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군산] 근대문화유산 거리가 조성되어 있는 군산의 역사는 아픔으로 얼룩져있다. 그러나 뼈아픈 역사를 지녔지만 그 아픔을 숨기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기꺼이 감싸안는다.
군산 근대거리의 문화재들을 보면 입구마다 태극기가 달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신흥동 일본식가옥과 동국사 앞에 걸려 있는 태극기는 기묘한 느낌을 준다. 태극기를 잡아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이들도 보인다.
어쩌면 군산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이것이 아닐까? 역사는 숨길 것도, 가릴 것도 아니며 창피해야 할 것도 아니라고 말이다. 신흥동 일본식가옥 앞을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며 우리는 그 역사가 ‘우리의’ 역사라는 것을 비로소 깨닫는다.
일제의 만행들이 기록되어 있는 군산 항쟁관
군산의 근대거리가 아픈 문화 잔재를 이용한 관광지일 뿐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군산의 역사 한 켠에는 ‘항쟁’의 역사가 빛과 그림자처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군산은 일제강점기였던 1919년 3·1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난 나흘 뒤인 3월 5일, 전라북도 지역 최초로 3·5 독립만세운동을 벌인 도시였다.
군산 항쟁관에서는 이러한 군산의 슬픔과 고통의 역사를 소개한다. 특히 2층은 1인 감옥과 각종 고문대가 전시되어 있어 서대문 형무소를 떠올리게 한다. 한쪽에는 유관순을 비롯한 열사들의 얼굴 탁본을 뜰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시간이 멈춘 도시가 아닌 오래된 미래의 도시
누군가는 군산을 시간이 멈춘 도시라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군산 근대거리의 풍경은 문화유적들뿐 아니라 카페, 편의점, 음식점 등 대부분의 건물들에 일제식 흔적이 남아 있다.
오래된 건물들은 세월이 흘렀어도 유지·보수·증축한 것이라 고스란히 시간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 시간을 멈춰 있다 단언할 수는 없다.
군산 야행은 과거를 현재로 불러내는 상상력의 작업임과 동시에 오늘과 내일의 지표로써 역사를 되돌아보게 하며 ‘오래된 미래’의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