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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박물관 기행] 금속장식에 무한의 의미를 담다, 진주시향토민속관
[박물관 기행] 금속장식에 무한의 의미를 담다, 진주시향토민속관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5.02.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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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진주시향토속민속관 내부 모습. 2005년 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진주시향토속민속관 내부 모습. 2005년 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여행스케치=진주]  장석은 문갑이나 뒤주, 장롱 등에 붙이는 금속장식을 말한다. 호랑, 용, 잉어, 거북 등 다양한 모양을 한 장석들은 묵직한 목가구를 밝은 분위기로 이끈다. 장석은 지방마다 독특한 특징이 있고 모양별로 주인의 염원도 담고 있다. 장석의 의미를 알게 되면 작은 금속 조각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집안 구석에 놓인 고가구를 유심히 찾아보는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진주성 앞에 있는 특산물 전시장 2층에 올라가면 우리나라의 장석의 일대기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이 있다. 장석은 기능적인 것과 장식적인 것이 있는데 기능적인 장석에는 경첩, 들쇠, 앞바탕, 광두정, 자물쇠가 있고 장식적인 것에는 문자장석, 동물 장석과 같은 꾸밈장석이 있다.

초기에는 기능만 생각하여 단순하고 밋밋하던 것들이 점차 화려해지면서 장식효과를 가져왔다.  지역마다 특색도 있는데, 내륙지방에서는 판금기법이 화려한 막힌 모양을 사용했고, 해안지방에서는 구멍이 뚫린 스타일을 사용했다.

부잣집 안방마님의 삼중농. 가운데 문고리를 흔들면 나비가 날아다니는 듯한 착시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 곳에서 날아가고 싶다는 염원이 있었다고. 2005년 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부잣집 안방마님의 삼중농. 가운데 문고리를 흔들면 나비가 날아다니는 듯한 착시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 곳에서 날아가고 싶다는 염원이 있었다고. 2005년 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꾸밈장석의 종류에는 문자 장석과 동식물 장석이 있다. 수복강녕, 부귀다남, 백복자래, 오군만년과 같은 글자들이 많이 쓰였고 동물모양 장석으로는 학, 사슴, 거북이들이 주로 사용됐다. 학은 장생의 의미. 예로부터 학은 짝이 아프면 금강산에서 불로초를 물어다가 먹였을 정도로 가족을 아끼는 동물.

학이 있는 장석은 가족의 안위와 불로장생을 염원한다. 용모양의 장석은 일반 가정에서는 살 수 없는 고급품이었다. 몸은 호랑이, 얼굴은 용인 장석이 많은데 이것은 부잣집에서만 쓸 수 있는 표식이었다 한다. 부잣집에 가면 나비모양이 있는 삼중농을 가끔 볼 수 있는데 이 장롱은 부잣집 마님들이 많이 사용했었다.

아름다운 나비모양. 2005년 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아름다운 나비모양. 2005년 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문을 반으로 가른 장을 흔들면 나비가 날갯짓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안방에만 갇혀있는 여인네들의 날아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가끔씩 물고기 십장생 외에도 물고기 장식이 쓰일 때도 있었다. 물고기는 특히 자물쇠 장석으로 많이 사용됐다.

24시간 항상 눈을 뜨고 있는 습성 때문에 집안의 재물을 보호하라는 의미. 알을 많이 낳는 어류이므로 다산을 상징하기도 했다. 물고기는 가끔 남성용 가구에서도 볼 수 있었다. 특히, 출세를 상징하는 잉어. 등용문이라는 한자어에서 유래된 모양이라고 한다.

말로만 듣던 돈방석. 틈새에 돈을 끼우고 주인이 방석대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2005년 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말로만 듣던 돈방석. 틈새에 돈을 끼우고 주인이 방석대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2005년 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머리가 넓은 못이란 뜻의 광두정은 가구를 제작하고 남은 여유공간의 미를 살리기 위한 장식물. 여러 가지 모양 중 박쥐모양이 유독 눈에 띄는데 중국발음 복복자를 닮은 이 모양은  집안에 복을 가져온다고 믿었다. 문을 열고 닫기 위해 만든 장석인 경첩은 실패모양과 나비모양이 가장 보편적이다.

가구의 자물통을 채우는 부분에 사용된 앞바탕은 장석의 변천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척도였다. 단순하고 뭉툭한 모양이 여러 가지 기법을 사용해 점차 화려하게 변모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팔각모양의 앞바탕을 선호했다. 팔각모양은 집안에 액을 막아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열쇠장석은 그 집안의 경제력을 상징하는 척도. 때문에 구조는 같아도 화려하면서도 견고한 모양이 많았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24시간 눈을 뜨고 재산을 지켜주는 물고기 모양의 열쇠도 인기였다. 이러한 장석들은 천 번 이상 쇠를 두들기고 펴고 판금하면서 만들어진 하나의 조각품인 셈. 전시관을 둘러보면 작은 장식 하나에도 집안의 안위와 소망을 빌곤 했던 옛 선인들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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