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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걸어서 행복한 여행] 연강 나룻길 여행
[걸어서 행복한 여행] 연강 나룻길 여행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7.12.04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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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인상 깊은 명품 조망 코스
연강 나룻길은 임진강을 조망하며 걸을 수 있는 총 연장 10km 내외의 걷기코스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연천] 북한에서 발원하여 연천을 통해 남한으로 물길을 들여놓는 임진강. 남북의 비무장지대를 지나온 강은 깨끗이 정화된 천연의 물줄기를 한강으로 이어간다. 이에 연천군에서는 임진강 주변에 보존된 맑은 공기와 자연에 흠뻑 젖으며 걸을 수 있는 연강 나룻길을 조성해놓았다.

연강은 임진강의 옛 이름이다. 이 이름은 조선시대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이 그린 <연강임술첩>에 기인한 것으로, ‘물결이 일다’라는 연천의 연(漣)을 따서 붙였다고 한다. 북에서 남으로 흘러오던 임진강이 연천에 이르러 서쪽으로 흐름을 바꾸니, 급하게 구비를 도는 강줄기의 사뭇 다른 모습에 반해 연천을 지나는 임진강 구간을 연강이라 따로 지어 불렀다는 이야기다.

약 300년이 흘러 연천군에서 굽이치는 임진강을 조망할 수 있는 걷기 코스를 조성했으니, 이것이 곧 연강 나룻길. 두루미테마파크에서 옥녀봉을 거쳐 중면사무소까지 이어지는 약 7.7km의 횡단 코스와 로하스파크에서 시작해 옥녀봉으로 곧장 오르는 약 1.4km의 길이 있어, 일정에 맞게 코스를 조절할 수 있는 총 연장 10km 내외의 걷기 코스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을 보전해야할 길
연강 나룻길의 매력을 놓치지 않으면서 가장 빠르게 걸을 수 있는 코스는 로하스파크에서 시작해 두루미테마파크까지 연결하는 것이다. 총 구간 약 5.1km의 산길이지만 경사가 심하지 않고 주로 임도로 길이 이어져 두 시간 남짓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다.

왼편의 숫자 표지판은 항공기 등이 실수로 북한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알려주는 표시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시작점인 연천 로하스파크는 전통한옥과 펜션, 농산물 생산단지, 생태습지원 등을 갖춘 테마파크이다. 건강한 삶과 환경 보존을 동시에 추구하는 로하스(Lohas)의 의미에 맞춘 농촌휴양단지로, 연강 나룻길의 시작점으로 알맞은 장소다.

로하스파크 입구에서 길 건너편으로 연강 나룻길의 시작점임을 알리는 표식이 세워져 있다. 그 앞에 보이는 것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가파른 경사길. 시작부터 비명을 지를 사람도 있을 만하지만, 잠시만 오르면 끝나는 오르막 구간이니 걱정할 것은 없다.

연강 나룻길은 김포ㆍ고양ㆍ파주ㆍ연천의 민통선을 따라 조성한 평화누리길 12코스와 거의 비슷하게 이어진다. 윤동선 연천군 전략기획팀장의 말에 의하면 “기존 평화누리길이 연강의 모습을 조망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면이 있어, 추가로 갈래길을 조성해 보완한 것이 연강 나룻길”이라는 것. 덕분에 두 걷기코스의 이정표 중 어느 것을 따라가도 되니 길을 헷갈릴 염려는 전혀 없다.

이정표를 세워둔 모양새도 최소한의 필요에 맞춰 조성한 눈치라, 환경파괴를 줄이려했던 모습이 엿보인다. 다만 아쉬운 점은 길가에 드문드문 보이는 쓰레기들. 인근 주민들이 농사를 위해 오가며 흘린 것일 수도 있겠지만, 길을 걷는 사람들의 소행임이 의심되는 물병, 술병 등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연강 나룻길은 오랜 세월동안 민간인 통제선 안에서 환경이 보호되었던 지역이다. 걷기코스가 열렸다고 해서 자연이 훼손되는 일은 없도록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계도가 필요해 보인다. 물론 이 길을 걷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흔적을 남기지 않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팅맨과 겸재 정선을 만나다
연강 나룻길은 콘크리트 임도와 흙길 임도가 적절히 섞여있다. 덕분에 발걸음도 가벼우면서 낙엽길의 운치도 즐길 수 있다. 중간중간 마을로 내려서는 길을 제외하고는 거의 외길로 이어지지만, 옥녀봉으로 향하는 중간 즈음, ‘현무암지대’로 연결되는 평화누리길의 ‘통일이음길’이 나온다.

북한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있는 그리팅맨. 사진 / 노규엽 기자
옥녀봉에서는 북한의 산줄기와 남으로 흘러내려오는 임진강 줄기를 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다 서쪽으로 방향을 트는 임진강이 조망되는 개안마루의 전경. 사진 / 노규엽 기자

이 또한 연강 나룻길의 코스이기도 하나 이 길을 택하면 옥녀봉을 오를 수 없다. 로하스파크나 중면사무소를 기점으로 삼아 원점회귀를 할 때 이용할 만한 길이다.

첫 번째 거점인 해발 205m의 옥녀봉은 연천 군남면 옥계리와 삼곶리의 경계에 솟은 봉우리다. 인근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만큼 주변 경관과 북측의 임진강이 자세히 조망된다. 그리고 옥녀봉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사하는 사람(그리팅맨)’도 만날 수 있다. 

‘인사는 모든 관계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아 제작된 유영호 작가의 ‘그리팅맨’은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 서로 다른 정치적 신념이나 종교, 국가와 인종의 벽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자는 문화적인 행위가 담긴 작품이다.

2012년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 처음 세워졌고, 국내에는 강원도 양구의 해안마을(펀치볼마을)과 제주도 서귀포에도 세워져 있다. 그 외 북미와 남미의 연결부인 파나마시티에도 있으며, 향후로도 세계 전 대륙을 대상으로 겸손과 존중,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세워질 작품이다. 

연천의 그리팅맨은 우리에게 있어 더 중요한 의미를 하나 더 가지고 있다. 10m에 이르는 높이로 세워진 그리팅맨이 북쪽을 향해 정중히 인사하고 있는 것. 유영호 작가는 통일이 되면 북쪽에도 남쪽을 향해 인사하는 그리팅맨을 세워 남과 북이 상호 존중을 표하도록 작품의 경계를 넓힐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옥녀봉을 내려서면 개안마루로 향한다. 개안마루는 서쪽으로 굽이치기 시작한 임진강 물줄기가 조망되는 곳으로, 경치가 워낙 뛰어나 장님도 눈을 떴다는 의미가 담긴 곳이다. 코스에서 잠시 벗어나야 하지만, 그 풍경을 놓치고 지나칠 수는 없는 법. 또한 개안마루 전망대에서는 겸재 정선의 그림도 함께 볼 수 있다.

연강의 이름이 시작된 <연강임술첩>에는 <우화등선(羽化登船ㆍ우화정에서 배를 타다)>과 <웅연계람(熊淵繫纜ㆍ웅연나루에 배를 대다)> 등 2점의 그림이 담겼다고 한다. 겸재 정선이 이곳 연강에서 유람을 즐기며 그린 그림이다.

풍류를 즐기는 것이 선비들의 큰 관심사였던 1700년대 당시, 양천 현령으로 있던 정선을 경기도 관찰사 홍경보가 임진강 풍류에 초청했고, 마침 연천 현감으로 있던 시인 신유한이 자리를 함께 했다. 흥이 오르자 홍경도 관찰사가 노래를 부르고, 신유한은 시를 짓고, 정선은 그림을 그렸다는 것. 그만큼 당시 선비들도 연강의 풍치를 높이 샀다는 일화다.

유유히 흐르는 연강의 모습과 함께 개안마루에서 볼 수 있는 정선의 그림은 <웅연계람>. 약 300년의 시간 차이 때문인지 현재의 모습과 사뭇 다르지만, 정선의 그림과 현재의 모습을 교차하여 보기 좋다.

군데군데 부족치 않은 조망이 열려
연강 나룻길 최고의 조망처들을 모두 둘러봤지만, 연강 나룻길의 매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옥녀봉의 높이가 200m 정도로 낮은 편이지만, 마찬가지로 주변 산세도 낮은 구릉지가 이어져 걷는 내내 산 아래 경관이 심심치 않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연강 나룻길의 종착지 중 한 곳인 군남홍수조절지의 댐. 사진 / 노규엽 기자

연강 나룻길을 걷는 내내 드문드문 보이는 댐의 모습도 포인트. 북에서 내려오는 수량을 조절하는 군남홍수조절지의 댐으로, 종착점인 두루미테마파크 근처에 있는 댐이다. 

종착지가 가까워지는 것을 눈으로 보며 걸으면 금세 ‘산능선전망대’에 닿는다. 큰 나무 한 그루 아래 쉼터가 조성되어 있는 이곳이 연강 나룻길의 마지막 조망터. 한층 가까워진 군남댐과 임진강 물길을 아쉬움 없이 눈에 담자. 이후 10분 정도만 내려오면 두루미테마파크가 나오며 연강 나룻길 여행이 끝난다.

Info 연강 나룻길 여행

산능선전망대에 마련된 쉼터. 사진 / 노규엽 기자

DMZ 전문 여행사 ‘DMZ관광주식회사(대표 장승대)’에서는 김포ㆍ파주ㆍ연천에 이르는 DMZ 관련 관광상품들을 개발하고 있다. 그 중 ‘연강 나룻길 여행’은 연강 나룻길 탐방과 태풍전망대, 연강갤러리, 숭의전을 탐방하는 당일 코스이다. 중간에 옥계3리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계절에 따른 지역 특산물로 만든 식사를 맛볼 수 있으며, 참가자들을 위한 반짝 장터도 마련되어 있어 옥계리 주민들이 직접 만든 농산물 등을 믿고 구매하는 기회도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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