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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동호회 탐방] 왁자지껄 여행특공대! daum카페 '여사모'
[동호회 탐방] 왁자지껄 여행특공대! daum카페 '여사모'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4.10.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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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평창강에서 물고기 잡기를 하는 동호회 회원들. 2004년 10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평창강에서 물고기 잡기를 하는 동호회 회원들. 2004년 10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여행스케치=평창] 평균나이 30세. 현재까지 결혼에 골인한 커플은 7쌍, 2000년에 사이트를 개설한 이후로 꾸준히 활동하여 현재는 3천여 명의 회원을 가진 젊은 그룹. 동호회 가입자격은 여행을 사랑하고 사람 간의 정을 아는 사람. 대신 가입 시에는 당신의 배꼽과 내숭은 포기할 것.

아침 7시가 조금 안된 시간. 하나 둘씩 버스에 올라타기 시작한다. 반갑게 인사를 하는 이들. 한두 번 나온 이도 있고, 연중행사로 참가하는 이도 있고 오늘 처음 나온 사람, 매주 나오는 사람. 멤버간의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누가 처음 나왔고 누가 오래된 멤버인지 분간이 안 간다.

버스는 잠실에서 한차례 아리따운 선남선녀들을 싣는다. 고요한 차 안이 들끓듯이 소란스러워지고…. 복잡다단하고 왁자지껄한 여행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여사모 회원들. 2004년 10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여사모 회원들. 2004년 10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친해지기 첫 번째 방법은 자기소개
해피포유님은 기자 옆에 앉은 인경씨에게 으름장을 놓는다. “언니 잘 모셔라. 오늘 처음 오셨다.” 처음 오는 사람에게는 운영진의 작전(?)에 의해서 알게 모르게 ‘짝지’가 붙는다.

말도 시키고 어색하지 않게 여러모로 배려하기 때문에 첫 여행부터 ‘굳히기 작전(?)’에 들어갈 수가 있다. 분위기가 안정되자 운영진이 자기소개를 하란다. 뒷자리에서 고시랑고시랑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막강 운영진 해피포유와 을불님은 바로, 아무말 없이, 앞이빨로 입술을 한번 꽉 눌어준다. 안 나와? 큰 형님의 애교섞인 협박. 에고 에고. 말이라굽쇼.

여사모의 영원한 머슴이 되겠다는 바람돌이님, 공식적으로 여행 떠나 본 지 10년 만이라 몹시 설레인다는 캐릭터 3, 일명 ‘공과장님’으로 불리며 겨울에는 스키에 빠져 여사모를 배신(?)하고야 만다는 계절회원 슈티님, 물놀이한다고 그나마 스타일을 많이 죽였다는 멋쟁이 광고디자이너 나일강님, 은빛머리카락 날리며 한번 씩 바람 쐬러 나온다는 여사모의 두 어머님 코스모스님과 최구슬님도 그랬지만 가장 재미있었던 대목은 이곳에서 탄생된 이들의 닭살 돋는 커플소개.

숨기려고 해도 소용없다. 막강 총무 블루아이님에 의해서 그들의 뒷이야기는 곧 밝혀진다. 몇 번 참석 끝에 어느 여행에서 소위 ‘눈이 맞았다’는 이야기에 한바탕 폭소가 터져 나온다. 그러면서도 어김없는 으름장 “이제부터는 꼭 같이 나와라”라는. 누구 하나 빼는 사람도 없고 쭈삣쭈삣 어색한 기색도 없다. 기왕 나온 김에 노래도 부르고 갈까? 그런 태세였으니.

국보 제4호 고달사지 부도를 바라보며 역사삼매경에 빠져드는 회원들. 2004년 10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국보 제4호 고달사지 부도를 바라보며 역사삼매경에 빠져드는 회원들. 2004년 10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아! 이제는 낡고 허물어진 폐사찰의 향기
오늘의 여행코스에는 여주의 고달사지를 들러 역사의 향기를 들이마신 후 평창강에서 고기를 잡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숨어 있었다. 고달사지가 다가오자 군기반장 을불님이 그간 준비해온 소개자료를 나누어 준다. 뭔가를 알아야 보일 것이 아니겠냐는 잔잔한 배려다. 만약 이 소개자료를 남기고 갈 시에는 그에 응하는 벌이 주어질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더니 다들 졸면서도 소개자료를 읽어보는 눈치다.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 고달사는 ‘고달’이라는 석공이 조각하였다하여 고달사라는 지명을 얻었다. 고려 제4대 광종 이후 임금님의 비호를 받으며 사방으로 30리나 뻗을 만큼 큰 규모를 자랑했던 사찰이었으나 언제 폐사되었는지는 아직까지 의문으로 남는다. 사찰은 폐사되었지만 국보 제4호인 고달사지 부도와 보물제6호인 원종대사혜진탑비 귀부 및 이수, 보물 제7호 원종대사 혜진탑이 세월에 쓸린 고매함을 일깨운다.

견지낚시를 하는 회원들. 2004년 10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견지낚시를 하는 회원들. 2004년 10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진정한 명승부는 지금부터
이제 둘러볼 것을 둘러보았으니 메인 이벤트인 고기잡이를 할 때다. 물놀이를 방해하려고 비를 뿌리는 하늘의 작전에도 불구하고 전원 물속에 들어갈 준비 완료. 지난 2월 빙어낚시여행에서 썼던 견지 낚시대를 준비한 을불님 덕에 바로 물에 들어갔다. 4열 횡대로 평창강을 주름 잡아보았지만 완전한 여사모의 KO패.

“아니, 답사 가서 고기 잡았다는 거 맞는 거여? 혹시 고기 사서 사진 찍고 답사 후기에 올린 거 아녀? 고기씨가 말라버렸잖아!” 항의 하는 회원들. 여사모의 막강 운영진, 씩 웃으며 준비한 6개의 물놀이의 프로그램을 대치하기로 한다. “고기들이 휴가를 간 모양이니 프로그램 진행하며 슬슬 기다려 보자고.”

이미 조별 토너먼트로 릴레이낚시, 수중농구, 물속에서 오래버티기, 수박쪼개기, 물 속에서 달리기를 준비해두었다. 첫 번째 토너먼트 물 속에서 빨리 달리기. 내숭은 버려두고 열심히 뛰라고 했건만 학처럼 긴 다리와 뱁새처럼 짧은 다리의 차이는 확연했고, 결국 다리 긴 사람이 많은 팀의 승리로 마감하고 말았다.

어딜 가나 물놀이를 가면 여성동지들은 표적이 된다. 살짝 들어 엉덩이를 적셨다가 두 번째는 와전하게 빠뜨린다. 2004년 10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어딜 가나 물놀이를 가면 여성동지들은 표적이 된다. 살짝 들어 엉덩이를 적셨다가 두 번째는 와전하게 빠뜨린다. 2004년 10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물수제비 뜨기를 하는 여사모 회원들. 2004년 10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물수제비 뜨기를 하는 여사모 회원들. 2004년 10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그 와중에 마법소년 링링의 여성 회원 물 먹이기 작전은 계속되고 늦여름에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찬기를 온몸으로 받은 여성동지들은 사시나무처럼 떨기 시작했다. 며칠동안 폭우가 쏟아진데다가 가을의 문턱에 서있던 시점이라 답사 때와는 달리 강물은 물살도 세고 너무 차가웠던 것. 상상치 못한 복병에 운영진은 쑥덕쑥덕하더니 무리해서 안전사고를 내느니 적당한 선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자갈로 물수제비 뜨기. 한 번 연습시간 줄 때는 그렇게 통통 튀던 자갈이 실전에는 한 두번 튀고 꼬르륵 가라앉는데 그 자리에서 회원들의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1등을 하는 조에게는 1인당 여사모 여행프로그램 5천원 할인권이 걸려있는데 말이다.

8월의 생일을 맞은 사람들이 다 함께 축하파티를 한다. 20047년 10월. 사진 / 김정민 기자
8월의 생일을 맞은 사람들이 다 함께 축하파티를 한다. 20047년 10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몰놀이 후에 먹는 수박은 달디 달았다. 2004년 10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몰놀이 후에 먹는 수박은 달디 달았다. 2004년 10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실컷 웃고 실컷 놀고나니 배가 출출해진다. 시원한 계곡물에 담가두었던 수박을 우악스럽게 쪼개서 여럿이서 나눠먹고 8월달 생일을 맞는 회원들을 위해 미리 준비해온 케이크에 촛불을 붙였다. 아~ 정말 감동이다. 여행 와서 생일을 축하받는 기분. 낚시도 실패하고 물놀이도 실패했건만 서울로 돌아오는 몸은 노곤하기만 하다. 너무 열심히 놀았나?

돌아오는 차 안에서 회원들은 크고 작은 노트들을 꺼냈다. 그간 이곳저곳 여행을 다닐 때마다 여사모 회원들끼리 롤링페이퍼를 주고받았던 소중한 노트들. 참 부러운 광경이다. 서울에 다 올 무렵 누군가 자신이 마지막이라며 종이 한 장을 쑥 내밀었다. ‘김정민 기자님께 여사모가….’ 하면서 쓴 각양각색의 따뜻한 글들. 그 어디에서도 받지 못할 소중한 선물에 감동의 눈물이 핑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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