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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차디찬 서해 바다에서 찰지게 여문 귀한 몸, 사르르~ 녹는 하얀 눈, 키조개!
차디찬 서해 바다에서 찰지게 여문 귀한 몸, 사르르~ 녹는 하얀 눈, 키조개!
  • 박지영 기자
  • 승인 2006.02.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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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오천항에 정박한 배들. 2006년 2월. 사진 / 박지영 기자
오천항에 정박한 배들. 2006년 2월. 사진 / 박지영 기자

[여행스케치=보령] 잡히는 즉시 전량 일본으로 수출됐던 키조개. 우리나라에선 맛보기가 힘들었던 키조개가 일본의 경기침체 덕분에(?) 국내에서도 많이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키조개 맛보러 오천항으로 떠났다.

눈을 맞으며 오천항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자그마한 모습에 ‘항’이라는 명칭을 붙이기가 애매할 정도다. 출항하지 못한 배들이 나란히 정박해 있다. 이미 치웠던 자리에 다시 발목까지 쌓인 눈을 치우며 마을 사람들끼리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 소박해 보이는 오천항.

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홍합의 90%가 생산됐던 오천항은 80년대 후반부터 생태계의 변화와 서해안의 불법어획으로 어족자원이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97년부터 어획량을 제한하고 정착성 수산동식물 등을 보호한 끝에 현재는 장흥과 함께 키조개의 산지로 알려져 있다.

“여기 살지만, 예전엔 마대로 가득 잡아와도 구경도 못하고 일본으로 보냈어요. 맛이요? 허허, 일본은 수출조항도 까다롭고 입맛은 더 까다롭죠. 그런 일본사람들을 사로잡을 정도라면, 맛에 대해 더 말할 것 있나요?”

오천항 잠수기조합에 근무하는 오태철씨는 키조개의 맛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했다. 오천항에서 나오는 키조개는 90%이상 자연산이다. 종패를 채취해서 주요어장에 뿌려 키운 장흥의 키조개와는 달리 자생한 것.

3년 전, 키조개가 관리대상어종으로 분류되면서 잠수장비를 장착한 노랑색의 키조개잡이배 37척만 키조개 조업이 가능하다. 기상이변으로 조업을 못 할 땐 망에 키조개를 담아둔 뒤 빨간색 부표로 표시된 바닷물에 일시적으로 저장하며 그 날 그날 꺼내 출하한다. 2006년 2월. 사진 / 박지영 기자
3년 전, 키조개가 관리대상어종으로 분류되면서 잠수장비를 장착한 노랑색의 키조개잡이배 37척만 키조개 조업이 가능하다. 기상이변으로 조업을 못 할 땐 망에 키조개를 담아둔 뒤 빨간색 부표로 표시된 바닷물에 일시적으로 저장하며 그 날 그날 꺼내 출하한다. 2006년 2월. 사진 / 박지영 기자

자연산이라 거칠고 모양은 없다. 대신 맛은 더 좋다고 한다. 키조개는 7~8월부터가 산란기이며 이후 10월까지는 산란 직후라 살이 없어 맛도 덜하다. 11월부터 다음해 4~5월까지가 가장 맛도 좋고 어획량도 풍부하다.

오천 키조개 축제는 봄에 열리지만, 맛은 차디찬 겨울바다에서 잡는 요맘때가 제일이다. 오천항은 해년마다 2,000t~3,000t의 키조개를 생산하는데 이는 우리나라 전체 키조개의 70~80%를 차지한다.

키조개는 곡식의 쭉정이나 티끌을 걸러내는 농기구인 ‘키’와 유사해 ‘키조개’라 부르며, 개지, 개두, 치조개, 챙이조개, 가이바시라고도 불린다. 풍속과 파도에 민감한 조업환경 때문에 한 달에 보름정도만 캘 수 있다.

수심 20~40m의 펄이 있는 곳에 안착해 5분의 1정도만 보이는 것을 잠수부가 산소를 공급받아가며 일일이 손으로 잡아낸다. 하루에 5~6번을 물속에 들어가는데 때론 상어의 출몰과 각종 기상이변의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이렇게 힘든 수고를 하며 잡으니 수산물 중에 가장 대우가 좋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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