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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드라이브 여행] 홍천ㆍ양양의 경계 구룡령, 아흔아홉굽이 구룡령에서 천하를 보다
[드라이브 여행] 홍천ㆍ양양의 경계 구룡령, 아흔아홉굽이 구룡령에서 천하를 보다
  • 이민학 기자
  • 승인 2005.12.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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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구룡령에서 내려다본 풍경. 2005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구룡령에서 내려다본 풍경. 2005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여행스케치=강원] 서울 경기지방에서 국도를 이용하여 양양을 갈 때 대개 44번 국도를 이용하여 한계령을 넘는다. 홍천까지는 길이 4차선으로 확장되어 있어 순탄히 가는데 그 이후로는 공사중이라 길이 밀린다.

그럴 때 길이 좀 구불구불 돌긴 하지만 느긋하게 경치를 즐기며 달릴 수 있는 도로가 56번국도이다. 그 길은 홍천에서 구룡령을 넘어간다. 올 가을에 구룡령을 세 번 넘었다. 가을 초입에 갈천약수를 취재하고 나서 넘어왔고 한 달 후에 갈천파크텔을 취재하기 위해 넘어갔다왔다.

두 번째 오가던 날은 고개 정상이 붉고 노란 단풍으로 막 불이 붙었을 즈음이었다. 몇 주후 표지를 촬영하기 위해 다시 찾았을 때 단풍은 중턱으로 내려가고 산 정상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은 숲이 겨울을 재촉하고 있었다.

해발 1,013m 백두대간 구룡령. 아홉 마리의 용이 한바탕 휘저으며 하늘로 올라간 길이다. 아홉 마리가 아홉 번씩 용틀임을 했는지 옛 길은 아흔아홉굽이였단다.

구룡령 정상에는 동물이 지날 수 있도록 생태통로를 만들었는데 별 효과가 없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05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구룡령 정상에는 동물이 지날 수 있도록 생태통로를 만들었는데 별 효과가 없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05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를 내면서 길을 달리 내어 그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구불구불한 길은 마치 한 마리의 용처럼 산을 휘감아 오른다. 날이 맑은 날 구룡령 정상에 서면 장관이다.

천하를 굽어본다는 표현을 쓸만하다. 멀리 설악산 대청봉이 바라보이는데 거기까지 겹겹이 이어진 산들의 능선이 눈에 익은 수묵화 한 점이다. 애석하게도 용이 구름 속에 숨듯 운해로 뒤덮이는 날이 많아 이 같은 장관을 맛보려면 인연이 있어야 한다.

구룡령 정상에서 양양군 서면 갈천리와 홍천군 내면 명개리로 나뉜다. 정상에서 양양쪽을 볼 때 서북쪽으로 방태산이 있고 홍천 쪽으로 돌아서면 남동쪽으로 오대산이 딱 버티고 있다.

두 큰 산에서 흘러내리다 솟거나 또는 우후죽순 마냥 난데없이 솟아난 산들이 산지사방으로 흩어지며 ‘산들의 세상’을 이룬다. 그들 사이 한 뼘 땅에도 인기척은 파고들어 집을 짓고 밭을 일궈간다. 길은 사람들의 사연을 담는다.

그 옛날 이 험준한 고개를 넘어 다녀야 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찾아보니 조선 말기에 구룡령 양양쪽 아랫마을 갈천리에서 철광을 캤다고 한다. 철광을 캤다면 사람들로 북적댔을 법한데 지금은 얼핏 보아도 열 가구가 넘어 보이지 않는다.

갈천파크텔 바로 옆을 흐르는 개울. 손바닥만한 산천어가 산다. 2005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갈천파크텔 바로 옆을 흐르는 개울. 손바닥만한 산천어가 산다. 2005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그 작은 마을에 갈천파크텔이라 쓰인 커다란 모텔이 있고 두 집에서 닭백숙 등을 한다. 산 속에 모텔과 식당이 있는 이유가 갈천약수 때문이다. 마을에서 약 1.5km 정도 계곡을 오르면 약수터가 있다.

비스듬한 오르막길인데 평탄하여 노인이나 아이들도 산보하는 마음으로 다녀오기 좋다. 톡 쏘는 쇳물 맛이 나는 갈천약수는 위장병 등에 효험이 있어 찾는 이들이 꾸준하다. 주말마다 백두대간을 잇는 산객들이 지나는데 일부러 갈천약수를 들러 가는 이도 있다.

구룡령을 아는 사람들은 겨울에 찾아온다. 그때는 온통 눈에 덮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그 풍경에 중독 되면 약도 없다. 그저 다시 와서 보는 수밖에.

저 높은 고개에 눈이 오면 어찌 넘나 걱정되어 갈천파크텔 안주인에게 물어봤더니 갈천리에 도로를 관리하는 분들이 머물고 있다가 눈만 오면 재빨리 치우기 때문에 조심해서 운전만 한다면 큰 사고 날일은 없단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이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철마다 찾아온다. 인적이 드문 만큼 귀한 야생화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이버섯 능이버섯 등 버섯과 약초를 캐는 이들도 다니고 사진을 찍으러 오는 이들도 간간히 볼 수 있다.

가을 단풍철에도 찾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언뜻 보면 한가한 길이지만 좀 지켜보면 이렇게 인적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그래서 길은 길인가 보다. 구룡령만 찾는 게 좀 밋밋하게 여겨지면 근처 자연휴양림을 들러봐도 좋다.

구룡령 아랫마을 갈천리 약수는 위장병 등에 효험이 있다. 2005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구룡령 아랫마을 갈천리 약수는 위장병 등에 효험이 있다. 2005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홍천군 쪽 가칠봉 밑에 삼봉약수가 있는 삼봉자연휴양림이, 양양군쪽에는 불바라기약수가 있는 미천골자연휴양림이 있다. 모두 갈천리 갈천약수와 맛이 비슷한데 역시 위장병과 피부병, 빈혈, 당뇨 등에 효험이 있다.

삼봉약수는 휴양림에서 15분 정도 걸어가면 있는데 미천골 불바라기 약수는 휴양림입구에서 약 11.8km나 된다. 7km정도는 포장이 되어 있지만 나머지부터는 걸어 올라가야 하므로 한나절은 잡아야 불바라기약수 맛을 볼 수 있다.

불바라기 약수는 터를 만들어 놓지 않았기에 찾기도 어렵다. 어지간한 트레킹 코스인데 계곡의 절경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므로 심심치는 않다. 미천골자연휴양림 입구에는 선림원지가 있다.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하늘아래 첫 동네…’ 운운하며 찾아가던 고초를 털어놓았던 절터. 지금은 그 덕에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답사지이다.

Info 가는 길
홍천에서 44번국도를 타고 인제 방향으로 10분쯤 가면 ‘춘천·서석’ 표지가 있는 56번도로 갈림길이 나온다. 서석 방향으로 가다 창촌에서 갈라지는데 직진하면 운두령이고 좌회전을 하면 구룡령 넘어 양양 가는 길.

토종닭 백숙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갈천약수가든. 2005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토종닭 백숙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갈천약수가든. 2005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갈천약수가든
닭도리탕이 특히 맛있는 집. 엄나무와 황기를 넣은 토종닭 백숙과 오리불고기, 산채백반과 민물매운탕 등을 한다. 주요리도 요리지만 밑반찬으로 나오는 각종 산나물이 별미라 손이 자주 간다.

닭 백숙 등을 주문하고 갈천 약수를 다녀오면 음식 나오는 시간에 딱 맞출 수 있다.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는 마가목 열매로 담근 술을 비롯 더덕주 등을 담구어 놓았는데 말만 잘하면 싸게 한 병 살 수 있다.

기타 정보
삼봉자연휴양림
울창한 전나무와 박달나무 등 활엽수가 일품인 자연휴양림. 숲속의 집이 14동. 산림문화휴양관에 객실이 8실 있다.

미천골자연휴양림
계곡을 따라 길게 나 있는 자연휴양림. 특이하게 휴양림 안에 카페와 황토찜질방 등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이 있다. 숲속의 집 15동. 야영장. 오토캠핑장. 숲 생태탐방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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