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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월드 트래블] 국민여행지 중부 베트남에 가다, 다낭 & 호이안
[월드 트래블] 국민여행지 중부 베트남에 가다, 다낭 & 호이안
  • 이수호 여행작가
  • 승인 2023.02.14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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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 올드타운을 가로지르는 투본강 전경. 사진/ 이수호 여행작가

[여행스케치=다낭, 하노이] 최근 몇 년 사이, 베트남은 동남아 여행의 확실한 보증수표로 떠올랐다. 북부의 하노이와 하롱베이, 중부의 다낭과 호이안, 남부의 나트랑과 호찌민, 푸꾸옥섬 일대는 세계적인 휴양지가 됐고, 우리나라 여행자도 구름 떼처럼 방문한다. 이제는 국민여행지로 거듭난 베트남 중부의 다낭과 호이안을 둘러봤다.

뜨거운 열정의 도시, 다낭
베트남 다낭은 그야말로 국민여행지다. 우리나라 여행자들은 마치 제주도나 강원도를 찾듯 다낭으로 향한다. 엔데믹으로 전환한 뒤, 다낭 일대를 두어 차례 방문했는데, 현장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빠르게 회복하는 모양새다. 명소나 리조트, 레스토랑, 스파 등 어딜 가든 우리나라 여행자로 붐볐고, 한국말이 들려올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따사로움이 가득한 다낭의 미케비치. 사진/ 이수호 여행작가
미안비치에서 만난 선박 조형물이 이국적이다. 사진/ 이수호 여행작가

오랜 역사만큼이나 화려한 볼거리가 넘치는 다낭은 수도 하노이와 호찌민, 하이퐁에 이어 베트남에서 네 번째로 규모가 큰 도시다. 베트남 중부 최대 규모의 상업도시이기도 하다. 고대 참파 왕국의 거점으로 기능했고, 근대 이후에 무역항으로 명성이 자자했으며, 베트남전쟁 당시에는 미군의 군사적 요충지기도 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금 다낭은 베트남 최대 규모의 관광도시가 됐다. 재미있는 사실은 불과 10년 정도 사이에 상전벽해 수준의 변화라는 것이다. 해변을 따라 고급 리조트가 우후죽순 들어섰고, 골프 코스와 대규모 유원지가 생겨나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우리나라 여행자가 다낭 남쪽에 자리한 호이안, 그리고 북부의 후에 등과 묶어 관광과 골프, 호캉스 등을 즐기기 위해 다낭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화려한 금색 용으로 장식된 용다리(드래곤 브릿지). 사진/ 이수호 여행작가
고대 참파 왕조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 참 박물관. 사진/ 이수호 여행작가

활력 넘치는 다낭 여행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미케 해변 근처에서 시작한다. 다낭을 찾은 대부분의 여행자가 동쪽 미케 해변 근처에 자리한 리조트에 짐을 풀기 때문이다. 이후 자유여행이나 시티투어 등을 통해 도심을 기웃거린다. 그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듯 도심을 유유히 흐르는 다낭의 젖줄, 한 강의 용다리(Dragon Bridge) 주변으로찾아온다. 용다리는 급성장한 다낭을 상징하는 건축물로 다리 한가운데 장식된 황룡은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처럼 실감나게 건축했다.

근처에는 고대 참파 왕조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참 박물관이 있다. 당시 참파 왕조는 베트남은 물론 캄보디아 지역의 앙코르 왕국마저 점령했을 정도로 융성했다. 20세기 초반, 프랑스의 동아시아학회에서 설립한 참 박물관에는 대략 300여 점의 조각이 전시되어 있다.

분홍빛 외관이 인상적인 다낭 대성당. 사진/ 이수호 여행작가
다양한 물품을 파는 한시장의 풍경. 사진/ 이수호 여행작가
한시장에서는 다양한 의류를 구경할 수 있다. 사진/ 이수호 여행작가

우측에 한 강을 끼고 북쪽으로 걸어본다. 10분 정도 걸었을까, 좌측으로 유럽에서나 볼 법한 분홍색 가톨릭 대성당이 우뚝 서있다. 20세기 초반, 프랑스인이 세운 성당인데, 분홍색 파스텔 색조의 외벽 때문에 여행자 사이에서 ‘핑크 성당’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근처에는 여행자들이 사랑하는 쇼핑 명소, 한시장이 있다. 2층 규모의 실내형 재래 시장인데, 베트남에서 파는 기념품이 모두 이곳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상품 구색을자랑한다. 여행자는 특히 2층에 있는 의류 매장을 기웃거리면서 티셔츠나 원피스, 아오자이 전통복 따위를 구입한다. 이곳의 의류는 매우 저렴하면서 훌륭한 코디아이템이다.

우뚝 솟은 오행산. 사진/ 이수호 여행작가
오행산 내부에는 커다란 동굴 사원이 있다. 사진/ 이수호 여행작가
오행산 사원에서 기도하는 현지인의 모습. 사진/ 이수호 여행작가

다낭 남쪽에는 현지인들이 신성시 여기는 오행산이 있다. 산 전체가 거대한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있어 ‘마블 마운틴’이라고도 하는데, 전망대 루이선에 오르면, 오행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성스러운 오행산은 금속과 불, 물, 나무, 흙을 모티브로 명명됐다. 안쪽에는 큼지막한 동굴이 더러 있는데, 신성한 사원이 자리한다.

 

가장 베트남다운 도시, 호이안
다낭에서 차로 30분 내외, 남쪽으로 향하면, 고도 호이안에 닿는다. 현대도시 다낭과 달리 호이안은 중세의 시간에 멈춘 도시다. 예스럽고 감각적인 호이안 올드타운은 가장 ‘베트남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독 우리나라 여행자들의 사랑이 남다르다.

해질 무렵 호이안 올드타운의 풍경. 사진/ 이수호 여행작가
인력거를 끄는 모습은 호이안 올드타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사진/ 이수호 여행작가

호이안 올드타운 전체가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기에 개발의 손길이 전혀 없다. 그런 이유로 올드타운 일대는 몇 세기 전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올드타운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굵직한 명소가 더러 있는데, 호이안 특유의 옛 가옥을 엿보고 싶다면, 풍흥고가를 찾으면 된다. 16세기 후반에 지어진 집으로 호이안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기도 하다. 지금도 8대째 주인이 여행자를 반기고 있다. 풍흥고가는 전체적으로 베트남과 일본, 중국식 스타일이 조화롭게 버무려져 있기에 묘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호이안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 풍흥고가. 사진/ 이수호 여행작가
베트남 화폐 뒷면에도 새겨진 내원교(일본다리). 사진/ 이수호 여행작가
광조회관 입구. 사진/ 이수호 여행작가

근처에는 내원교(일본 다리)가 놓여 있다. 근대 일본인들이 지은 목조 지붕의 다리로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있다. 예전 일본인 마을과 중국인 마을을 연결하던 다리였는데, 12지신의 원숭이해부터 개의 해까지 지어져서 그런지 일본인 마을 방향에는 원숭이가, 중국인 마을 방향에는 개의 조각이 있다.

다리 중간에는 작은 사당이 있는데, 당시 사람들은 이곳에서 옛 선원들의 안전한 항해를 기원했다. 2만 동짜리 베트남 화폐 뒷면에도 새겨진 명소로 이곳에 오면, 여행자들이 화폐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

내원교를 건너면, 좌측에 광조회관이 나온다. 에도 막부가 쇄국 정책을 펴면서 호이안에 살던 일본인 무역상들은 본국으로 돌아갔고, 잠시 호이안은 쇠퇴기를 거친다. 이후 중국인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도시 분위기가 바뀌었다. 광조회관은 중국의 화교들이 세운 일종의 마을회관이자 ‘바다의 여신’ 티엔허우와 ‘재물의 신’ 관우를 동시에 모시는 사당이다.

올드타운에서 조금 떨어진 선착장을 찾으면, ‘바구니배’라는 특별한 탈것을 체험할 수 있다. 사공까지 총 세 명이 마치 큼지막한 바구니를 뒤엎은 모양의 배에 올라 투본 강 일대를 유람하며 다양한 퍼포먼스를 구경하는 프로그램이다. 사공이 좌우로 엉덩이를 흔들 때마다 배가 크게 요동치는데,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 아찔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투본강에서 바구니배를 타는 여행자들의 모습. 사진/ 이수호 여행작가
한층 낭만적으로 변모하는 투본강의 밤. 사진/ 이수호 여행작가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호이안 올드타운의 밤 거리. 사진/ 이수호 여행작가

호이안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저물녘부터 시작된다. 올드타운 곳곳에 은은한 홍등이 걸리면서 한층 낭만적인 장소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여행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쪽배에 올라 투본 강에 연등을 띄우며 소원을 빈다. 어둠이 내린 올드타운 안호이 다리 일대는 오색찬란한 연등으로 빛나는데, 이는 베트남을 대표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호이안의 밤은 낮보다 훨씬 아름답다.

 

Travel Tip. 베트남 다낭 & 호이안
비자 90일간 비자 없이 여행한다.
기후 베트남은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지형이기에 다양한 기후대가 존재한다. 중부의 다낭과 호이안 일대는 겨울철에는 비가 잦고 선선하다. 나머지 시즌은 화창하며 후텁지근하다.
언어 베트남어, 부분적으로 영어가 통용된다.
항공 대한항공과 베트남항공 등이 인천·다낭 노선을 연결한다. 비행시간은 4시간.

 

이수호 여행작가

15년차 여행전문 기자. 온라인에서 ‘기곰천사’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이다. 계획없는 여행을 선호하고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길 위에서의 불확실성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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