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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이달의 산] 참 잘생긴 얼굴을 가진 산, 경남 합천 황매산
[이달의 산] 참 잘생긴 얼굴을 가진 산, 경남 합천 황매산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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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경남 합천 황매산. 2003년 12월. 사진제공 / 합천군청
경남 합천 황매산. 2003년 12월. 사진제공 / 합천군청

[여행스케치=합천] 경남지역에서는 황매산을 가야산 다음가는 명산으로 친다. 해발 1천1백8m, 산을 오를수록 그 모양을 달리하는 산과,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합천과 산청의 풍경이 그야말로 절경이다.                                   

황매산은 경남 산청군 차황면과 합천군 대병면, 가회면의 경계에 우뚝 서 있다. 하봉, 중봉, 상봉 세 봉우리가 정상을 이루고 있는데, 정상에 올라서면 그 풍경이 활짝 핀 매화 꽃잎 같다고 하여 황매산이라 부른다. 예전부터 누구라도 황매산에 올라 지극 정성으로 기도를 하면 한 가지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전해지는데, 그래선지 황매산 곳곳에는 등반객들이 올려놓은 돌무더기들이 있다.

이런 말들은 한 전설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건국한 무학대사는 한 때 황매산에서 수도를 했다. 어머니가 자신의 뒷바라지를 위해 산을 오르내리다가 칡넝쿨과 땅가시에 발등을 긁혀 넘어지고 뱀에 놀라는 것을 보고 그는 황매산 산신령에게 지극 정성으로 100일 기도를 드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이후로 지금껏 황매산에는 뱀이 없고 땅가시와 칡넝쿨이 자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황매산이 유명해진 것은 15만평에 이르는 철쭉군락지 덕분이지만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비경으로는 모산재를 친다. ‘참 잘생긴 산,’ 지역민들이 모산재를 부르는 말이다.

모산재 올라가는 길, 저 멀리 황포돛대바위 아래로 대기마을이 내려다보고 있다. 2003년 1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모산재 올라가는 길, 저 멀리 황포돛대바위 아래로 대기마을이 내려다보고 있다. 2003년 1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아름다운 바위초목이 병풍을 이루는 모산재
황매산 모산재를 오르려면 두 갈래 길이 있다. 영암사지 가기 바로 직전 황매정사로 가는 등산로를 택하거나 영암사지 뒤로 나 있는 등산로로 국사당과 순결바위를 거쳐가는 방법이 있다.

보통의 등산객들은 황매정사로 가는 길로 가파른 바위산을 타지만, 타고난 산꾼들은 산세가 험한 국사당과 순결바위가 있는 곳에서 나름대로 운치를 즐기며 오른다. 아침 8시가 되도록 오가는 사람이 없어 그냥 홀로 황매정사로 가는 길을 택했다. 등산로 초입이 여느 등산로와 다를 바 없어 마음을 놓았던 것이 잘못이었다.

겨우 2~3분을 탔을 뿐인데 바로 바위 암벽이 시야를 가로 막았다. 기대했던 표지판은 온데간데없고 다만 바위 위에 누군가가 그려놓은 하얀색 화살표와 각 등산모임이 달아놓은 리본만이 그 길을 알려준다. 시야를 가리는 나무가 없어 풍경을 구경하기로는 금상첨화지만 바위산을 타기 위해서는 스파이더맨으로 변신해야 한다.

가파른 80 철계단을 올라가면 거대한 바위가 토라진 듯 등을 지고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황포돛대바위다. 그 바위능선을 타고 오르면 바로 무지개터를 지나 정상으로 가는 길이 이어진다.

모산재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능선. 저곳 어디에 순결하지 못한 사람은 오그라 든다는 순결바위가 있다. 2003년 1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모산재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능선. 저곳 어디에 순결하지 못한 사람은 오그라 든다는 순결바위가 있다. 2003년 1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여러 가지 산의 형태를 보다
보통 산은 단풍이면 단풍, 억새면 억새, 바위산이면 그 바위산이 유명한 법인데 이 황매산은 그 모습들을 고루 보여준다. 모산재 정상에서 황매산 정상을 향해 가려면 철쭉군락지라고 표시를 해놓은 표지판대로 길을 향해 걸으면 된다.

걷다보면 금방 바위와 모래만 있던 산이 촉촉한 흙과 나무숲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철쭉나무들의 틈새를 헤집고 언덕을 올라왔는데 이제는 또 억새밭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 길 위에 철쭉꽃 하나가 떨어져 있다.

모산재에서 목장지대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억새밭이 또 다른 풍경을 선보인다. 2003년 1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모산재에서 목장지대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억새밭이 또 다른 풍경을 선보인다. 2003년 1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날도 추운데 용케 시들지 않고 의연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철쭉꽃을 보느라고 모르고 지나쳤던 장승부부에게 인사를 하려고 가던 길을 돌아 나왔다. 억새밭에 다정하게 서있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억새밭 너머로는 초록색 분지가 보인다. 젖소 목장이다. 이런 광경이 다 있나. 남은 죽을힘을 다해 겨우겨우 올라온 산인데 얄밉게 목장에 나있는 길로 차들이 차례차례 올라오고 있었다.

가지만 앙상한 철쭉군락지에서 발견한 철쭉꽃송이. 2003년 1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가지만 앙상한 철쭉군락지에서 발견한 철쭉꽃송이. 2003년 1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본래 이 지대에는 대규모 목장이 조성되었었는데 수지타산 문제로 하나 둘 떠나버려 이제는 한두 군데만 남았다고 한다. 아직 비포장도로이긴 하지만 정상의 초원지대까지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피크닉을 나왔다. 자가용으로 이 길을 올라오려면 덕만 주차장 위쪽, 가회면에서 합천호로 들어가는 도로 좌측의 비포장 도로로 20~30분정도 들어오면 된다.  

사람들이 차를 끌고올 수 있는 목장지대에서 정상을 타기위해서는 전위봉에 올라야 한다. 경사가 심해 등반이 쉽지 않다. 2003년 1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사람들이 차를 끌고올 수 있는 목장지대에서 정상을 타기위해서는 전위봉에 올라야 한다. 경사가 심해 등반이 쉽지 않다. 2003년 1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이 초원을 벗어나 정상으로 오르는 전위봉 아래로 가면 산청군과 합천군을 가르는 경계면이 있다. 정상을 향하는 길목인 전위봉은 생각보다 가파르다. 한 시간 정도 이어지는 바위능선을 타고 다시 거친 암벽을 돌아가면 황매산 정상에 도달한다.

정상에 올라서면 합천호와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등이 한눈에 보일 정도로 멋진 비경이 펼쳐진다. 이제는 하산길이다. 하산은 중봉, 하봉, 삼봉을 경유하는 바위능선을 통해 내려오거나 목장지대로 나 있는 임도, 또다시 모산재를 거쳐 순결바위와 국사당으로 내려오면 된다. 황매산은 여러 가지의 얼굴을 가진 거대한 산이다.

정상 즈음에 가면 넓은 분지에 목장지대가 형성되어 있다. 목장은 불과 한 두 군데에 불과하지만. 2003년 1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정상 즈음에 가면 넓은 분지에 목장지대가 형성되어 있다. 목장은 불과 한 두 군데에 불과하지만. 2003년 1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앞에 나열한 코스는 모산재를 보기 위해 합천의 둔내리에서 시작한 길이지만 산청에서도 상법리 마을 등을 통해 정상을 오를 수 있다. 어떤 등산을 할지 등산로도 여러 갈래라 택하기 나름이다. 황매산 산행 시에는 필히 물을 챙겨야 한다. 바위가 험한 산이라 햇살도 강한데 마땅한 약수터가 없어 물 한 모금에도 눈물이 난다.

주변볼거리 
영암사지
통일신라시대의 절터라 보여지지만 이에 관한 기록들이 모조리 소실되어 정확한 사실을 알수 없다. 1984년 절터 일부의 발굴조사를 통해 불상을 모셨던 금당과 서금당, 회랑과 부속된 건물터가 확인되었다. 여기서 통일신라시대 말부터 고려시대에 이르는 기와와 금동여래입상이 출토되어 이 절의 창건연대를 가늠할 뿐이다.

영암사지 모습. 2003년 1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영암사지 모습. 2003년 1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영암사라는 이름은 입으로 전해질 뿐 정확한 기록은 없다. 현재 발견된 동금당지에는 보물인 영암사지 3층 석탑, 쌍사자 석등과 함께 사리탑전이라 추정되는 절터가 있다. 동금당지 옆 오솔길을 따라가면 거북모양의 비석받침만 남은 영암사지 귀부가 있다. 영암사지 한 편으로는 복원공사가 진행되어 현재는 극락보전이 재건되어 있는 상태다.  

바람흔적 미술관
대기를 차지하는 산소가 22%라 22개의 바람개비가 흔적을 만드는 바람흔적 미술관이다. 전시를 하는 사람도 관람을 하는 사람도 무료다. 조그만 미술관에 볼만한 흔적들이 한가득 쌓여있는 것이 신기하다. 바람개비들이 스쳐지나가는 바람흔적 마당, 목탁과 목어 소리 등을 조화시킨 바람소리 마당, 좁은 통로로 바람을 조절하는 바람몰이 마당이 있다.

바람흔적 미술관. 2003년 1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바람흔적 미술관. 2003년 1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앙증맞은 3층 건물과 그 주위 풍경들이 잘 어울리는 미술관의 관장은 설치미술가 최영호 씨인데, 워낙 바람같은 사람이라 붙잡을 수가 없다. 바람에 쉼 없이 돌아가는 바람개비들과 조각품, 오묘한 맛을 내는 미친 차를 꼭 즐겨보기를 권한다. 가회에서 등산로 가는 길목 바로 못 미쳐 있다.  

<단적비연수> 영화촬영장
이제는 영화주제공원이 된 <단적비연수> 촬영장. 오밀조밀한 버섯집이 늘어서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 곳은 산청군과 강제규 필름이 합작을 하여 만든 세트다. 31채의 건물과 9개의 시설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곳이 점차 영화주제공원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될 예정이다.

'단적비연수' 영화 촬영장. 2003년 1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단적비연수' 영화 촬영장. 2003년 1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청소년 수련시설을 비롯하여 전시관, 원시부족 생활 체험관, 식당이 있는 저자거리 등이 생길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황매산에서는 정상을 오르기 전 산청 쪽으로 나 있는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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