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경기] 그 곳에 가면 가슴이 설렌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직접 밥상을 차린 듯하다. 산수유가 접시에서 곱게 피어나고, 들에 마구 자라는 쑥도 달리 보인다. 봄을 먹으러 담원에 간다.
직접 만든 음식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밥상을 차려준다면 그것처럼 행복한 일은 없겠다. 그러나 일상은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먼저 섭섭하게 만든다. 늘 마음만 있을 뿐 샐러드 하나 손수 해 주기가 어렵다. 담원에서 나도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 주고 싶다라는 상상을 했다.
목련이 보이는 창가에 앉힐까, 주인 아주머니가 잘 가꿔놓은 텃밭이 보이는 창가에 앉게 할까. 어떤 접시에 음식을 내놓아야 가장 맛있을까! 마치 내가 요리사가 된 듯, 담원의 주인인양 그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이맘 때 담원에는 목련이 흐드러지게 핀다.
전통매듭공예가인 주인 아주머니가 뿌린 상추, 치커리 등이 새싹을 틔운다. 밭에 뿌리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는 쑥이 튀김으로 나오고 씹히는 맛이 일품인 마, 우엉 튀김이 마른 목련 잎에 먹기 좋게 놓인다.
흰 접시 위에 표고버섯, 두릅, 산수유꽃을 꽃밭처럼 모양을 내서, 요리보다 예쁜 벽걸이를 보는 듯 하다. 먹기가 아깝다. 눈이 즐겁고 입이 즐겁다. 전은 바삭바삭 씹히면서도 속은 부드럽다. 입안 가득 씹히는 미나리 향에 피곤이 저절로 풀린다.
냉이, 취나물, 고사리 등 나물에는 많은 양념이 필요없다. 양념 3가지만 있으면 된다. 조선간장과 들기름이나 참기름 중 하나. 통깨를 살짝 뿌리고, 나물에 따라서 된장이나 고추장을 넣으면 된다. 마늘, 파는 김치에만 넣는다.
그래서 아무리 많이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다. 담원을 연지 7년. 식당 곳곳 주인의 손길이 안 간 곳이 없다. 화려한 집도 아니다. 깔끔한 흙집으로 햇살이 곱게 스며들어 따뜻하다. 돌아보면 사람 손길이 많이 간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식당 기운이 참 맑다. 주변 풍경과 거슬리지 않는 양철지붕을 보니 비오는 날 한번 더 와야할 것 같다.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노래처럼 들릴 듯 하다. 식당 앞에는 벚나무, 목련나무가 많다. 매년 4월 목련이 흐드러지게 필 때 목련음악회가 열린다.
이번 목련음악회는 4월 16일 저녁에 열린다고 한다. 벌써 모든 자리에 예약이 끝났을 만큼 인기가 많다. 촉촉한 나물을 손으로 조물닥 조물닥 무쳐서 사랑하는 사람 입에 넣어주고 싶은, 담원에 가면 사랑하는 사람의 밥상을 차려주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