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동호회 따라가기] 친구클럽 2040의 주금산 산행
[동호회 따라가기] 친구클럽 2040의 주금산 산행
  • 김진용 기자
  • 승인 2005.08.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뽕밭 찾아 주금산으로 떠난 친구클럽 회원들. 2005년 8월. 사진 / 김진용 기자
뽕밭 찾아 주금산으로 떠난 친구클럽 회원들. 2005년 8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여행스케치=가평] 푹푹 찐다. 비가 얼마나 오려고 이러는지. 이런 날엔 어떤 산을 오르든 ‘죽음’산일 법 한데도 싱글들은 굴하지 않고 산행에 나섰다. 달콤한 오디 열린 뽕나무 밭을 발견했다. 계속 오를 것인가, 여기서 머물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남녀 싱글만 모이는 동호회다. ‘돌아온 싱글’을 포함해 나이는 30대에서 40대 초반. 요즘 산에서 만나는 사람 가운데서는 아직 ‘이마에 피도 안 마른’ 축에 속한다. 그렇다 보니 한시도 조용할 틈이, 아니 조용할 턱이 없다. 급기야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좀 조용히 해요. 정신 사나워 사진도 못 찍겠네!”

카페지기 친구야님이 남양주 주금산(813.6m)에서 뽕밭을 발견한 건 2주 전. 인적 드문 산행 코스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허위허위 주금산을 뒤지다, 한창 탐스런 오디를 매단 뽕나무밭을 찾아냈다는 게다.

주금산에는 6.25 전쟁 때 쓰던 벙커 시설이 많이 남아있다. 2005년 8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주금산에는 6.25 전쟁 때 쓰던 벙커 시설이 많이 남아있다. 2005년 8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서둘러 회원을 모아 주금산 산행에 나선 이유다. 내내 오디의 효능과 오디술 자랑이 이어진다. 복분자주에 비해 3배나 달다, 포도당과 사과산이 함유돼 더위 먹었을 때 좋고, 빈혈, 고혈압, 노화 방지, 반신불수에 특효약이고…. 급기야 ‘양기 부족’, ‘발기 부전’까지 등장하기 시작한다. 독수공방 한 서린 이더러 뭘 어쩌라구.

뽕나무 밭 옆에 차려진 점식 식사판. 엥? 어찌된 영문인가. 회원들 오디따기에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저 주린 배 채우며 수다 떨기 바쁘다. 카페지기 은근히 속 탄다. ‘숨겨진 보약’을 발견해 인도해왔건만, 칭찬은커녕 격려 한마디 없는 게 아닌가.

카페지기 애궂은 뽕나무 가지만 흔들며 외친다. “이게 오디야, 오디라구!” 그래도 또 모른다. 식사를 끝낸 회원들 띄엄띄엄 흩어져 산에 올랐으니, 뽕나무 지천인 주금산 어디서 어떻게 ‘님도 보고 뽕도 땄을’ 지 당사자만 알 일이다.

검붉게 익은 뽕나무 열매 오디. 달달한 그 맛을 어찌 잊을까. 2005년 8월. 사진 / 김진용 기자
검붉게 익은 뽕나무 열매 오디. 달달한 그 맛을 어찌 잊을까. 2005년 8월. 사진 / 김진용 기자
후텁지근한 날씨에 열대 우림을 헤치고 오르는 듯한 산행으로 땀범벅이 돼버렸다. 2005년 8월. 사진 / 김진용 기자
후텁지근한 날씨에 열대 우림을 헤치고 오르는 듯한 산행으로 땀범벅이 돼버렸다. 2005년 8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산을 썩 잘 타지도, 그렇다고 못 타지도 않는 사람들이다. 산을 즐긴다는 표현이 어울리겠다. 많이 찾는 등산 코스가 아니라 그런지 무성한 수풀과 가파른 산비탈이 한참 이어지는데, 헉헉거리면서도 한시도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주왕, 아령, 미소천사, 승부사, 자스민, 산유화, 깍두기, 하늘사랑, 개구락지, 토리, 별초롱, 수달, 후크 선장 님…. 2시간여 만에 가파른 수풀 헤치고 주능선 올라섰다. 비단산이라 불리는 주금산 능선과 암봉, 그리고 계곡이 시야에 잡힌다.

뽕나무 가지를 흔들자 우수수 오디가 떨어진다. 2005년 8월. 사진 / 김진용 기자
뽕나무 가지를 흔들자 우수수 오디가 떨어진다. 2005년 8월. 사진 / 김진용 기자

깊은 계곡과 짧은 계곡이 방사선으로 다채롭게 열려 있다. 주금산은 규모에 비해 변화가 많은 듯하다. 정상을 채 300m도 남겨두지 않은 주능선의 한 봉우리. 이곳까지 와서는 ‘여기 좋네, 여기가 정상인가 보네’ 하며 퍽 주저앉는다. 아무도 이의가 없다.

정상인들 어떻고 또 아니면 어떠리. 부담없는 동호회다. 나중에 알고 보니 주금산 주봉은 주능선의 최북단에 있어 주봉으로 가지 않고 하산하는 경우도 많단다. 주봉이 특별히 높아보이지도 않고 잡목으로 둘러쌓여 특징도 적기 때문이다.

산행을 않고 밑에서 오디 따며 기다린 회원도 있다. 오르고 싶은 사람 오르고, 싫은 사람 기다리며 놀고. 그러고도 2년 넘게 버텨온 데다 무려 13쌍의 커플을 탄생시킨 저력을 자랑하는 산악회다. 요즘 젊은 층의 산행 풍속도를 보는 것 같아 새롭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시원한 빗줄기가 기어코 쏟아지고야 만다. 흠, 이대로 헤어지면 섭하지. 뽕밭의 열기는 식히고 가야지.

Info 가는 길
자가운전 _ 서울외곽순환고속국도 구리IC -> 46번 국도 춘천 방향 -> 362번 지방도 -> 수동계곡 -> 수동국민관광지 몽골문화촌에서 등산 시작. 쪾
대중교통 _ 서울 청량리 기차역이나 상봉 시외버스터미널 -> 330-1번 비금리 행 버스 -> 수동국민관광지 몽골문화촌 하차.

오디술에 담길 오디들. 2005년 8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오디술에 담길 탐스러운 오디들. 2005년 8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오디술 담그기
6월쯤 막 익기 시작한 오디를 따서 깨끗이 씻은 다음 체에 걸러 낸다. 물기가 완전히 빠지면 유리 항아리 같은 밀폐용기에 오디와 소주를 담고 1달 정도 숙성시킨다. 술이 어느 정도 익으면 체를 이용해 건더기와 찌꺼기를 건져내고 술만 받아 유리병에 옮겨 담은 다음 술의 1/5정도의 꿀을 넣어 서늘한 곳에 2개월 정도 보관하면, 달디 단 오디술 짜잔~ 매일 잠들기 전에 소주잔 한 잔 정도 마시면 좋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