 패류학회 이준상 박사가 분류했으며 개체마다 정확한 학명과 서식처 등 생태학적인 정보들을 함께 제공한다. 1층에 소라 껍데기를 귀에 대고 바닷소리를 들어보는 코너가 있으며 조가비 만들기 체험을 진행한다. 바다의 보석인 알 굵은 진주 목걸이도 둘러볼 수 있다.  

INFO 세계 조가비 박물관
주소 제주 서귀포시 태평로 284
전화 064-762-5551
시간 09:30~18:00(매표 마감 17:00), 휴무일 연중무휴
입장료 성인 7,000원, 중고생 5,000원, 소인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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