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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여수 개도 사람길
여수 개도 사람길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7.11.15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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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굼틀거리며 용솟음치듯 놓인 옛길
여수 개도 배성금의 비렁과 청석포가 삼각형의 띠를 형성해 바다를 모아둔 모습을 하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여수] 다정함을 시기하는 걸까? 둘이 걷기에는 확연히 비좁은 전남 여수 개도의 사람길은 아쉽지만 한 사람씩 줄을 지어 걸어가야 하는 코스가 많다. 아직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한적하고 여유롭게 걷는 즐거움이 있다.

섬 여행은 같지만 다른 두 번의 설렘이 있다. 섬을 오가는 동안 유람선에서 섬 전체를 천천히 바라볼 기회가 그것이다. 배에서 바라보는 개도 '비렁(낭떠러지)'은 섬에 띠를 두르고 있는 형상이며, 곳곳에 바위를 뚫고 우뚝 선 소나무의 기개가 놀랍기만 하다. 개도가 보여주는 자연의 오묘함을 두고 현지인은 ‘섬사람들의 질퍽한 향기를 대변해 주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주위의 작은 섬을 거느린, 개도(蓋島)
섬에 다가갈수록 큰 산 밑에서 자주 만나는 것이 낚싯배이다. 개도는 낚시 마니아가 많이 찾는 곳이다. 김연봉 개도 사람길 관리인(개도 전 이장)은 "개도 남쪽 2km 해상의 해고여에는 등대섬과 작은 섬이 있는데, 감성돔을 잡는 강태공들의 갯바위 낚시터로 유명하다"고 설명한다. 이 밖에도 개도 주변의 작은 섬이나 갯바위에서 낚시하는 강태공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여수 개도로 낚시를 즐기러 온 강태공들. 사진 / 조용식 기자

여수에는 유인도 48개와 무인도 317개 등 총 365개의 섬이 있다. 여수에서 네 번째로 가장 큰 섬 개도. 개도는 주위에 작은 섬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뜻으로 덮을 개(蓋), 섬 도(島)를 쓰고 있다. 

개도가 고향인 김명식 여수앤썸 이사는 “개도의 매력은 아직까지 사람의 발길이 많지 않아 한적하고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개도 사람들이 미역을 따고, 갯것을 채집하고, 소 먹일 풀을 뜯고, 망태 들고 지게 지고 오가던 옛길이 연결되어 ‘개도 사람길’이라는 트레킹 코스로 선을 보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Info 여수앤썸
여수지역의 섬 여행을 중심으로 상품을 개발하는 전문여행사. 개별, 단체, 연수, 트레킹 동호회 등을 대상으로 개별, 단체여행을 모집한다. 문의 010 4005 4897 

‘개도 사람길’은 2개 코스로 나뉜다. 1코스(화산항선착장~호령마을 4.5km, 2시간 소용)는 화산항선착장에서 출발하여 오른쪽으로는 바다, 왼쪽으로는 해풍산을 끼고 있으며, 해안길과 시골길 모두를 감상하기 좋은 코스다.

600m 길이의 몽돌해수욕장. 사진 / 조용식 기자
쫄깃쫄깃한 식감의 개도 참전복. 사진 / 조용식 기자
개도 막걸리. 사진 / 조용식 기자

생태탐방로를 따라 시작되는 1코스는 산책길 사이사이로 시원한 바다 풍경을 감상하기 좋다. 여석마을로 향하는 길에 만나는 참전복 양식장. 쫄깃쫄깃한 맛으로 유명한 개도 전복은 ‘개도 사람길’ 완주 후에 개도 막걸리와 함께 맛보기로 했다.

여석마을을 지나면서 멀리 꽃 섬 하화도가 보인다. 최근에 새로 조성한 구름다리와 함께 빼어난 산세를 자랑하고 있다. 여석삼거리를 지나 모전마을로 가는 길에 만나는 몽돌해수욕장. 600m가량의 길이가 온통 몽돌로 뒤덮여 있어서 잠시 쉬었다 가는 것도 좋다.

김명식 이사는 “모전자갈밭에서 말린 멸치는 태양광과 몽돌의 열로 말려 건조되기 때문에 반듯하고 윤기가 흐른다”며 “몽돌해수욕장을 따라 바다를 향해 길게 뻗어 있는 육고여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일몰은 장관”이라고 마을 사람만 아는 길을 소개해 준다. 이 길이 ‘개도 사람길’에서 빠진 이유는 데크 설치에 따른 자연경관 훼손과 위험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여수시의 설명이다. 
 
굽이굽이 굴곡 심한 인생길 같은 2코스
개도 바다의 비렁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2코스(호령마을~배성금 3.14km, 1시간 50분)은 호령마을에서 시작을 한다. 시작부터 오르막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험난함이 예상되는 코스다. 

개도 사람길 2코스의 비렁길을 걷고 있는 여행자들. 사진 / 조용식 기자
2코스에 접어들면서 길 안내를 위한 등산 리본 안내가 많지 않아 길을 잘못드는 경우도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여유롭게 걷던 1코스에 비해 2코스는 두 사람이 걷기에는 살짝 비좁은 길이다. 그 이유는 섬사람들이 걷던 옛길 그대로를 조성했기 때문. 길을 걷다 보면 바닷가로 직접 내려갈 수 있는 데크도 만날 수 있다. 잠시 내려가 바닷물에 손을 담그거나 암석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틈틈이 돌로 산성을 쌓은 모습이 보인다. 2코스는 유난히 돌이 많다. 데크나 옛길을 걷다 보면 ‘낙석주의’를 알리는 푯말이 있으니 항상 주의해야 한다. 아직은 평탄한 길이라고 설명하는 김연봉 개도 사람길 관리인은 “전망대를 지나면 그때부터 가파르게 산을 둘러가는 난코스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망대 바로 앞에는 2개의 바위로 이루어진 등대섬과 해고여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 섬 주변에는 항상 낚싯배가 떠 있다. 이곳은 앞서도 이야기한 감성돔 낚시 포인드로 유명하다. 전망대에 설치된 망원경을 통해 멀리 우주선 발사대,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이 있는 고흥 외나로도가 보인다. 

등산화를 재정비하고 굽이굽이 굴곡이 심한 인생길을 향해 발을 내디딘다. 길은 여전히 한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외길이며, 데크에는 위에서 떨어진 낙석으로 인해 통행에 불편하다.

데크 주변에는 ‘낙석주의’라고 적힌 안내판이 있다. 해풍이 이리저리 가지를 뻗은 나무들 사이로 등산로 같은 길이 있다. 그러나 안내판이나 산악회의 등산 리본이 많지 않아 일부 등산객은 알바(길을 잘못들어 되돌아 옴)를 하기도 했다. 

큰 바위에 파란색 페인트로 된 이정표 표시는 빠른 시간내에 등산로 이정표로 대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개도 청년회와 진해 산오름 산악회가 달은 등산 리본이 길 안내를 도와주고 있다. 

다도해의 아름다운 광경이 발아래 펼쳐지다 
화산항과 봉화산 정상으로 나뉘는 갈림길을 만난다. 봉화산 정상까지는 길도 가파르고 돌이 많아 로프를 잡고 올라가야 한다. 봉화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모습을 담기 위해 봉화산 정상에 올라갔다 내려오기로 했다. 

봉화산 정상에서 바라본 다도해 국립공원의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봉화산 정상과 화산항으로 갈라지는 갈림길 안내판. 사진 / 조용식 기자
굽이굽이 외길로 펼쳐진 트레킹 코스. 사진 / 조용식 기자
트레킹 코스 표시가 바위에 화살표로 되어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등산길 곳곳에는 멧돼지의 흔적이 여러 곳 보인다. 따라서 정상을 갈 때는 혼자 올라가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 좋다. 정상까지는 나무 사이로 묶여 있는 로프를 이용해서 올라간다. 위에서 떨어진 낙석들을 밟아가며 올라가기 때문에 미끄럼에도 주의해야 한다. 

드디어 정상. 역시 정상에서 바라다보는 풍경은 환상적이다. 정상에서 만난 이계현씨(부산)는 “휴가 때마다 여수의 안 가 본 섬을 가고 있다. 여수의 사도, 낭도, 금오도 비렁길 등을 다녔으며, 이번에 개도 사람길에서 일정 조금 남으면 여자도를 다녀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제 화산항을 향해 걷는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땀으로 범벅이 된 몸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시원한 바람은 한참을 우리 곁에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한눈에 들어오는 배성금과 청석포 해수욕장이다.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그 비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배성금의 비렁과 청석포가 삼각형의 띠를 형성해 바다를 모아둔 모습이다. 왼쪽으로는 개도 상수도용 저수지가 있다. 

청석포 해수욕장은 앞에 펼쳐진 바다가 망망대해의 거센 파도를 직접 받는 곳으로 돌의 색깔이 푸른빛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청석포의 매력은 너른 바위에서 자연에 심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반듯반듯하게 돌을 떼어 온돌의 구들장으로 사용했으나, 지금은 보일러 등으로 수요가 사라졌다고 한다. 바다 가까이에는 텐트를 치고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배성금에서 마무리되는 2코스는 신흥마을과 화산마을을 지나 여수로 되돌아갈 화산항선착장으로 이어진다. 멀리 월항마을에 해안길로 데크가 조성된 모습이 보인다. 바로 ‘개도 사람길’ 3코스 구간이다. 조만간 완공될 3코스에는 어떤 비경들이 숨어 있는지를 기대해 보며 화산항으로 발길을 돌린다.

개도 가는 길

바다에서 바라본 개도 전경. 사진 / 조용식 기자

여수여객선터미널
여수 출발 06:10, 09:50, 14:50(동계 14:20) 1일 3회
개도 출발 08;10, 11;40, 17;00(동계 16;35) 
소요시간 1시간, 요금 9600원 승용차 2만5000원 RV 3만원
문의 주)신아해운 061-665-0011

화정면 백야도 선착장
백야도 출발 06:55, 08:00(화산 경유), 11:30, 14:50 1일 4회
개도 출발 07:20, 10:30, 14:00(화산 경유), 17:20(동계 17:05)
소요시간 25분, 요금 4000원
문의 주)태평양해운 061-686-6655

마을버스 정보
화산항에서 출발하는 마을버스는 하루 7번 운행한다. 
화산항 출발시간 
07:31, 08:20, 10:48, 13:35
하절기 오후 15:56, 16:20, 16:43
동절기 오후 15:30, 15:55, 16:14 

화산회식당

매일 신선한 감성돔, 활어회, 전복, 숭어, 매운탕 등을 잡아 직접 회를 만들어 준다. 개도 막걸리와 함께 곁들이면 더욱 좋다. 
주소 전남 여수시 화정면 개도리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12월호 [특집 한걸음 더 다가가는 여행 - 여수]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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