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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아듀 2015, 웰컴 2016] 새해맞이 아이템 만드는 광주 공방 여행
[아듀 2015, 웰컴 2016] 새해맞이 아이템 만드는 광주 공방 여행
  • 전설 기자
  • 승인 2015.1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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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작 2015, 만들다 2016
소중한 나를 위해 만드는 기념품
사진 / 전설 기자
한해의 마지막 날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품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사진 / 전설 기자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행스케치=광주] 꼬박 1년간, 2015년을 여행했습니다. 긴 여정을 마무리하며 다사다난했던 한해의 끝을 어떻게 자축할까 고민하다가, 여행 마지막 날 기념품 가게에 들러 두고두고 추억할 작은 선물을 고르듯, 올해의 추억을 담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기념품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꽤 오래전부터 ‘공방’이란 공간을 동경했던 것 같다. 책상 위에 조각난 천조각과 가죽 자투리가 널려 있고 색색의 재봉실이 순서 없이 꼽혀 있는 자그마한 작업실. 마구 어질러져 있어도 그 자체로 그림엽서처럼 보드랍고 따뜻해 보이는 공간. 그곳에 가고 싶었다.

언젠가 가봐야지, 해 봐야지, 미루고 미룬 소망을 실행하기 좋은 12월. 바쁜 일상에 치여 꾹꾹 참아온 창작 욕구를 원 없이 풀 수 있는 여행지를 이미 알고 있다. 골목골목마다 개성도 성격도 다른 소규모 공방이 모여 ‘예술의 거리’를 이루고, 밥을 먹으며 공예를 배우는 이색 레스토랑과, 전통악기를 만드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예향(藝鄕), 광주다.

예술의 거리에서 나만의 작품을 만들다
광주 ‘예술의 거리’는 300m 남짓 거리에 소규모 공방과 갤러리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예술 특화 거리다. 알록달록 구경거리 많은 공방마다 뜨개인형, 도자기, 복주머니, 레이스소품 만들기 등 상설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니 갖고 싶은 것만 쏙쏙 골라 1교시부터 6교시까지 ‘만들어볼까요’ 시간표를 짤 수 있다. 첫 번째 수업은 다가오는 새해를 위한 나만의 다이어리 만들기. 광주중앙초등학교 정문 왼쪽 방향에 자리 잡은 가죽공방 ‘니들웍스’로 향한다.

이른 오전부터 공방에 모여든 수강생들은 가죽 팔찌부터 클러치까지 세상에서 하나 뿐인 작품을 완성하는 중이다. 작업 책상을 하나씩 차지하고 콩콩 망치를 두들겨 가죽에 구멍을 내는 목타질, 간격에 맞춰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는 모습이 전문가 못지않다. 그 사이를 오가며 솜씨를 칭찬하는 박광진 대표의 목소리가 퍽 다정하다. 아아, 나도 어서 배워봤으면.

사진 / 전설 기자
크고 작은 공방이 모여 있는 광주 ‘예술의 거리’ 초입. 사진 / 전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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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주 없어도 안심. 모든 도구를 갖춘 ‘공방’엔 늘 선생님이 있다. 사진 / 전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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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 수업 중인 박광진 대표. 사진 / 전설 기자
사진 / 전설 기자
구멍에 맞춰 한 땀 한 땀 바느질. 사진 / 전설 기자

“먼저 가죽부터 골라야죠? 다이어리 외피로 써야하니까 부드러운 하프재질보다 두께감이 있는 재질이 좋아요. 재단은 1mm 차이에 따라 완성도가 결정되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이 안전하죠.” 앞으로 1년을 함께 뒹굴어야 할 다이어리니까 무조건 튼튼하게. 색은 샛노란 은행잎이나 연한 완두콩 빛깔이 좋겠다. 외피가 될 가죽을 고르면서 아, 내가 이런 색을 좋아했구나, 새삼 취향을 발견한다.

재단한 가죽을 받고 본격적인 수업 시작. 박 대표가 일대일로 붙어 시범을 보여 주고 지도를 해주는데, 생각보다 과정이 까다롭다. 가죽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는데만 해도 라운드펀치를 이용해 가죽 끝을 자르고, 사포로 다듬고, 단면을 투명마감제로 코팅하고, 거기에 가죽 색상에 맞는 엣지코트를 덧발라야 한다.

눈에 힘을 주고 손끝에 집중하는 동안 주변 소리가 서서히 잦아든다. 이렇게 한 가지에 몰두한 것이 얼마만이더라. 한 장의 가죽이 다이어리 모양을 갖춰가는 동안 다짐한다. 새 다이어리 첫 장에는 오늘의 추억을 꾹꾹 눌러 적어야겠다.

Info 가죽공방 니들웍스
주소 광주시 동구 예술길 15번길 (궁동 12-4)
문의 010-4479-7744

비누 만들면서 스테이크 써는, 어느 멋진 날
예술이 일상이 되는 광주에서는 일상적인 공간이 순식간에 갤러리로 변하는 순간을 자주 목격한다. 광주 북구 용도동의 한 레스토랑에 들어서는 바로 이 순간처럼 말이다. 유리창을 통해 담뿍 햇살이 내리치는 자리에 크기도 빛깔도 다른 도자기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벽면에는 동화 삽화 같은 일러스트 작품이 가득하다. 지금 서 있는 곳이 갤러리가 아니라 레스토랑임을 까먹지 않은 것은 뭉근하게 풍기는 파스타와 스테이크 냄새 덕분.

사진 / 전설 기자
여기가 갤러리야, 레스토랑이야? 사진 / 전설 기자
사진 / 전설 기자
어느 멋진 날에서 만나는 친환경 방목 한우 스테이크. 사진 / 전설 기자
사진 / 전설 기자
아이랑 함께 천연비누 만들기. 사진 / 전설 기자

“취미로 도예를 했어요. 한동안 아주 푹 빠져서 흙을 붙잡으면 6~7시간을 내리 앉아 있곤 했죠. 그렇게 그릇을 빚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 음식을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환경 도자기에 어울리는 유기농 바른 먹거리 말이에요. 그래서 탄생한 곳이 ‘어느 멋진 날’이죠.”

유기농 레스토랑 ‘어느 멋진 날’의 박은연 대표가 설명 끝에 시계를 본다. 오늘은 일요일. 박 대표를 따라 머그컵, 원목시계, 천연비누 등을 직접 만들어보는 ‘원데이 클래스’가 있는 날이다.

“흙을 만지면서 힘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 경험을 손님들께 전하고 싶어 매주 일요일 체험수업을 진행해요. 오늘은 천연비누와 석고방향제를 만들어 볼 거예요.”

어린이 손님이 많다 했더니, 엄마 따라 비누를 만들러 왔구나. 고사리손으로 비누베이스를 깍둑썰기하며 꺄르르, 냄비에 비누를 녹이고 진주 가루며 율피 가루를 넣는 동안 꺄르르, 비누가 굳는 동안 자지러지는 아이의 웃음소리에 슬며시 따라 웃는다. 무엇을 만든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아이들을 통해 새로 배우는, 어느 멋진 날의 오후다.

Info 어느 멋진 날
주소 광주시 북구 임방울대로 1063 (용두동 305-13)
문의 062-576-6279

지금 가장 핫한 ‘예술동’에서 잠들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마주보는 동명동은 오늘 생긴 디자인 편집숍과 20년도 더 된 미용실이 나란히 서 있는, 새것 같으면서도 골동품 같은 동네다. “예전부터 동명동 산다카면 알아줬어. 머리 큰 양반들만 살던 부자 동네여 아조. 땅 값 떨어져가꼬 예전만 못해도, 이제 젊은 아들이 그림도 그리고 가게도 채리고 놓아서 볼 게 많어.” 한 동네에서 아흔을 넘긴 김막금 할머니가 넓은 신작로를 가리킨다.

“젊은 아덜 몰리가 밤낮 커피 먹는” 동명동 카페 골목이다. 길을 곧장 따라가니 이색 소품으로 가득한 보틀 카페와 세계카메라영화박물관 같은 새 명소가 넘쳐난다. 곧장 가면 대인예술야시장 ‘별장’으로 예술 산책을 이어갈 수 있단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걷다가 작은 입간판 앞에서 정지. “대금·소금·단소 불어보기 무료. 개인 단소 만들기 만원.” 악기 만드는 게스트하우스 ‘청공소리’에 도착한다.

“겨울 대나무가 악기로 만들었을 때 소리가 가장 좋아요. 물기가 덜 하니까요. 재료가 될 나무는 2년 정도 말리면서 휘어 있는 부분을 반듯하게 피는 ‘불 작업’을 해야 해요. 그 다음 막혀 있는 내경을 뚫고 취구를 깎죠.”

사진 / 전설 기자
악기 만드는 게스트하우스 ‘청공소리’의 이순미·권봉현 부부. 사진 / 전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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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가 되길 기다리는 대나무들. 사진 / 전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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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공을 다듬는 명인의 손. 사진 / 전설 기자

게스트하우스 ‘청공소리’는 국악관악기 제작자 권봉현 · 택견 전수자 이순미 부부가 운영하는 이색 게스트하우스다. 부모님 대부터 살던 집을 조금씩 손보면서 작업장 겸 한옥 체험장으로 꾸몄는데, 부부의 전공을 살려 국악기 만들기, 택견 등 전통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악기를 만든 뒤에는 권봉현 대표의 지도를 받아 연주까지 배워 볼 수 있다고 하니, 새해 취미 삼아 악기 하나 배워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내 손에 딱맞는 ‘맞춤 단소’로 말이다.

한 손에는 곧게 뻗은 대나무, 다른 한손에는 날이 퍼렇게 선 작업도를 뒨 장인의 손끝에 시선이 집중된다. 급한 기색 없이 같은 자리를 열 번이고 백번이고 닦아내듯 깎아내리니 취구(단소를 부는 자리)가 점점 안쪽으로 깊어진다. 취구가 완성되면 1mm만 어긋나도 음정이 바뀌는 태, 황, 무, 임, 중 5개의 지공 뚫어 하나의 악기로 완성한다.

“단소나 대금은 살아 있는 악기거든요. 애지중지 관리하면서 오래 불면 사람의 입이 닿는 부분이 가장 먼저 불그스름하게 변하기 시작해서 손가락의 열이 전해지는 닿는 지공 부분도 조금씩 짙어지죠.”

장인은 만들뿐, 완성은 연주자가 한다고 했던가. 악기 만들기 체험은 끝이 났지만, 단소를 받아드는 순간 또 다른 체험이 시작된다. 입술을 오므리고 조심스럽게 숨을 불어 넣는다. 쉭, 쉭, 바람 빠지는 소리만 나다가 일순, 곧게 뻗은 맑은 소리가 난다. 이제 악기의 완성이 내 손에 달렸으니 붉은 단소가 될 때까지 오래 오래 아껴줘야겠다

Info 게스트하우스 청공소리
주소 광주시 동구 동계로번길 1 (동명동 200-196)
문의 010-7247-7506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5년 12월호 [특집]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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