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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월드 트래블] 색다른 일본을 만나다. 오키나와 뚜벅이 여행
[월드 트래블] 색다른 일본을 만나다. 오키나와 뚜벅이 여행
  • 정은주 여행작가
  • 승인 2023.05.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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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츄라우미수족관의 돌고래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두마리의 돌고래가 즐거운 쇼를 펼친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여행스케치=오키나와] 눈부신 백사장과 연한 옥빛 바다의 조합이 비현실적인 정도로 아름다워 꿈인가 싶기도 하다. 결코 깨고 싶지 않은 달콤한 꿈을 꾸고 돌아왔다. 일본 최고의 휴양지 오키나와를 가다.

인천을 출발한 지 2시간 남짓 되었을까. 아스라이 보이던 섬들이 또렷해지고 비행기가 바다와 이어진 활주로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새파란 하늘과 쏟아지는 태양빛, 그 아래 펼쳐진 푸른 바다가 눈에 들어오며 비로소 오키나와에 도착한 것이 실감난다.

오키나와의 관문, 나하섬
독특한 문화와 이국적인 정취가 어우러진 오키나와는 일본인들도 꼭 한 번 가보고 싶어 하는 인기 휴양지이다. 본토에서 남쪽으로 한참 떨어져 있으며 160여 개의 수많은 섬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사람이 사는 유인도는 7개 정도이다. 보통 본섬인 나하섬 위주로 여행하는데 비행기나 페리를 이용해 외곽에 있는 섬들을 찾아가기도 한다.

코끼리를 닮은 오키나와 제일 절경인 만좌모.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오키나와에는 바다와 인접한 고급 리조트들이 많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오키나와의 관문인 나하섬은 남북으로 길게 뻗어 난 형태로 길이가 100km가 넘는 큰 섬이다. 크게 북부와 중부, 남부 지역으로 나뉘며 나하공항과 오키나와 현청이 있는 시내는 남부에 위치해 있다. 대중 교통으로 닿기 어려운 곳들이 많아 렌터카 여행이 선호되지만 뚜벅이 여행자나 초보 운전자라면 시내에서 출발하는 1일 버스 투어를 추천할 만하다. 츄라우미 수족관 등 유명한 명소들을 방문하며 무엇보다 장거리 운전에 대한 부담감을 덜 수 있다. 이번 여행 테마를 버스 투어로 잡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북부 버스 투어의 시작, 만좌모
나하섬 버스 투어는 대부분 나하 시청 인근에서 시작한다. 이른 주말 아침이었지만 이미 여러 대의 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8시 30분, 시간에 맞춰 출발한 버스가 1시간 남짓 달려 만좌모(万座毛)에 닿았다. 나하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제일 절경을 품은 곳이다.

바다에 접한 석회암석 단면이 침식 작용에 깎여나가 코끼리의 옆얼굴처럼 보이는데 절묘하게도 바닷속에 코를 넣어 물을 마시고 있는 형상이다. 햇빛과 비바람, 파도의 합작품이 이토록 놀라운 조각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어찌나 잘 다듬어 놓았는지 어느 쪽에서 봐도 영락없는 코끼리다.

뚜벅이 여행자라면 1일 버스 투어를 추천한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휴양지 분위기가 물씬한 오키나와.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만좌모란 이름은 18세기 초 오키나와에 세워졌던 류큐왕국의 쇼케이 왕이 ‘만 명이 앉아도 충분할 만큼 넓은 벌판’이라고 말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기암절벽 위로 너른 들판이 펼쳐져 있어 이름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앉고도 남아 보인다. 푸른 초원을 따라 탐방로가 잘 닦여 있어 해안 절벽을 산책하며 웅장한 경관을 담을 수 있다.

만좌모를 떠난 지 50여 분 지났을까. 물빛 고운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야가지 섬과 코우리 섬을 잇는 코우리 대교다. 나하섬 주변은 작은 섬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데 이 두 섬은 크고 작은 다리로 연결되어 쉽게 오갈 수 있다.

2005년에 개통된 총 2km의 코우리 대교는 북부 최고의 다리로 손꼽힌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아래 아담한 해변이 나타나는데,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 나들이 명소다. 비현실적인 정도로 아름다운 옥빛 바다에서 해수욕이나 피크닉을 즐기는 이들을 볼 수 있다.

바다를 가로질러 놓여진 코우리 대교.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눈부신 백사장과 옥빛 바다가 여행자를 유혹한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TRAVEL TIP.
렌터카 여행과 버스 투어

오키나와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려면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 가야한다. 국내운전면허증도 함께 지참해야 효력이 있다. 일본은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으며 좌측통행이기 때문에 주의해서 운전해야 한다. 버스 투어는 북부와 남부 지역을 각각 하루씩 둘러보는 코스가 일반적이며 상품에 따라 한국인 가이드가 동행하기도 한다.

오키나와에서 꼭 가봐야 할 두 곳
츄라우미 수족관은 북부 버스 투어의 메인 코스이자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이다. 오키나와 바닷속을 그대로 옮겨온 전시관은 수많은 볼거리로 넘쳐난다. 산호초들을 품고 있는 살아 있는 바다는 진귀한 풍경을 연출하며 한 번도 본 적 없는 희귀한 생물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곳에는 총 680종 이상의 해양생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 중 으뜸은 역시 고래상어이다.

고래상어가 유영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늘어선 관람객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바닷속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산호초 수조.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오키나와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츄라우미 수족관.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구로시오해’로 불리는 메인 수조는 고래상어를 보기 위해 늘어선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인다. 현존하는 어류 중 가장 큰 생물로 알려진 고래상어는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고래상어가 한 번씩 지날 때마다 여기저기 탄성이 흘러나온다. 또다시 감탄하는 소리에 돌아보니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큰가오리가 지나간다. 마치 우주를 유영하는 우주선 같은 신비로운 모습에 쉽게 눈을 뗄 수가 없다.

츄라우미 수족관이 자리한 해양박람회 기념공원에는 해양문화관과 열대·아열대 식물원, 열대드림센터 식물원과 에머랄드 비치 등 가볼 곳도 많다. 구석구석 둘러보고 싶었지만 공원이 워낙 큰 데다 수족관만 관람해도 시간이 부족해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버스에 올랐다.

야자수가 어우러져 휴양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아메리칸 빌리지. 
아메리칸 빌리지는 오키나와 속 미국인 마을이라고 볼 수 있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옛 미군 비행장 부지에 세워진 아메리칸 빌리지는 북부 버스 투어의 마지막 코스다. 크고 작은 리조트들이 모여 있으며 알록달록한 건물과 야자수가 늘어선 세련된 거리 풍경이 오키나와 속 미국을 실감케 한다. 아메리칸 빌리지에는 스테이크나 햄버거 가게들이 많은데 오키나와 곳곳에 미국적인 문화 요소들이 많이 스며들어 있다.

미군이 오랫동안 주둔하면서 끼친 영향이 크다. 오키나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과 미군이 참혹한 전투를 벌였던 격전지로 패전 이후 약 30여 년간 미군 점령하에 있었다. 1972년에 일본 영토로 다시 편입되었지만 지금도 나하섬의 약 15% 정도를 미군기지가 점유하고 있다.

아메리칸 빌리지의 노을. 해질 무렵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아름답기만 한 줄 알았는데 이면에 이처럼 아픈 역사가 배어 있다. 아메리칸 빌리지 인근 선셋 비치는 일몰이 유명한데 저녁 무렵이면 해안가 식당과 카페마다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멋진 노을을 놓칠 수 없어 버스 투어를 마친 후 아메리칸 빌리지에서 하룻밤 묵어가기로 했다.

하늘과 바다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선셋이 지나면 오색찬란한 밤이 시작된다. 깜깜한 밤을 밝히는 야경은 놀이공원에 온 아이 마냥 마음을 들뜨게 하고 오키나와의 하루가 로맨틱하게 저물어 간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슈리성. 성을 둘러싼 성곽이 높고 견고하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중국과 일본 본토의 영향을 받은 슈레이몬. 슈리성과 이어져 있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슈리성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나하 시내.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류큐왕국의 흔적을 쫓아
나하 시내는 유이레일이라 불리는 모노레일을 이용하면 편하다. 슈리성은 1879년 오키나와가 일본에 병합되기 전까지 약 450년 간 이어져 온 옛 류큐왕국의 왕성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으며 2019년에 화재로 정전(세이덴) 등 주요 건물들이 소실되었지만 복원 과정을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여전히 문을 열어두고 있다. 완전히 불타 버린 세이덴을 보면 동병상련의 아련함이 밀려온다. 다음에 방문했을 때는 굳건하게 재건된 세이덴을 볼 수 있기를 소리 없이 빌었다.

류큐왕국이 발전시켜 온 독자적인 문화와 류큐인들의 역사를 자세히 살펴보고 싶다면 현립박물관에 가보길 권한다. 본토와는 다른 여러 생활 문화들을 엿볼 수 있다. 버펄로가 논을 갈고 있는 모습이나 살이 썩은 시신의 뼈를 씻어 다시 묻는 장례 풍습 등 오키나와의 생생한 역사를 만나게 된다. 본토에서 유명한 전통악기 샤미센도 오키나와의 삼선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전설의 동물 시샤. 행운을 가져다주거나 액운을 내쫓는 수호신 역할을 한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국제거리의 활발한 밤거리.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낮이나 밤이나 활기가 넘치는 국제거리는 여행을 마무리하는 장소로 알맞다. 맛있는 음식과 주전부리, 갖가지 기념품과 상품들을 판매하는 숍들이 즐비하며 오키나와 특산품인 우미부도(바다포도)와 고야(여주)로 만든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샤샤는 두 마리가 한 쌍으로 붙어 다니는데 암컷과 수컷의 입모양이 다르다. 하나는 입을 벌려 복을 가득 받아들이고, 다른 하나는 들어온 좋은 기운이 나가지 않게 입을 꾹 닫고 있다.

오키나와를 떠나기 전 나하공항 근처에 있는 세나가 섬에 들러 우미카지 테라스의 한 카페에서 여유로운 브런치를 즐겨본다. 일본과 동남아 그 어디쯤에 있는 오키나와.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하기를.

세나가 섬에 있는 우미카지 테라스. 카페와 소품숍 등이 모여 있으며 공항과 가까워 첫날이나 마지막 날 들르기 좋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오키나와 특산품으로 만든 디저트.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오키나와의 특산물인 우미부도(바다포도)를 얹은 파스타. 입 안에서 톡톡 터지며 해초 특유의 풋풋함을 맛볼 수 있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Travel Information
일본 오키나와

비자 관광객들은 90일까지 무비자 입국이 허용된다.
기후 연간 평균 기온이 20도를 넘는 아열대 기후를 갖고 있다. 4월부터 10월 중순까지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항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제주항공이 직항 편을 운행한다. 비행 시간은 약 2시간 10분 소요된다.
전압 100 볼트를 사용하며 돼지코라 부르는 11자 모양 콘센트 플러그나 멀티 어댑터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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