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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국가중요어업유산 따라가는 여행] 남해 죽방렴 멸치잡이
[국가중요어업유산 따라가는 여행] 남해 죽방렴 멸치잡이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2.06.10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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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규 죽방렴자율관리공동체 위원장이 죽방렴 발통에 갇힌 멸치를 잡아올리고 있다.
박대규 죽방렴자율관리공동체 위원장이 죽방렴 발통에 갇힌 멸치를 잡아올리고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 남해]남해군 지족해협에는 수백 년 된 죽방렴(竹防簾) 시설이 갖춰져 있다. V자형으로 기둥과 발(어살)이 처져 있고, 꼭짓점 원통 속에 갇힌 멸치를 잡아내는 죽방렴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 제3호이다. 지족어촌체험휴양마을에서는 멸치회무침과 멸치조림을 먹을 수 있다.

죽방렴어업은 2015년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전통어로방식인 어살(漁箭)은 2019년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죽방렴어업은 2015년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전통어로방식인 어살(漁箭)은 2019년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사진/ 박상대 기자

 

남해 죽방렴어업

2015년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국가중요어업유산 제3호이다.

전통어로방식인 어살(죽방렴)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38-1호로 지정되었다.

조선시대 이전부터 해온 전통어업

남해군 삼동면과 창선면 사이에 지족해협이 있다. 두 지역을 잇는 창선교에서 보면 V자형 시설물 죽방렴이 바닷물에 서 있다. 모두 23개인 죽방렴은 먼 옛날 우리 선조들이 물고기를 잡은 전통방식 가운데 한 가지, 바닷물이 흐르는 물목에 설치한 고정식 그물이다. 지족해협은 가장 넓은 곳의 폭이 약 2,700m, 가장 좁은 곳의 폭이 약 375m이다. 조류의 흐름이 시속 13~15km로 물살이 빠르며, 밀물과 썰물 때 수위 차는 약 10m에 이른다. 남해 죽방렴은 물길을 따라 V자형으로 10m 크기 참나무 말목을 박고, 말목과 말목 사이에 대나무를 발(어살)처럼 엮어 세워 물살을 따라 지나가던 멸치가 흘러들게 한다. V자형 말목 끝에 있는 원통형 ‘발통’에 들어간 멸치는 퇴로를 차단당해 갇히게 된다. 물이 빠진 후 원통에 갇힌 멸치를 뜰채로 잡아 올리는 방식이다.

V자형 말목은 과거에는 참나무를 사용했으나 지금은 폐철도의 레일이나 철근이 대신하고, 대나무 어살은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V자형 말목은 과거에는 참나무를 사용했으나 지금은 폐철도의 레일이나 철근이 대신하고, 대나무 어살은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죽방렴 주인은 하루에 두 번 조류의 흐름이 잠잠해진 때 배를 타고 접근해서 뜰채로 멸치를 건져올린다. 제때 멸치나 물고기를 잡아올리지 않으면 물고기가 죽기도 한다. 그래서 어부들은 하루에 두 번씩 뜰채를 가지고 죽방렴에 찾아간다. 기자는 죽방렴자율관리공동체 박대규 위원장의 배를 타고 따라나섰다. 죽방렴은 대부분 부두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배를 타고 5분도 안 걸려 도착했다. 죽방렴에 도착한 박위원장은 배를 말목에 고정시킨 뒤 발통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간다. 박위원장은 곧바로 물고기를 퍼올리는 게 아니라 먼저 발통 안에 들어가 쓰레기나 불가사리를 뜰채로 건져낸다. 이어서 말목에 매달아둔 후릿그물을 펴서 한쪽으로 물고기를 몰아간다. 그 다음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그물을 묶어두고, 뜰채를 이용해서 물고기를 건져올린다. 잡힌 물고기의 양이 많을 때나 적을 때나 가리지 않고 적어도 2인 1조로 작업을 한다.

어업인들은 후릿그물로 물고기를 한쪽으로 몰아간다.
어업인들은 후릿그물로 물고기를 한쪽으로 몰아간다. 사진/ 박상대 기자

박위원장은 부인과 함께 바다에 나와 남편이 뜰채로 물고기를 건져올리면 부인은 배에서 노랑색 박스에 담는다. 노련한 부부는 저울에 올릴 필요도 없을 정도로 정확하게 박스마다 20kg씩 담는다. 죽방렴마다 1년에 멸치 2, 3톤씩 건져올려 이런 어업방식은 조수간만의 차가 큰 해역에서 예전부터 실행해온 전통어업인데 지금은 남해군 지족해협과 삼천포에 남아 있다. 돌을 쌓아서 만든 고기잡이 수단은 석방렴이라고 한다. 충남이나 전남 바닷가에서 아직도 이 석방렴으로 물고기를 잡는 사람들이 있다. 벚꽃이 피었다지는 4월부터 11월말까지 조업을 한다. 사계절 멸치만 잡히는 것은 아니다. 갈치, 학꽁치, 도다리, 숭어, 농어, 감성돔 등 다양한 어종이 잡힌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것은 멸치다. 어업량의 약 80%를 차지한다.

뜰채로 멸치를 건져 올리는 모습.
뜰채로 멸치를 건져 올리는 모습. 사진/ 박상대 기자

 

바다에서 건져올린 생멸치.
바다에서 건져올린 생멸치. 사진/ 박상대 기자

“멸치는 철에 따라 종류가 다릅니다. 크기도 다르고 맛도 다르지요. 6월에 잡은 멸치가 가장 비쌉니다. 죽방렴마다 1년에 건멸치 기준 2, 3톤씩 어획하지요.” 모방송사의 ‘생활의 달인’에 출연할 정도로 멸치에 대해 잘 아는 박대규 위원장은 30여 년 남짓 죽방렴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죽방렴은 어업권원부등본이 있어야 어업행위를 할 수 있는 면허어업이다. 아무나 바다에다 죽방렴을 설치해서 조업할 수는 없고, 이 일을 하고 싶으면 다른 사람 것을 구매해서 조업해야 한다. 위치와 시설에 따라 거래 가격은 다른데 죽방렴 하나에 4~6억 원 정도 된다고 한다.

솥에서 삶은 멸치를 건져내서 건조대에 말린다.
솥에서 삶은 멸치를 건져내서 건조대에 말린다. 사진/ 박상대 기자

신선도가 뛰어난 최상급 멸치

이곳에서 잡힌 멸치는 먼 바다에서 그물로 잡아온 멸치보다 신선도가 뛰어나다. 죽방렴에서 막 건져온 살아있는 멸치를 삶아서 건조하거나 음식점에서 회나 조림으로 만들어 먹는다. 남해 ‘죽방멸치’는 시중에서 최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곳 멸치가 유명한 이유는 첫째 지족해협의 물살이 거세기 때문에 물고기의 힘이 좋고, 둘째 그물을 사용하지 않고 뜰채로 떠내는 방식이라 멸치가 손상되지 않고, 셋째 가까운 바다에서 갓 잡아온 것이라 싱싱하기 때문이다. 죽방멸치는 바다에서 건져온 멸치를 크기대로 분류한 후 뜨거운 소금물에 넣는다. 멸치를 삶을 때 소금물의 염도를 잘 맞춰야 한다. 염도는 봄·여름·가을 다르고, 멸치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

건조대에 말리는 멸치.
건조대에 말리는 멸치. 사진/ 박상대 기자

소금의 품질과 농도, 이것이 바로 어장주들이 자식한테나 물려준다는 가문의 비법이다. 가마솥에다 멸치를 삶은 뒤 부둣가 건조장에 말린다. 건조작업 과정 또한 기술이다. 너무 말리면 잘 부스러지고, 덜 말리면 자칫 썩어버린다. 멸치는 삶은 뒤 바로 해풍이 부는 자연 햇살에 하루 동안 말린다. 보통 소멸은 4~6시간, 중멸은 8~10시간, 대멸은 24~30시간 정도 소요된다. 그렇게 죽방렴 멸치가 탄생하여 식탁에 오른다. 남해군 삼동면과 창선면에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두 지족마을이 있다. 두 마을에는 멸치요리(회무침과 조림)를 판매하는 음식점이 10군데 넘게 있다.

멸치회무침.
멸치회무침. 사진/ 박상대 기자

멸치회무침은 어른 손가락 크기의 싱싱한 멸치를 살짝 데친 후 뼈와 머리를 발라낸 후 초고추장과 양파, 양배추, 당근, 미나리 등 갖은 야채를 섞어 버무린 것이다. 생멸치를 사용하지만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다. 밥과 비벼 먹기도 하며, 막걸리 안주로 먹으면 더 맛있다. 멸치조림은 뚝배기나 냄비에 양념을 넣고 익힌 음식이다. 밥과 함께 상추에 싸서 먹으면 더 맛있다. 지족어촌체험휴양마을 사무실에서 죽방렴 체험을 예약하면 죽방멸치와 다양한 물고기를 잡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마을 앞에는 죽방렴 어장을 구경하고 관찰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물때를 잘 맞춰서 가면 발통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멸치조림.
멸치조림. 사진/ 박상대 기자

 


<남해 죽방렴 주변 여행지>

물건항.
물건항. 사진/ 박상대 기자
독일인마을.
독일인마을. 사진/ 박상대 기자

남해 지족해협은 코리아둘레길 남파랑길38, 39코스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 남파랑길을 걷는 도보 여행자나 보물섬 남해의 해안선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는 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남해에는 물건항, 독일인마을, 미조항, 지족어촌체험휴양마을 등이 있다.

1. 남해 바래길 - 남해군 해안선을 따라 한 바퀴 도는 길. 일부 구간은 남파랑길과 겹친다. 어촌마을과 아름다운 해변, 숲길을 걷는다.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다.

2. 물건항 - 물건항에는 수백 년 된 어부림이 있고, 그 숲길 산책로가 아름답다. 바닷가에는 몽돌해변이 있다. 주변에 크고 작은 펜션이 많이 있으며, 요트학교도 있다.

3. 독일인마을 - 독일에 살던 교포들이 고국에 돌아와 자리를 잡은 마을. 산책로와 찻집이 있다.

4. 미조항 - 남해의 나폴리라 불리는 미조항은 바닷물이 맑고 주변 경관도 아름답지만 사계절 싱싱한 해산물로 넘쳐난다. 골목 안쪽에 수산시장과 수십 년 된 음식점들도 숨어 있다.

5. 지족어촌체험휴양마을 - 지족어촌체험휴양마을에서는 갯벌체험과 죽방렴 멸치잡이체험을 할 수 있다. 이런 체험은 썰물 때만 가능하므로 예약은 필수다.

INFO 지족어촌체험휴양마을

주소 남해군 삼동면 죽방로24

문의 055-867-8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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