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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소문난 먹거리촌 ⑩] 창원마산 오동동 복요리 거리
[소문난 먹거리촌 ⑩] 창원마산 오동동 복요리 거리
  • 노규엽 기자
  • 승인 2023.02.14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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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창원]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복요리 거리에 들어서면 복어 음식점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 거리에 자리한 복어 음식점은 20년 이상 된 예닐곱 집을 비롯해 20여 곳이 넘는다. 2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마산어시장과 맞붙어 싱싱한 재료를 사용하는 이곳에서 복어요리를 맛보며 미각에 즐거움을 선사하자.

최적의 복어 산지에서 즐기는 최고의 맛. 사진/ 여행스케치
여러 종류의 복어 중에 참복으로 끓인 국을 최고로 친다. 사진/ 여행스케치

1945년 마산어시장 주변의 한 식당에서 헐값에 팔리던 복어를 이용해 한 끼 식사로 재탄생시킨 게 오동동 복요리의 시작이다. 참복과 콩나물, 미나리를 넣고 끓인 국에 밥을 말아 손님상에 냈는데, 단골은 항구에서 일하는 바닷사람들과 시장사람들이었다.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한 그들에게 뜨끈하게 한 그릇 뚝딱 먹을 수 있는 복국은 인기 메뉴였다.

복어가 오동동에 자리 잡게 된 사연
과거 창원 마산만은 낙동강이 남해로 흘러드는 리아스식 해안에 위치해 최적의 복어 서식지로 손꼽혔다. 이 덕분에 마산은 참복을 비롯한 까치복, 밀복 등 다양한 종류의 복어를 이용해 여러 가지 요리를 조리할 수 있었다. 자연스레 이곳에서 복어요리를 맛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위협을 느끼면 몸을 부풀리는 복어의 모습을 보여주는 조형물. 사진/ 여행스케치
가까운 마산어시장의 싱싱한 재료로 조리한다. 사진/ 여행스케치

오동동 복요리 거리가 본격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발판은 197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마산수출자유지역을 방문하면서 지금의 복요리 거리에 자리한 복어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다녀간 후 사람들의 이목이 마산으로 집중됐고, 복어요리를 맛보려는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 골목에 복어요리 음식점이 하나둘씩 더 생겨났고, 대부분 식당들이 2대를 훌쩍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마산어시장 인근에 오동동 복요리 거리가 있다. 사진/ 여행스케치

이들 복요리 전문점들의 주 메뉴는 단연 복국. 육수에 복어, 미나리, 파, 마늘, 콩나물 등을 넣고 끓여내면 깔끔하고 시원하면서 깊은 맛이 남녀노소 누구라도 반할 수밖에 없는 맛을 자아낸다. 복요리 거리 형성 후 세월이 지나며 다양한 복어요리도 개발되어 회, 불고기, 튀김, 껍질무침, 수육 등이 생겨났다. 개별 요리마다 어울리는 복어의 종류도 다르고 조리법도 다른 것이 특색.

복어요리는 복국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진/ 여행스케치

복지리와 복매운탕 등 복국은 해장으로 인기가 높고, 그 외 다른 요리는 술안주로 많이 찾으니 숙취의 시작과 끝을 모두 책임져주는 음식이라 할 수 있겠다. 한편 여러 가지 복어요리 가운데 사라진 것도 있다. 양념에 잰 복어를 석쇠에 올려 참숯으로 구운 참숯 석쇠 불고기다. 일일이 굽는 과정이 번거롭다 보니 메뉴에서 빠졌고, 대신 냄비에 갖은 양념을 넣고 볶는 복불고기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복지리는 해장음식으로 주로 즐겨먹는다. 사진/ 여행스케치
복지리는 해장음식으로 주로 즐겨먹는다. 사진/ 여행스케치
새로이 개발된 요리 중 하나인 복불고기. 사진/ 여행스케치

치명적인 유혹의 맛을 지닌 복어
복어는 전 세계의 강 하류와 바다가 만나는 기수지역에서 주로 서식하며, 아시아권에서는 주로 한국 남부와 일본 중부 이남에 분포하는 어류다. 특유의 둥근 몸과 작은 지느러미 탓에 빠르게 수영할 수 없어서 유속이 완만한 곳이나 바닥 모래에 몸을 기대는 성향을 가졌다. 위협을 느끼면 물을 들이마셔 순식간에 배를 부풀리는데, 영어 명칭이 ‘퍼퍼(Puffer)’라 부르게 된 것도 물과 공기를 빨아들이며 ‘펍’하고 부풀어 오르는 데서 따왔다고 한다.

참복, 밀복, 까치복 등 복어의 종류는 다양하다. 사진/ 여행스케치

저칼로리, 고단백질, 저지방인 복어는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해 고혈압, 당뇨, 신경통 등 성인병에 좋다고 알려졌다. 간의 해독작용을 강화하는 함황 아미노산도 다량 함유하고 있어 해독 효능이 좋고, 혈액순환에도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중성지방이 없어 피부미용에도 탁월하다.

복어 껍질에 함유된 셀렌은 항암작용을 하고 남성의 정력도 보충해준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의서인 <동의보감>에도 ‘복어는 허한 것을 보하고 습한 기운을 없애며 허리와 다리를 편하게 해 치질을 없애고 살출을 하는 효과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어, 복어의 보양식으로서의 가치를 높게 사고 있다.

<동의보감>에는 복어의 보양식으로서의 가치가 적혀 있다. 사진/ 여행스케치

이처럼 풍부한 영양가 덩어리인 복어는 맛 또한 뛰어나다. 예로부터 전해지는 이야기에서도 짐작할 수 있는데. 중국의 시인 소동파는 복어를 두고 ‘사람이 한 번 죽는 것과 맞먹는 맛’이라고 극찬했다. 일본에도 ‘복어를 먹지 않은 사람에게는 후지산을 보여주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뛰어난 맛과 영양으로 동아시아에서는 예로부터 복어를 즐겨먹었지만, 잘못 먹으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복어의 간, 난소, 정소, 눈, 뇌, 근육, 창자, 피, 껍질에는 치명적 맹독인 테트로도톡신이 포함되어 있다. 그 독성이 청산가리보다 무려 5배에 달해, 복어 한 마리가 가지고 있는 독으로 무려 성인 30명 이상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복어에는 간의 해독작용을 강화하는 함황 아미노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사진/ 여행스케치

현재까지도 해독제를 못 만들 정도라서 독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복어를 먹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이렇게 위험하다보니 현재 복어를 손질해 먹는 건 전 세계에 한국과 일본 정도뿐이고, 두 나라 모두 복어 요리 자격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복어를 맛보려면 전문가가 손질한 재료로 만드는 전문점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가 독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고서야 맛볼 수 있기에 값비싼 고급 식재료로 취급받을 수밖에 없지만, 닭고기와 생선의 중간쯤 되는 쫄깃한 맛과 탕으로 끓이면 기름기 많은 생선과는 또 다른 담백한 맛을 내주기에 한 번 맛을 들이면 두고두고 생각이 날 수밖에 없기도 하다.

복어는 치명적인 독을 가지고 있어 독을 확실히 제거한 전문점에서 먹어야 한다. 사진/ 여행스케치

복요리 거리에서 즐기는 다양한 복어요리
고급 식재료인 복어를 안심하고 맛볼 수 있는 오동동 복요리 거리에 즐비한 복어 음식점에서는 동해 밀복, 서해 졸복, 까치복, 참복 등으로 복국, 복매운탕, 복수육 등을 정성스레 요리해 손님상에 내놓는다. 여러 복어 요리 가운데 으뜸은 참복국이다. 청정 해역에서 잡아 올린 참복은 즉시 급랭해 음식점으로 운반되고, 손님상에 나갈 때마다 자연 해동 과정을 거쳐 도마에 오른다. 최대한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참복국의 육수는 참복 대가리와 각 음식점이 가지고 있는 비법을 담아 만든다. 때문에 오동동 복요리 거리에서 참복국을 맛본 단골들은 “복국에 마약을 넣은 것 같으니 성분을 분석해야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처럼 국물을 한 수저 떠 입으로 가져가면 깔끔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오동동 복요리 거리의 전문점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비법으로 육수를 낸다. 사진/ 여행스케치

맑은 복국을 원하면 지리를, 얼큰하게 즐기고 싶다면 매운탕을 선택하는 재미도 있다. 진한 살코기 맛을 느낄 수 있는 수육과 부드러우면서 씹히는 맛이 일품인 껍질무침도 놓치기 아쉽다. 술안주로 안성맞춤인 복불고기와 별미인 튀김도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덧붙여, 복사시미를 취급하는 전문점을 찾게 된다면 비싼 값을 치루더라도 한 번 맛보는 것이 좋다. 복어 요리 중 최고가를 자랑한다는 복사시미는 매우 얇게 썰어낸 회를 접시에 한 겹으로 깔아 가격 대 질량비 최악의 음식이지만, 맛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얇게 썰린 복사시미는 미나리 등과 함께 먹기도 한다. 사진/ 여행스케치

복어를 얇게 써는 이유는 재료가 귀한 탓도 있지만 복어의 살에 콜라겐이 함유되어 있어 생선치고는 상당히 단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접시가 비칠 정도로 얇게 썰지 않으면 식감이 너무 딱딱해 먹기가 힘들다고 한다. 맛보다는 특유의 쫄깃쫄깃한 압도적 식감을 즐긴다고 표현하는데, 미세한 단맛과 싱그러운 담백함에 제대로 맛들리면 다른 회들은 못 먹는다고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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