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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마을따라 마음따라] 겨울 별미가 기다리고 있는 보물 마을, 고창 심원
[마을따라 마음따라] 겨울 별미가 기다리고 있는 보물 마을, 고창 심원
  • 김수남 여행작가
  • 승인 2023.01.15 2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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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보물들을 만날 수 있는 고창갯벌.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스케치=고창] 심원. 마음 심(心), 으뜸 원(元). 마음이 으뜸이란다. 불교에서는 ‘일체유심조’라고 하였다. 희로애락과 길흉화복이 모두 인간의 마음에서 온다. 원불교 소태산 대종사는 불교가 일체유심조의 이치를 스스로 깨쳐 알게 하는 종교라고 하였다. 어려운 종교를 떠나,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게 꾸준히 경험한 우리 삶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심원. ‘전국 아름다운 행정지명 경진대회’라도 있다면 단연 대상감이다.

고창 심원은 천년고찰 선운사로 유명한 선운산을 품고 있으며 소태산 대종사가 정진하였다는 원불교 성지도 있다. 불교식 색채를 살짝 느낄 수 있는 이름이지만 사실은 마을 지형이 마음 ‘심(心)’, 으뜸 ‘원(元)’을 닮은 데에서 유래되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고창갯벌을 가지고 있는 보물 마을로 어촌의 갯벌체험 프로그램은 전국으로 소문났다. 갯벌에 들어가기 어려운 겨울에도 보물들을 만날 수 있으니 마을마다 그득한 향토 별미들이 그것이다. 

바다 조업을 나가는 경운기 행렬이 이채롭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한때 전국 생산량의 절반이 나왔던 심원 바지락.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골골마다 풍성한 이야깃거리
고창읍내에서 20km 이상 서쪽으로 달려 나가야 만날 수 있는 심원은 갯벌과 칠산바다 뿐만 아니라 선운산도 있다. 선운산 주봉인 수리봉(334m)이 심원면 땅에 속한다. 특산물로는 풍천장어와 바지락이 대표적이다. 조금 크다 싶은 건물들은 죄다 장어집과 바지락을 해감하는 공장들이다. 모두가 심원이 자랑하는 보물들이다.

한때 전국 생산량의 절반이 나왔던 심원 바지락.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선운산의 선운사 창건설화가 재밌다. 선운사를 창건한 이는 검단스님으로 지역의 전쟁 난민들을 교화시켰다고 한다. 소금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줌으로써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 선량하게 살 수 있도록 했다. 면사무소 들어가기 전 오른편의 월산리 검당(검단)마을은 그들이 정착한 마을이다.

검당마을 사람들은 부처님 덕에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며 해마다 직접 만든 소금을 불전에 바쳤다. 이 소금이 바로 전통 제염법인 자염으로 만든 보은염이다. 매년 꽃무릇이 필 가을철이면 마을에서 만든 소금을 선운사에 바치는 보은염 이운식 행사를 갖는다.  

전통자염 생산시설. 장작불로 바다에서 길어온 함수를 끓여서 소금을 얻는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검당마을엔 우리나라 최초의 판소리 여류명창 진채선 이야기도 전해진다. 마을 무녀의 딸인 진채선은 당대의 든든한 판소리 이론가이자 후원자였던 신재효에게 발탁된다. 신재효의 동리정사에 들어가 소리공부에 매진한 끝에 경복궁 경회루 낙성연에서 소리할 기회를 얻는다. 당시만 해도 판소리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기에 남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제지간을 넘어 연인지간이 된 신재효와 진채선 그리고 당대의 권력자 흥선대원군과의 이야기는 영화 <도리화가>로 다시 태어났다. 

2021년부터는 면사무소와 주민들이 힘을 합쳐 9월1일을 ‘진채선의 날’로 제정하여 기념해 오고 있다. 한국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이라고 할 수 있는 여권통문이 1898년 9월 1일에 발표된 사실에 착안하여 날을 잡았다. 지역민들에게 진채선은 단순히 여성 소리꾼을 넘어 유리천장을 깨부순 선구자였다. 

칠산바다로 하루가 저문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화산마을 마을숲과 모정 설경.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선운산 뒷자락 화산마을에 전해지는 원불교 소태산 대종사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세상의 진리를 좇아 구도의 길을 걷던 소태산이 ‘선운사에 가면 뜻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을 주위에서 듣게 된다. 그 길로 선운사의 부속 암자에 들어가 공부를 하였으나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 수행정진 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자리를 옮긴 곳이 바로 화산마을 연화봉 자락의 초막이었다. 연화 초당에서의 3개월 정진은 이후 대각의 밑거름이 되었다. ‘연화삼매지’라는 이름으로 연화저수지 산자락에 그 터가 남아있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겨울이라 더 맛나다. 심원의 별미들
고창에서도 심원은 풍천장어의 본향이라 할 수 있다. 장어 전문식당과 장어를 양식하는 양만장이 밀집되어 있다. 재밌는 사실은 풍천장어와 함께 고창을 유명하게 만든 특산물인 복분자 또한 심원이 고창 최초 재배지라고 하니 심원은 ‘스테미나 음식의 고장’이라 할 만하다. 지금도 으레 장어구이엔 궁합 좋은 복분자주를 곁들이는 것이 공식처럼 되었다. 

지역의 장어 맛집 중 하나인 장어학교의 김기상 대표는 아들 셋에 딸 둘을 두었다. 젊은 부부가 화목한 탓도 있겠지만 장어와 복분자를 가까이한 까닭도 분명 있을 것이다. 김 대표가 직접 숯불에 구워주는데 노릇노릇 익어가는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솟는 듯하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대농수산 이석희 대표.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소재지 대농수산에는 12m에 달하는 커다란 장어 조형물이 세워져 있어 눈길을 잡아끈다. 지나가는 관광객들도 차를 세우고 기념사진을 찍는, 나름 심원의 ‘핫플’이다. 이곳은 20년 넘게 직접 장어를 양식하면서 판매도 하고 있다. 이곳 양만장에서는 치어를 공급받아 6~7개월가량 키운 후에 출하시킨다. 1kg에 몇 마리이냐에 따라 ‘3미’, ‘2미’ 식으로 구별하는데 과거에는 3~5미 짜리를 선호했지만 지금은 1~3미 짜리도 많이 찾는다고 대농수산 이석희 대표가 소비시장의 경향을 전한다. 

흔히 ‘풍천’으로 불리는 곳이다. 고창의 젖줄 인천강 하구는 치어를 잡을 수 있는 포인트 중 하나다. 치어 1kg이면 5,000마리 가량 되는데 작년 치어 1마리의 가격이 4,000~5,000원이었으니 장어 몸값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김양식장으로 바다조업을 나가는 부부.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산책코스로 인기좋은 바람공원.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심원의 겨울은 김양식으로 분주하다. 갯벌 하부에 지주를 박아 그물을 치고 김을 키우는 지주식 양식으로 유기수산물인증을 받았다. 김양식은 9월경 포자를 키워 패각에 매다는 작업으로 시작되는데 12월 초가 되어야 첫 수확을 시작한다. 날씨가 너무 따뜻해도 안 되고 눈이 너무 많이 와도 안 된다.

작업은 겨울바다를 무대로 이루어지니 어민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갯벌에선 굴도 나온다. ‘뻘굴’이다. 바다로 일을 다니는 주민들이 굴을 껍질째 채취해 망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 껍질째 굽거나 찐 후 하나하나 까먹는데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마른 김으로 부각이나 장아찌 등을 만들고 물김으로는 국도 끓인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심원의 볼거리와 촬영명소로는 미당 서정주 시인이 탁배기 한잔 걸친 채 나룻배 타고 건너다녔다는 좌치나루터와 만돌마을 바람공원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황새가 날아온다는 폐염전 지역도 생태 탐조객들의 발걸음이 잦다. 코리아둘레길 서해랑길이 심원면을 관통한 후 선운사로 넘어가는데 화산마을에서 선운산 주봉 수리봉까지는 30~40분 거리에 불과하다. 화산마을에서 도라지조청을 생산하는 선운도원은 조청고추장 만들기 체험을 연중 운영한다. 

읍내에서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는 농어촌버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외국인들에게도 인기있는 선운도원 조청고추장 체험.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쪽지

자연산후계자활어집.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자연산후계자활어집은 간판이 없지만 늦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루는 숭어회 전문점이다. 겨울 한 철만 영업하는데 숭어를 뱃살, 아가미, 위, 껍질 등 다양한 부위로 나뉘어 내놓는다. 새싹과 어우러진 회비빔밥도 별미다.  063-563-8915

장어학교 063-562-9291 (장어구이) • 대농수산 063-564-8870 (장어)
갯마을수산 010-4601-2162 (지주식김) 
대영수산 063-563-2787 (뻘굴) 
하전수산 063-564-7523 (바지락) 

선운도원 063-564-1049 (조청고추장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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