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평창] 삼봉출발은 둔내 IC에서 현대 성우리조트로 들어가는 도로를 따라 평창 쪽으로 넘어가야 한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마을회관에서 부드럽게 좌회전을 해주면 펜션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사람도 동물도 다니지 않는 휑한 길. 그 길 끝에 과연 누군가 살고 있기는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조용한 동네다.
삼봉출발은 이곳에 위치한 성우참빌이라는 펜션부락 중 가장 마지막 집. A자 3개가 올라와 있는 듯한 집모양은 포커의 ‘에이스 트리플’을 의미한다. 그 박진감 넘치는 그 순간, 어떤 즐거움이 스며있을지 모를 그 한때처럼 소중한 추억을 이 곳에서 만들라는 뜻으로. 현관은 어디 있을꼬 했더니만 주인장이 집 뒤쪽으로 안내한다.
2층의 입구는 집 뒤쪽에 있고, 그 앞에 벤치와 숯불구이대가 놓여있다. 어린시절 어느 가겟집에서 보았음직한 난로 2대와 두꺼운 널빤지를 대충 재단해 놓은 듯한 벤치가 조화 속의 부조화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내부로 들어가니 2층으로 구성된 실내 공간이 그럴 듯 해 보인다. 방이 6채씩 총 2동. 1층은 단층이고 2층에는 조그만 다락방이 있는데 평수는 거의 비슷하다. 15평 내외.
“펜션을 짓다 보니 참 재미가 있습디다. 우리 집 어떤 것 같아요? 예뻐요? 하하. 그런데, 둘러보면 허점 투성이예요. 마음만큼 쉽지는 않더라고요. 집 외관도 그렇고 다락방도 너무 낮고…. 그래서 아래에 짓는 두 번째 동은 조금 더 신경을 많이 썼죠.
여행에서 새로운 사람도 만나보라고 펜션객들이 서로 모일 수 있게 미니 영화관이나 휴게소를 꾸며볼까 해요.” 집이 예쁜 것 같다는 말에 집주인은 머쓱해하면서도 미래의 청사진을 조심스럽게 펼쳐보였다. 보기에는 괜찮은 것 같은데 뭐가 그렇게 아쉽다는 것일까 하며 2층 다락방으로 올라가는데 쿵! 하며 이마에 바로 신호가 왔다.
이런! 다락방은 다락방인데 너무 낮아서 어른들이 올라가려면 허리를 잔뜩 구부려야 한다. 하지만 이것도 재미지 뭐 하면서 2층에서 아래를 내려다 봤는데 불을 켜놓고 보니 분위기가 제법 괜찮다. 다락방 난간 사이로 다리를 빼고 달랑달랑 다리를 흔들어보았다. 시원한 창으로 하늘 가득한 별을 바라볼 수 있다면 더욱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숯불화로 주변에 여럿이 모여앉아 군밤이라도 구워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재미라도 있었으면…. 밤이 되자 바람이 더욱 거세진다. 아, 이런 날에는 눈이라도 소복이 내리면 좋겠는데…. 눈이 쌓인 삼봉출발이라면 이 노래가 딱 어울릴 것 같아서 말이다. ‘우리들 사랑이 담긴 조금만 집에 옹기종기 모여 정다운 이야기. 서로의 즐거움 슬픔을 나누던 밤…’ 바로 조하문의 ‘눈 오는 밤’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