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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이달의 기차역] 토굴 새우젓만큼 구수한 사람 냄새가 그리워요, 광천역
[이달의 기차역] 토굴 새우젓만큼 구수한 사람 냄새가 그리워요, 광천역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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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광천역 철길 풍경. 2003년 1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광천역 철길 풍경. 2003년 1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여행스케치=홍성] 장항선 첫 차를 타고 광천역에 내리는 순간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너무 일찍 왔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비 오는 날의 역전은 조용했다.         

역 앞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다가 역장님을 만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 생각해서 광천역 주위를 어슬렁거려 보기로 했다. 세 바퀴를 돌고 나니 지리파악이 벌써 끝나버렸다. 그렇게 작은 동네가 광천이다.

1923년, 광천역은 장항선이 개통되면서 문을 열었다. 그 때 당시만 해도 장항에서 광천까지 아침, 저녁 통근열차가 다닐 정도로 광천은 충남 9개 시군의 상업 중심지였다. 천수만 간척사업으로 물길이 끊겨버린 옹암포구는 당시만 해도 서해안에서 알아주는 커다란 항이었다.

역전 오른쪽으로 즐비한 새우젓, 김 상점들. 2003년 1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역전 오른쪽으로 즐비한 새우젓, 김 상점들. 2003년 1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광천의 물길은 이제 끊어져 그 흔적만 남았다. 2003년 1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광천의 물길은 이제 끊어져 그 흔적만 남았다. 2003년 1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주변의 어선이 새우와 해산물을 싣고 와 최고의 거래가 이뤄지던 곳이었기에 광천은 해산물을 가공하고, 숙성시키는 산업이 발달했다. 때문에 현재까지도 그런 명맥을 이어 토굴 새우젓과 김이 유명하다. 항에는 배가 모여들고 기차길이 열리면서 충남지역의 물류대리점들이 광천으로 들어섰다.

크라운 맥주, 동양시멘트, 제일제당 등의 대리점들이 광천에 모여 충남 최대 도매시장을 형성했다. 이렇게 부귀영화를 누리던 광천이 쇠락하기 시작한 것은 지자체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다. 각 물류대리점들은 시·군 지역으로 거점을 옮기기 시작했고, 유통시장의 발달로 광천은 서서히 도매시장에서 소매시장으로 바뀌었다.

뱃길이 끊기고 주민은 줄어도, 외지 사람들이 토굴 새우젓이나 김을 사러 많이 방문하지 않을까 했는데, 온라인 판매가 성행하고 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광천역은 그 어느 때보다도 조용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Traveler’s Guide 
광천은 조용하고 외로워 보이긴 하지만 아직도 순박한 시골 인심이 남아 있는 곳이다.

광천토굴새우젓시장 모습. 2003년 1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광천토굴새우젓시장 모습. 2003년 1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광천토굴새우젓시장
광천역에서 걸어서 시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은 3군데로 나 있다. 작년부터 역 앞으로 길을 내 시장진입을 원활하게 만들었다. 새우젓 시장을 비롯해 농산물과 축산물 시장이 어우러져 있다. 새우젓 상점에서는 새우젓을 비롯해 가정에서 먹는 젓갈류도 인기다.

시장 안 먹거리
골목 새우젓시장 중간에 먹거리 골목이 있다. 순대를 파는 집도 있고 닭을 통째로 튀겨 내는 집, 일반 분식집이 있다. 역전보다는 이곳이 아이들을 데리고 먹을 만한 메뉴들이 많다. 얼마나 인심이 좋은지 1인분만 시켜도 수북하다.

오서산 풍경. 2003년 1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오서산 풍경. 2003년 1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오서산
등산하기 좋은 오서산은 역전에서 15분 거리 남짓한 곳에 있다. 정상에 피어난 억새로 유명하다.

옹암리 독배마을. 2003년 1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옹암리 독배마을. 2003년 1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옹암리 독배마을
새우젓을 저장하는 토굴이 있는 옹암리 독배마을. 역시 새우젓 파는 상점이 즐비하지만 한가할 때 주인에게 부탁하면 토굴을 보여준다.

오천항 풍경. 2003년 1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오천항 풍경. 2003년 1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오천항
보령의 오천항을 가다보면 항 조금 못미친 곳에 광천의 물길을 막은 방조제가 있다. 항이라고 하기에는 아주 조그맣지만 가오리와 비슷한 갱개미회만 취급하는 횟집이 늘어서 있다. 갱개미회는 11월 전후로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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