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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자연이 빚어낸 순백의 세상, 영월 겨울 여행
자연이 빚어낸 순백의 세상, 영월 겨울 여행
  • 민다엽 기자
  • 승인 2022.12.14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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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운섶다리의 눈 내리는 풍경. 사진/ 영월군청
판운섶다리의 눈 내리는 풍경. 사진/ 영월군청

[여행스케치=영월] 봄·여름·가을·겨울, 언제 가도 아름다운 영월이지만 눈 덮인 영월의 겨울은 퍽 낭만적이다.어딜 가든 새하얀 눈밭에 처음으로 발자국을 새긴다. 마음마저 깨끗해지는 느낌이랄까. 추우면 추울수록 더욱 아름다운, 순백의 풍경 속으로 떠나보자.

삶의 애환이 깃든 판운리 섶다리
백두대간에서 발원한 주천강과 평창강이 굽이굽이 이어지는 영월. 예부터 ‘육지 속 섬’이라 불릴 만큼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마을이 많았다. 따라서 강과 강 사이를 잇는 다리는 필수적이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절벽을 휘감아 돌며 세차게 굽이치는 물줄기로 인해 만들어 놓은 다리가 오래갈 순 없었고, 그래서 놓인 것이 바로 임시 다리인 ‘섶다리’다.

섶다리는 통나무, 소나무가지, 진흙 따위로 만들어진 다리로, 강을 사이에 둔 마을주민들이 오갈 수 있도록 매년 물이 줄어드는 겨울 초입에 놓았다가 여름철 불어난 물에 의해 떠내려갈 때까지 사용된다.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손수 다리를 놓았다.

이른 새벽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판운리 섶다리. 사진/ 민다엽 기자
못을 사용하지 않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다리를 만든다. 사진/ 민다엽 기자
야간에 감각적인 인생 사진을 남겨볼 수도 있다. 사진/ 영월군청

현재까지도 매년 10월이 되면, 마을의 섶다리 장인이 다리를 설치한다. 물론, 기계의 힘을 빌리기는 하지만 못을 사용하지 않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다리를 만든다고. 과거 영월과 정선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섶다리는 현대적인 교량이 들어서면서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그래서인지 투박한 판운리의 섶다리 풍경이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내가 열두 살쯤 한국전쟁이 터졌을 때 저 다리를 건너 피난을 가기도 했고, 강 건너 고갯길을 통해 영월 시내로 가기도 했지. 누군가는 저기로 시집을 왔을 거고 부모님의 장례를 치르기도 했겠지. 옛날에는 강을 따라 저런 섶다리가 엄청 많았어. 지금은 다 사라지고 몇 곳 안 남았지만, 아마 이 주변 사람 중 저 다리에 얽힌 애틋한 사연 하나 없는 사람은 없을 거야. 그만큼 중요한 다리였다고.”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는 한 마을 어르신이 섶다리에 관한 이야기를 한바탕 쏟아낸다. 이처럼 마을 주민들의 삶의 애환과 그리움을 간직한 섶다리는 이제 하나의 전통문화가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매년 11월 초 판운리 일대에서는 ‘영월 판운섶다리 문화축제’가 열려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INFO 판운섶다리
주소 강원 영월군 주천면 판운리 489-1

섶다리를 지나 만날 수 있는 메타세쿼이아길. 사진/ 민다엽 기자
따뜻한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섶다방. 사진/ 민다엽 기자

자연이 빚은 신비로운 풍경
섶다리를 건너 안쪽 마을로 들어서니, 빽빽한 나무숲속에 뜻밖의 캠핑장이 나타난다. 차디찬 아침 공기와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가 한데 어우러져 상쾌하기 그지없다. 따뜻한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섶다방을 지나 고요한 산책로를 따라 저벅저벅 걷다 보니, 몸과 마음이 절로 힐링된다. 그중 보보스캇 캠핑장 안에 있는 메타세쿼이아길은 SNS에서 손꼽히는 핫플레이스니 한 번쯤 들러보길 추천한다. 사유지라 함부로 들어갈 순 없지만, 반갑게 맞이해줬다.

억겁의 시간의 느껴지는 영월 무릉리 돌개구멍. 사진/ 민다엽 기자
바로 옆 숲길을 통해 요선정까지 오를 수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영월 무릉리 돌개구멍 주변으로 신묘한 분위기가 감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이 밖에도 판운리에서 10분 남짓 차로 이동하면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543호로 지정된 영월 무릉리 돌개구멍(요선암 돌개구멍)을 만날 수 있다. 중생대에 형성된 화강암반이 오랜 시간 동안 깎여나가 만들어진 것으로, 수십 센티미터에서 수 미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돌개구멍을 살펴볼 수 있다.

억겁의 시간이 만들어 낸 풍경에 신묘한 기운이 감돈다. 산길을 따라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요선정까지 올라보는 것도 좋다. 정자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마치 무릉도원에 와 있는 듯하다. 실제로도 이곳의 지명이 무릉리이기도 하다.

눈 내리는 겨울, 영월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꼽자면 선돌을 빼 놓을 수 없다. 우뚝 솟은 두 개의 기암괴석 사이로 펼쳐지는 눈 덮인 영월의 풍경은 그야말로 다른 세상에 온 듯하다. 굽이쳐 흐르는 유려한 강물과 깎아지른 듯 한 절벽, 거대한 기암괴석이 한데 어우러진 환상적인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처럼 진한 감성을 자아낸다.

눈 덮인 선돌의 환상적인 풍경. 사진/ 영월군청
굽이쳐 흐르는 서강의 푸른 물줄기와 어우러진다. 사진/ 민다엽 기자
선돌 주변으로 단종유배길이 조성돼 있어 가볍게 산책하기에도 좋다. 사진/ 민다엽 기자

이처럼 아름다운 풍광 덕분에 영화 촬영지로도 활용되었고, 선돌을 보며 소원을 빌면 꼭 이루어진다는 전설 덕분에 많은 사람의 발길이 이어진다. 게다가 주차장에서 10분 남짓이면 오를 수 있어, 추운 겨울에도 누구나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눈이 없는 날에는 단종이 청령포로 유배를 가던 길(단종대왕 유배길)을 따라 트래킹을 즐겨볼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영월은 별 보기 참 좋은 곳이기도 하다. 봉래산 정상에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천문대 ‘별마로천문대’에 들러 쏟아지는 별빛을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 겨울철에는 여름에 비해 유난히 밝은 별들이 많아, 별 관측하기에 제격인 계절이다. 해 질 무렵 방문하면 환상적인 노을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별마로천문대에서 바라본 눈부신 일몰. 사진/ 민다엽 기자
해발 799.8m 봉래산 정상에 있는 별마로천문대. 사진/ 민다엽 기자

 

INFO 선돌
주소 강원 영월군 영월읍 방절리 산122
문의 1577-0545

INFO 별마로천문대
주소 강원 영월군 영월읍 영흥리 154-3
운영 시간 14:00~22:00/ 월요일 휴무
문의 033-374-7460

백두대간의 청정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하이힐링원. 사진/ 하이힐링원
숲 속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을 즐기며 여유를 즐기기 좋다. 사진/ 하이힐링원

숲과 교감하는 힐링 공간 하이힐링원
청정 자연 속에서 머물면서 숲과 교감하고 진정한 휴식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는 공간. 산림힐링재단에서 운영하는 하이힐링원은 ‘숲’을 통한 치유와 힐링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영월 동쪽 끝 해발 1,200m 매봉산과 단풍산 자락에 조성되어 있으며, 백두대간의 풍부한 산림자원을 활용한 각종 자연 친화적인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자작나무와 소나무가 가득한 숲속에 누워 명상하거나 음악을 감상하고, 약선 음식 만들기를 통해 질병 예방과 치유의 식사 요법을 배워볼 수도 있다. 또 나무에 그림 또는 글귀를 새기며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목공예와 나무들의 겨울나기를 돕기 위한 에코나무옷입기 등 산림치유와 명상·공예·음악·공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힐링 프로그램을 두루 즐겨 볼 수 있다. 합리적인 가격에 숙박을 포함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어 가족 여행지로도 제격. 사실, 멍하니 자연만 감상하고 있어도 충분히 힐링되는 장소다. 예약은 필수.

주소 강원 영월군 상동읍 섬지골길 113
문의 033-370-7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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