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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박물관기행] 등경 위에 불을 켜고 누군가를 기다린다, 용인 등잔박물관
[박물관기행] 등경 위에 불을 켜고 누군가를 기다린다, 용인 등잔박물관
  • 김상미 객원기자
  • 승인 2004.11.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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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용인 등잔박물관 전경. 2004년 11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용인 등잔박물관 전경. 2004년 11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용인] 등잔박물관에는 우리 삶의 모습들을 지켜보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등잔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 한때 아름다운 불꽃으로 살았던 시간을 추억하고 있다.

김동휘 관장은 마음속에 등불을 켜두고 사는 사람이다. 고미술품에 관심을 가지고 모으다가 등잔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소중하게 사용되었던 등잔불을 오래도록 간직해야 한다는 생각에 하나둘 수집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동휘 박물관장. 2004년 11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김동휘 박물관장. 2004년 11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어느덧 여든을 넘긴 김동휘 관장이 40여 년간 틈틈이 모아온 자료들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감상하고 싶어 지난 97년 9월에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능원리에 테마박물관으로 개관을 했다. 박물관 외관은 수원화성의 성곽 이미지를 따서 건축 했는데 그 때문인지 봉화대처럼 보이기도 하고 등대처럼 보이기도 한다.

등잔받침이 세월의 무게를 이고 전시되어 있다. 2004년 11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등잔받침이 세월의 무게를 이고 전시되어 있다. 2004년 11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전깃불 사용으로 사라져버린 등잔이지만 예전에는 등잔 밑에서 기름종지에 불 하나를 켜두고 바느질을 하고, 책을 읽고, 손자를 무릎에 앉혀 놓고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등잔은 대물림을 하던 도구이기 때문에 대대손손 가족사를 기록하는 도구이기도 했다. 깜깜한 겨울밤에 등잔불을 켜두면 언제나 둘레가 훈훈해지는 것도 그 때문이란다. 그래서인지 등잔불 곁에 오순도순 모여 있는 가족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김 관장은 등잔불은 깊이 들여다볼수록 우리나라 가구 중 가장 아름다운 도구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양에도 등잔이 있지만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도구에 불과하단다. 우리나라의 등잔은 가족의 역사를 담고 있어서 그런지 받침과 걸이에 여러 가지 문양을 새겨 넣어 정성들여 만든 수공예품이다.

들여다보고 있으면 잔잔한 아름다움에 빠져 든다. 목등잔, 유기등잔, 도자등잔, 토기등잔등 다양한 형태의 등잔들이 있는데 주로 조선후기의 것들이 남아 있다. 어둠을 밝혀줌으로 인간이 밤에도 활동을 할 수 있었으니 등잔은 삶의 폭을 넓혀준 귀중한 도구였다.

지하 1층은 인간가족의 다양한 못브이 사진으로 전시되어 있다. 2004년 11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지하 1층은 인간가족의 다양한 모습이 사진으로 전시되어 있다. 2004년 11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등잔불 밑에서 역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인지 등잔받침의 형태 또한 다양하다. 밑받침을 재떨이를 겸해서 사용하기도 하고 불의 높낮이를 조절하기 위해 기둥걸이용 단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밖으로 나갈 때 사용하던 제등 청사초롱과 지금의 스탠드 기능을 하던 좌등이 조명기구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고 있는 듯했다.

좌등은 조선 후기 석유가 수입된 이후 주로 상류사회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그 밖에 토기등잔이 있는데 삼국시대 사용하던 등가구라 현존하는 유물이 많지 않아서 귀중한 역사자료로 인정을 받는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들기름으로 심지를 돋운 등잔불을 켜서 아이들에게 보여주자 그렇게 작은 불로 어떻게 책을 볼 수 있느냐고 반문을 했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불이라면 몰라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불을 놀이기구처럼 여기는 아이들에게 등잔불의 느낌을 가르쳐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박물관 야외 전시장 모습. 2004년 11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박물관 야외 전시장 모습. 2004년 11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넓은 야외전시장으로 나온 아이들은 석등과 디딜방아 등 옛날에 사용하던 농기구등을 관람하고 호숫가 정자에 둘러앉았다.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을까. 깔깔대는 아이들 웃음이 고요하던 호수에서 멱을 감기 시작했다.

Info 용인 등잔박물관
위치 :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능원리 258-9
개관일 : 수·목·금·토·일·공휴일만 개관 월·화요일은 휴관. 10:00~17:30

가는길
수원역발 버스 60번, 660번 -> 북문 -> 매향동 -> 풍덕천 -> 능원리 정몽주선생 묘소입구 하차 -> 한국등잔박물관
서울 양재역발 버스 1500번, 1500-3번 -> 분당 -> 태재고개 -> 능골사거리 하차 -> 정몽주 선생 묘소 -> 한국등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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