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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slow travel] 낙동강 최고의 조망대, 나각산
[slow travel] 낙동강 최고의 조망대, 나각산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6.10.13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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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강, 들길 속 나누는 이야기길

[여행스케치=상주] 마을 ‘앞산’임에도 불구하고 낙동강의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매력의 나각산. 높이로 산을 평가한다는 사람들도 해발 240.2m의 나각산에서는 침묵한다.

산책하듯 오른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360도 어느 곳 하나 놓칠 수 없는 광경이다. 경북 상주시의 ‘나각산’은 깊고 넓은 어머니의 품을 닮았다.

산책하듯 걸어가도 편안한, 나각산 트레킹

“어릴 적 나각산은 민둥산이었죠. 산에 오를 때, 정상에서도 낙동강이 늘 보였던 기억이 나요. 그 당시는 고무신을 신고도 정상까지 잘 올라갔어요. 직접 걸어보시면 그 이유를 아실 거예요. ” 

경북 상주시 낙동면 낙동파출소에서 만난 상주알리미 김광희씨(63)는 ‘가볍게 산책하듯 올라갈 수 있다’며, 나각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마을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면 나각산으로 들어서는 길이 나온다.

‘나각산 전망대, 1.4km’라는 안내판과 함께 양철창고가 인상적이다. 양철창고는 예전부터 사용했던 ‘상여 가마채’ 보관소인데, 장례문화가 바뀌면서 그대로 방치된 상태이다. 

황톳길을 밟으며 들어선 주변으로 소나무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 더 들어서니 주위는 온통 소나무 숲으로 조성되어 있다. 민둥산이던 나각산은 지난 70년대 산림녹화사업 당시,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리기다소나무’를 심어졌다. 그리고 40여 년이 지난 세월, 나각산은 소나무숲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김광희씨의 말대로 흙길이라 발이 편안하다. 쉬엄쉬엄 산책하며 오르다 보니 온통 구경거리다. 특이한 점은 흙길에 유난히 많이 보이는 자갈들이다. 정상을 향해 오를수록 자갈의 크기는 더 커지고, 심지어 바위에도 자갈들이 박혀있다. 

나각산 전망대 부근의 널찍한 바위에는 강에서나 볼 수 있는 자갈들이 듬성듬성 박혀 있으며, 일부는 자갈이 빠져나가 자갈 구멍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나각산은 강이 융기되어 생성된 지역’이라는 설명을 듣고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강이 융기되어 산으로 변한, 나각산

시원한 바람과 그늘이 흐르는 땀을 식혀주는 사이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나온다. 최근 들어 지자체마다 옛길을 다시 복원하듯이, 나각산도 옛길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람 한 두 명이 오갈 수 있는 옛길은 나각산의 또 다른 풍경을 담아내기에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119 산악구조 위치를 알리는 푯말에는 나각산 1번 지점, 정상까지 0.3km가 남았다고 알리고 있다. 그 뒤로 마을 주민들이 심신단련을 할 수 있는 운동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이제 나각산 전망대까지는 데크로 만들어진 계단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바위틈에 뿌리내린 분재 같은 소나무, 남쪽을 향해 나뭇가지를 뻗은 소나무, 부처손이 자생하는 바위 등과 이야기하듯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전망대에 다다르게 된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낙동강의 가을 풍경이 시원스럽게 다가선다. 

나각산 정상 표시석 사이로 소나무가 허리를 굽어 방문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나각산은 예로부터 ‘삼산이수(三山二水)’라 하여 풍수지리적으로 ‘명당터’라 했다. 백두대간의 속리산과 일월산, 팔공산의 산맥을 따라 정기가 모여지며, 낙동강와 위강의 강 기운이 한데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나각산의 출렁다리와 전망대 전체를 사진에 담으려면 나각산 정상이 포인트다. 출렁다리 뒤로 보이는 원형과 그 주변의 농지들은 상주 낙동 공군사격장이다. 전망대에서도 공군기가 비행하는 소리가 종종 들려온다. 낙동 공군사격장에서 사격연습을 하면 대화가 안 될 정도로 소음이 심하다고 한다.  

세 번 오르면 뜻을 이루고, 아들도 낳는다는 전설이...  

나각산 표시석에는 ‘이 산에 세 번 오르면 뜻을 이루고, 자식이 없는 사람들이 산의 정기와 강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마귀할멈굴에서 소원을 빌면 아들을 낳는다’고 적혀있다. 바로 아랫길로 내려오면 이정표에 ‘마고할멈굿터’가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마고할멈굴에는 들어가 마고할멈 형상의 조각상에 절을 하고,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마고할멈 형상의 조각상은 사라지고, 누군가가 꽂아둔 ‘인조 꽃’이 자리하고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 내려오면 또 하나의 사연이 있는 바위가 있다. 바로 ‘소원바위’다. 소원바위는 바위와 바위 틈새에 돌을 던져 얹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워낙 많은 사람이 돌을 얹다 보니 이제 주변에는 돌을 찾을 수 없다. 김광희씨는 “소원바위에 돌을 얹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미 주위의 돌은 전부 저 위로 올려지거나 주변에 떨어져 미리 가지고 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귀할멈굴을 지나 낙동강으로 뻗어내린 능선길을 타고 내려가면 옛길을 만난다. 옛길은 아쉽게도 흙길이 아닌 콘크리트 길이다. 낙동강 강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장승배기가 있고, 찬물내기도 만날 수 있다. 

찬물내기는 지나 마을과 낙동강 제방, 그리고 낙단보를 만날 수 있다. 김광희씨는 “낙단보를 건너면 마애불이 살짝 미소를 머금는 바위와 영남 3대 누각의 하나인 관수루가 있다”고 설명한다. 낙단보를 건너 관수로를 돌아올 경우 30분 정도 더 소요된다. 

낙동강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있는 ‘숨소리길’이라 불리는 나각산 트레킹은 산길, 들길 그리고 강길로 이어지는 코스다. 예전에는 낙동나루로 낙동강 유역에서 최대의 상권이 형성됐던 곳이다. 

이제 낙동리는 나각산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로 분주하다. ‘세 번을 올라야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표지석의 내용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것을 봐서 조만간 다시 찾는 여행지로 나각산을 각인해 둔다. 그래야 우리의 이야기길에서 자연을 벗 삼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김광희 상주 알리미 

산맥의 줄기와 모양새만으로 거리를 가늠하는 김광희씨(63). 그가 지난 20년 동안 550여 개의 산을 오르며 터득한 것이다. 지금도 매주 쉬지 않고 산에 오른다. 최근에는 자전거를 타고 국토종주를 하는 즐거움에 빠져 벌써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전 구간을 다 돌았다고 한다. 상주시 토박이인 김광희씨는 지난 2015년 6월에 경북 상주시 이안면장으로 정년퇴직했다.


info
숨소리길 
총 7.7km, 2시간 10분 소요

출발지 
경북 상주시 낙동면 영남제일로 낙동강 먹거리촌

트레킹 코스

낙동강 먹거리촌(1.6km, 25분) → 나각산 등산로(1.3km, 30분) → 정상(0.3km, 5분) →소라바위(1.2km, 20분) → 낙동강 강길(1.0km,15분) → 찬물내기(2.3km,35분) →낙동강 먹거리촌. * 낙단보를 건너 마애불과 관수루로 돌아올 경우 30분 정도 더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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