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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박물관 기행] 인생의 무대에서 만나는 얼굴들, 경기도 광주 얼굴 박물관!
[박물관 기행] 인생의 무대에서 만나는 얼굴들, 경기도 광주 얼굴 박물관!
  • 김상미 객원기자
  • 승인 2004.10.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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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문 앞에서 만난 김정옥 관장과, 전시실 입구에 서 잇는 안내원 얼굴이 닮았다. 2004년 10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문 앞에서 만난 김정옥 관장과, 전시실 입구에 서 잇는 안내원 얼굴이 닮았다. 2004년 10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얼굴 박물관 입구 표지. 2004년 10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얼굴 박물관 입구 표지. 2004년 10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여행스케치=경기] 어디서 살다왔는지 알 수 없는 얼굴들이 박물관 뜰에 나와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가슴은 떼어내고 침묵으로 말하는 얼굴들. 서로 다른 표정연기를 보다가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철학이 미소 속에 숨어있다는 것을 알았다.

수많은 얼굴들이 있지만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얼굴 박물관에 걸려있는 얼굴들도 모두 표정이 달라서 이름을 붙여 주어야 될 것 같았다. 이름을 불러줄 때 꽃이 된다고 말했던 시인의 말처럼 저절로 기억 속에 저장되는 얼굴들이 앞으로는 이름을 불러달라고 말하는 듯 했다. 미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가치관이 흔들리는 시간이었다.

사람만나기를 좋아한다는 김정옥 관장의 얼굴에 핀 웃음꽃은 따뜻한 평화를 안겨주어서 꺾어 오고 싶은 꽃이었다. 70년대 극단 자유에서 연출을 했다는 말에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연극이 떠올랐다. 영화보다 연극마당을 찾는 사람이 문화마인드를 가진 것처럼 생각 되던 시절에 친구와 자주 다니던 연극 무대에서 본 듯한 얼굴이라 반가웠다.

나무에 새긴 얼굴. 2004년 10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나무에 새긴 얼굴. 2004년 10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얼굴박물관은 지난 오월에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에 문을 열었다. 김정옥 관장의 인생을 무대에 올려놓고 연출하는 자유로운 공간처럼 보였다. 사람이 좋아서 연극을 하며 살았다는 그의 말처럼 이제 무대에 설 일도 연출을 할 일도 없는 텅 빈 시간을 어떻게 연출할까 고민하다가 관객을 만나러 직접 나선 것 아닐까 싶었다.

볼거리가 없으면 찾아오지 않는 냉정한 관객을 부르기 위해 그동안 취미로 모아두었던 석인, 목인, 도자기인형, 테라코타, 가면 등으로 장식을 해 놓고 기억 속에 남는 하루를 선물하고 있었다. 어쩌면 40여년 옛사람들의 얼굴들을 모으며 만들었던 소중한 만남을 솔직하게 공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에 새긴 얼굴. 2004년 10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돌에 새긴 얼굴. 2004년 10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손수 탄 시원한 미숫가루와 텃밭에서 금방 따온 듯한 토마토를 내놓으며 박물관을 개관하기까지 어려움을 들려주었다. 박물관을 개관하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연극작품 한 편을 연출하는 것쯤으로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되돌아보니까 극장을 하나 짓고 한 작품을 연출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중한 추억과 함께 모아 두었던 얼굴들을 한자리에 놓으니까 인류의 오랜 소망이 결집되는 것 같고 인간만이 얽을 수 있는 대단원의 드라마를 연출한 것 같아 뿌듯하다는 말도 보탰다. 얼굴이 있고 표정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타인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배려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도 갖게 된다는 그의 말처럼 얼굴 박물관에 많은 사람들이 들러 자신의 표정을 읽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작은 동그라미 속에 우주가 담겨있다.

가마에 구워낸 얼굴. 2004년 10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가마에 구워낸 얼굴. 2004년 10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Tip. 가는 길
퇴촌에서 남종 가는 길로 들어서 쭉 가다가 오른쪽 분원리 농협 앞에서 왼쪽을 보면 주먹만한 얼굴을 들이미는 간판이 보인다. 개관시간  10:00~18:00(휴관일 월요일, 화요일) (전화를 하고 가는 것이 좋다.)

주변 볼거리
퇴촌과 남종면 쪽에는 유기농 토마토를 재배하는 농장이 많다. 인체에 해로운 활성화산소를 없애주는 항산화물질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식품이라서 인기가 짱이다. 물이 좋은 곳에서 자란 토마토라서 그런지 신선하고 맛이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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