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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8월호
도심 속 낙원! 순천만 국가정원 하루 여행
도심 속 낙원! 순천만 국가정원 하루 여행
  • 황소영 객원기자
  • 승인 2018.05.08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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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에서 순천, 그곳에 가면 다른 세상이 있다
멀리서도 눈에 보이는 호수정원과 봉화언덕. 사진 / 황소역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순천] "거리가 멀어지고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멀리서 무언가 속삭이죠. 마음속의 안식처, 그곳은 또 다른 낙원…" 순천만국가정원에서 노래한 크로스오버 중창단 ‘포레스텔라’는 “이곳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라며 <My eden>을 불렀다. 순천만정원은 도심 속 또 다른 세상, 풋풋한 동화가 펼쳐지는 곳이다.

5월, 특히나 꽃이 만발해 아름다운 순천만 국가정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길을 잃고만 싶은 아름다운 정원들
동문 입구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곳은 우측의 호수정원과 봉화언덕이다. 여수에서 제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그 풍경이 내려다보일 정도니까.

대부분의 공연도 이 봉화언덕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다. 빙글빙글, 뜨거운 햇살이라도 내리쬘라치면 돌고 돌아 언덕을 오르는 일이 쉽지 않다.

장미정원과 미로정원, 또 관람객의 발길이 뜸해 오히려 더 좋은 갯지렁이갤러리와 도서관도 동문 오른쪽에 있다. 한 번 더 안내도를 살핀다.

그림이 예쁜 오른쪽으로 가기로 한다. 호수에 반영을 그리며 흔들흔들 춤을 추는 봉화언덕 쪽으로….

나무데크를 따라 여러 정원들을 구경하기 좋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한때 카페였던 프랑스정원은 낭트예술대학의 분교가 되었다. 수업 중이니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 문구가 수문장처럼 차갑다.

한방체험센터 옆 힐링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일렬로 늘어선 창밖으로 분주히 꽃길을 오가는 관람객들의 모습이 보인다.

서둘러서도 안 되고 서둘 필요도 없다. 어차피 한 번에 모두 보긴 힘든 곳이다. 유모차를 끌고 온 가족과 ‘인생샷’을 찍겠다는 여대생들 틈으로 짙은 커피향이 맴돈다.

튤립이 만발한 순천만 정원의 모습.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무진의 안개를 찾아 서성이던 짠내 섞인 기억
물에 떠 있는 미술관 ‘꿈의 다리’를 건넌다. 설치미술가 강익중과 순천시민, 또 세계 어린이 등이 그린 14만여 점의 그림으로 꾸며진 인도교다. 다리를 건너 나오면 이제부터 서문지구다.

‘하늘택시’로 불리는 스카이큐브를 타고 순천문학관으로 향한다. 최대 6인 탑승이라 혼자 온 이는 원치않아도 ‘합승’을 해야 한다.

맞은편 승객들의 달뜬 목소리를 뒤로 하고 시선을 돌린다. 정원역에서 문학관역으로 가는 길, 동천 너머로 기다란 산능선이 보인다.

광양 백운산이려나. 신선대~상봉~억불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섬진강을 등지고 거대한 벽처럼 서있다.

10여 분 후면 문학관역에 닿는다. 버스처럼 돌아갈 시간이 정해진 건 아니다. 초가지붕으로 장식한 순천문학관은 역에서 지척이다. 김승옥관에 먼저 들른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함께 해도 좋은 순천만 정원 산책.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의 안개를 보기 위해 순천에 온 적이 있었다. 벌써 20년도 더 전의 일이다. 버스를 타고 종점에 내렸을 땐 뉘엿뉘엿 해가 질 때였다.

그때의 나는 텅 빈 대대포구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마치 김승옥이 말한 무진의 안개와도 같았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놓았다.”

나는 순천으로부터 떼어진 상태였다. 처음 와본 곳이었고, 아는 이도 없이 세상과 단절된 채 어둑한 바닷가 습지에 버려졌다.

<무진기행>을 읽은 사람들은 성지를 돌 듯 그렇게 한 번씩 순천을 서성이곤 했다. 어쩌면 그때의 나를 당혹케 했던 그곳이 지금의 이 자리인지도 모른다.

아니어도 상관은 없다. 어쨌든 나는 순천에 있고, 강 너머로 바다와 연결된 포구가 흐릿한 짠내를 내며 이어지고 있었으니까.

일 년 내내 아름다움으로 위로를 전하다

스카이큐브를 타고 다시 정원으로 돌아온다.

뜨거운 볕이 쏟아지는 꽃밭 한 귀퉁이에 서서 바람을 간절히 불러본다. 볕은 뜨겁고 바람은 침묵 중이다.

동문으로 들어와 서문으로 나갈 참이다. 가방 속에서 구깃댄 안내도를 보니 한국정원 뒤쪽이 온통 진초록이다. 가깝게는 철쭉정원뿐이지만 그 곁에 편백숲길, 가을숲길, 남도숲길, 사색의 길 등이 놓였다. 꽃의 화려함을 초록의 숲이 잠시 눌러준다.

빙글빙글 올라가는 봉화언덕.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바람을 간절히” 원하는 게 무진의 안개라면 이 숲은 저절로 바람을 일으킨다. 피고 지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정원의 꽃은 1년 내내 멈추지 않는다.

튤립과 철쭉과 유채가 지고 나면 작약과 장미가 피고, 여름엔 수국, 백합, 해바라기, 맥문동이, 가을엔 꽃무릇, 코스모스, 핑크뮬리, 국화 그리고 늦가을 볕에 유독 더 빛을 발하는 갈대가 있다.

겨울조차도 이 정원은 온전히 꽃이다. 복수초와 동백 등이 싸늘한 계절에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를 전해주니 말이다.

국제습지센터를 우측에 두고 ‘빛의 서문’을 벗어난다. 이름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꽃향기가 그림자처럼 따라붙다가 도로로 발을 내딛는 순간 감쪽같이 사라진다.

낮은 담 너머는 화려하게 채색된 계절이다. 도시와는 다른 세상, 순천만정원에서의 산책은 한낮의 달콤한 꿈 또는 어릴 적 읽던 동화와도 같다.

원데이 순천 여행 레시피
① 순천만국가정원의 랜드마크 격인 봉화언덕은 지구 동문 호수정원 가운데 있다.
② 풍차가 있는 네덜란드 정원은 튤립이 피는 봄에 가장 인기가 높지만, 튤립이 지고 없는 지금도 아름다움엔 변화가 없다.
③ 순천의 대표 먹거리는 순천만 인근의 짱뚱어탕과 꼬막 정식 등이다. 
④ 인공적으로 조성된 정원은 이제 도시의 일부가 되었다. 시민과 관광객이 어울려 사계절 내내 하나의 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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