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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동호회탐방] 수면을 스치는 전율! 수상 레포츠
[동호회탐방] 수면을 스치는 전율! 수상 레포츠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4.09.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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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수면을 뛰어 올라 하늘과 맞닿은 자유, 수상레포츠 웨이크보드.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수면을 뛰어 올라 하늘과 맞닿은 자유, 수상레포츠 웨이크보드.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여행스케치=가평] 동호회 특유의 알력과 텃세도 없다. 수상레포츠를 즐긴다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친구이자 동지가 된다. 청평에 있는 <미원 레포츠>에서 수상스키와 보트타기를 즐기는 사람들을 만났다.

주말이면 살인적으로 차가 밀려드는 경춘가도 때문에 새벽부터 서둘렀다. 뭔가 색다른 것을 하러간다는 느낌만으로도 마음이 설레었다. 그 마음을 시샘하기라도 하듯 청평호에 짙게 깔려있던 물안개가 도로 위로 살며시 다가와 지나가는 차들을 방해하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웽 하는 모터보트 굉음소리가 들렸다. 어느 성급한 스키어가 벌써부터 바람몰러 나왔나보다.

두근 반 세근 반. 목적지에 다와간다. 너무 일찍 왔나 했었는데 벌써 여남은 회원들이 도착해 수상스키를 즐기고 있었다. 누군가 멋지게 타는 모습을 촬영하고 싶었는데 드디어 한사람이 나타났다. 수상스키 경력 3년, 이제 막 물 위에서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는 조인수씨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수상스키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 입술에 긴장감 마저 보인다.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수상스키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 입술에 긴장감 마저 보인다.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우당탕탕. 초장부터 앞으로 구르고 뒤로 구르고. 스타일이 구겨졌다며 미소 띤 입가에 경련마저 일었다. 기자가 카메라까지 들고 있다는 사실에 사뭇 긴장했는지 초장부터 잘 안 되는 모양이었다.

“수상스키도 엄연한 운동이라서 멈추면 제자리예요. 4월부터 10월까지 하는데 일주일에 2번 정도 한 시즌을 타고 나면 실력이 금방 늘어요.” 미원의 제일 어린 강사 대형씨가 한마디를 거들었다. 주말이면 물 위를 지치는 모터보트가 많아지기 때문에 강사의 지시를 잘 따라야 한다. 자기 멋에 취해 강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자칫 보트와 부딪치는 큰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는데도 강사는 스키어가 어떤 상태인지 금방 알아본다. “조금 전에 탈 때에는 가벼웠는데 갑자기 물에 겁을 먹었어요. 그래서 타이밍을 놓쳐서 자꾸 물에 빠져버리죠. 나랑 비슷하게 시작한 것 같은데 저 사람은 벌써 저 기술까지 한다고요? 그럼요, 대기시간에도 로프잡고 자세연습 해요. 그래야 늘어요.”

초보자 교육 때는 이렇게 봉을 잡고 연습을 한다.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초보자 교육 때는 이렇게 봉을 잡고 연습을 한다.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역시 눈치 9단인 강사를 속일 수가 없었다. 단체로 워크숍 겸 웨이크 보드를 배우러 나온 사람. 연인들끼리 와서 함께 즐기는 사람, 친구들과 나들이 겸 놀러 나온 사람. 사람들 그룹도 가지각색이다. “아는 언니가 추천해 줬어요. 수상스키는 온 몸의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살이 많이 빠진대요. 처음에는 걱정하면서 왔는데  막상 타고 보니까 너무 스릴 있어서 좋아요.”

물을 많이 먹어서 질렸다는 소리가 나올 줄 알았는데 오히려 신나하면서 자랑을 늘어놓는 김은하, 김종하씨 커플. 올 9월에 결혼한다는 이들 커플은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를 발견했다는 사실에 더 기뻐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부릉 하며 여러 명이 탄 보트가 떠날 준비를 마쳤다. 일명 플라이 피쉬. 요즘 나온 신종 보트의 일종인데 맞바람을 타면 보트가 물 위를 난다.

그 스릴이 바람을 타는 것 같이 짜릿하단다. 수상스키를 즐기는 것이 두렵다면 친구들과 함께 바나나 보트를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물 위로 몇 번을 떨어져도 인내심 많은 강사들이 그 자리로 가서 사람들을 태우고 돌아온다. 넋을 놓고 보트 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 사람들이 유원지로 서서히 밀려들기 시작했다.

바나나 보트를 타러온 그룹.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바나나 보트를 타러온 그룹.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옆에서 누군가 “보트가 너무 많이 나와 물결 때문에 자꾸 넘어지네” 하면서 투덜대자 15년 베테랑인 이윤수씨가 말을 거들었다.

“선수는 이런 날 안타요. 물살이 조금만 일어도 넘어지거든요. 그래서 경력이 오래되면 비 오는 날, 이른 아침, 늦은 저녁에 이곳을 찾아요. 수면도 잔잔하고 그래야 풍경도 제대로 보죠. 도심에서 살다보면 지칠 때가 많은데 자연을 가까이 하는 게 이 레포츠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거기에 스릴도 있고요. 단계를 넘어갈수록 목표가 높아져요. 저는 수면에서 10cm 떠서 사진 한 장 찍고 마치는 것이 꿈이예요.”

꽤 의미심장한 말이다. 윤수씨 말대로 수상스키는 비단 스릴과 자기만족 때문에 택하는 운동은 아닌 것 같다. 자연과 만나는 시간도 참 소중해 진다. 청평호 안에서 바라본 주위 풍경은 지금껏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모습의 청평이었다. 이제껏 가로수에 가려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을 눈에 모두 담을 수 있었다.

보트가 물 위를 나는 스릴만점 플라이 피쉬.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보트가 물 위를 나는 스릴만점 플라이 피쉬.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남이섬까지 연결되어 있는 청평호와 그 위로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높고 낮은 산들. 그 주위로 촘촘하게 들어서 있는 모터보트 선착장들과 번지 점프장, 물가에 점잖게 앉아 있는 전망 좋은 호텔들과 숙박시설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도로 위를 분주히 오가던 자동차 대신에 물 위의 모터보트들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지나다니고 있었다.

아, 시원한 도시 탈출. 그래서 이 맛에 이른 아침부터 청평 나들이를 감행하는가 보다. 미원은 사실 하나의 사업장이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회원들이 단골이 되고 그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그룹을 형성하다 보니 동호회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수상스키 하나만으로도 대화를 할 수 있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간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특히 초보라서 몸을 사리는 사람일수록 이곳에 오면 좋다.

여기 저기서 풍덩, 청평호에 빠진다.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여기 저기서 풍덩, 청평호에 빠진다.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그 누구도 잘난 척하지 않고 처음부터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강사들이 스키어의 장단점까지 모두 파악하기 때문에 누구나 편안하게 즐기고 자세를 교정받을 수 있다. 함께할 사람이 없어 혼자와도 환영받는다. 친구들이나 회사 직원들끼리 놀러와도 좋고 연인끼리 데이트 겸해 찾기는 좋은데 어린 아이가 있는 가족에게는 조금 무리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 유원지 내에는 숙박시설도 있다. 전날 저녁에 묵고 새벽부터 스키를 즐겨도 되고 방을 빌려 중간중간 휴식을 취해도 된다. 다만 술을 마시면 보트조차 태워주지 않는다고 하니 절대 금물이다. 가는 길이 출출하면 근처에 즐비한 청국장 잘하는 집에서 요기를 해도 된다.

유원지 음식이라 맛은 비슷한데 노곤한 몸을 진정시켜 줄 단비가 될 것이다. 무료한 여름을 보낸 사람이라면 아차 싶었을 때 한번쯤 찾아가보자. 혹시 알겠는가. 누구 말처럼 물 위에서 30cm나 점프한 사진이 미래의 나의 모습이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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