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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2월호
[옛 지도 따라 옛길 걷기 ①] 울릉도의 속살을 보며 걷는 길 내수전-석포 옛길
[옛 지도 따라 옛길 걷기 ①] 울릉도의 속살을 보며 걷는 길 내수전-석포 옛길
  • 조용식 기자
  • 승인 2020.11.05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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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원시림을 걷는 기분이 드는 내수전-석포 옛길의 모습. 위의 사진은 지난 10월 26일 모습이며, 아래 사진은 지난 8월 신록이 물들었을 때의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지난 8월 내수전-석포 옛길을 걸을 때의 신록이 우거진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울릉] 저동의 옛 지명은 모시개였다. 울릉도 개척 당시 갯벌에 모시조개가 많이 자생해 있어 ‘모시가 많은 갯벌’이란 뜻으로 모시개라고 불렀다고 한다. 작은 모시개 북동쪽에 있는 내수전에는 일출전망대가 있으며, 내수전에서 석포로 이어지는 옛길은 울릉도의 속살을 보며 걸을 수 있는 곳이다. 

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 일출 감상 후, 내수전-석포 옛길을 거쳐 죽암, 천부로 이어지는 코스를 잡았다. 취재 당시 일출 시간은 6시 25분. 저동에서 내수전 일출전망대까지 4km 거리라서 걷기로 마음을 먹고 새벽 4시 50분 숙소를 나섰다. 물론 내수전 입구에서 일출전망대까지 2.2km의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지만,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걷는다면 더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출과 따사로운 햇살을 만나는 40여 분 동안의 행복
20여 분이 지나서야 ‘내수전 일출전망대 가는 길’ 안내판을 만났다. 여기서부터는 오르막 구간이다. 오르는 길에 3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물레방아 주가’라는 상호가 적혀 있는데, 바로 울릉도 전통 막걸리인 마가목 막걸리와 호박 막걸리를 만드는 곳이다. 

내수전 일출전망대로 가는 길 이정표. 2.2km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내수전-석포 옛길 안내판. 사진 / 조용식 기자
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 드론으로 바라본 저동항과 내수전으로 올라오는 도로가 보인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내수전 일출전망대와 죽도, 그리고 관음도가 보인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내수전 일출전망대의 일출 광경. 사진 / 조용식 기자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울릉도 내수전 옛길 안내도가 나온다. 내수전에서 석포 구간의 옛길에 대한 안내 글과 함께 꼬불꼬불한 길 표시, 정매화골 쉼터와 와달리 그리고 종착점인 석포 등의 이정표가 표시되어 있다. 

거리도 예상 시간도 없는 안내판이지만, 그래도 처음 이 길을 걷는 여행자에게는 여행 포인트인 내수전 일출전망대, 장관이 펼쳐지는 오징어배, 정매화골 쉼터, 안용복 기념관 등에 대한 내용을 상기 시켜 주는 역할을 해 준다. 

일출 시간이 가까워져오니 자가용과 택시에서 내려 일출전망대까지 올라오는 팀들이 보였다. 해가 뜨기 직전에 도착해 숨 가쁘게 올라온 여행자들도 숨을 몰아쉬면서 일출을 감상한다. 

여행자들은 40분 정도 일출을 감상하고는 각자의 여정을 향해 내려간다. 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 오른쪽으로는 저동항과 내수전으로 올라오는 입구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죽도와 관음도, 그리고 섬목터널이 아침 햇살로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INFO 울릉도 전통주

물레방아 주가. 사진 / 조용식 기자

울릉도 청정수로 만드는 막걸리에는 울릉도 호박과 마가목 열매를 넣어 유산균을 풍부하게 발효 시켜 완성한 부드럽고 감칠맛을 내는 울릉도 전통주이다. 물레방아 주가는 이렇게 만든 밑술에 두 번을 더 빚는 과정을 거쳐서 만든 삼양주를 판매하는 곳이다. 막걸리 한 잔을 맛보기 위해 다섯 달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프리미엄 막걸리이다. 알코올도수는 10도이며, 가격은 병당 1만원.

옛길을 걸으며 다양한 모습으로 만나는, 죽도
따스한 아침 햇살이 내리는 석포 옛길에서 가장 먼저 시선에 들어오는 것은 죽도이다. 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 석포로 가는 길에 ‘울릉숲길(저동~현포) 종합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울릉도 숲길 안내판에 소개된 옛길. 사진 / 조용식 기자
길이 구불구불하게 조성된 옛길의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옛길을 걸으며 만나는 전망대에서는 다양한 죽도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첫 번째 만난 전망대에서 바라본 죽도. 사진 / 조용식 기자

안내판에는 숲길의 기원이라는 제목과 함께 천부, 죽암, 석포, 내수전전망대, 저동으로 이어지는 숲길은 폭풍우로 출항이 불가능할 때 저동으로 통하는 옛길이었으며, 정매화 계곡이 그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숲길에서 만나는 동식물로는 섬초롱꽃, 섬단풍, 섬말나리, 흑비둘기 등이 있다는 내용과 화산지형의 완만한 숲길, 해안절벽 경관, 험준한 경사도와 경작지 및 촌락 등도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서 석포 둘레길 입구까지는 2.98km. 본격적인 옛길로 들어서기 전까지는 포장도로를 걸어야 하지만, 돌담 사이로 나온 양지식물들과 오른쪽의 코발트 빛 동해를 바라보며 걷다 보면, 발걸음은 더욱더 가벼워진다. 

확실히 옛길은 지루함을 느낄 수 없다. 옛길에 들어서는 초입부터 나뭇가지 사이로 죽도가 선명하게 보인다. 초입이지만 여러 모양으로 조각난 돌길이 있어 미끄럼에 주의해야 한다. 

사람 한 명이 걸어가면 넉넉한 ‘외길 같은 옛길’을 걷다 보면 첫 번째 전망대가 나온다. 사각형 모양의 전망대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놓여 있으며, 나뭇가지에 가려진 죽도도 만날 수 있다. 옛길을 걸으면서 느끼는 점은 코발트 빛 바다를 감상할 수 있으며, 다양한 각도에서 죽도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가파른 경사도에는 데크가 설치되어 걷기 편하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두 번째 전망대에서 바라본 죽도. 사진 / 조용식 기자

가파른 경사도로 위험한 구간에는 데크가 조성되어 있어 안전하게 길을 걸을 수 있다. 데크 구간이 끝나면 꼬불꼬불 이어지는 길들이 옛길의 정취를 그대로 살려주고, 새소리, 바람 소리 덕분에 오롯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느낌이다. 

길 중간 중간에는 쉬어갈 수 있는 벤치도 놓여 있으며, 생소하지만 많이 본 것 같은 식물들을 소개하는 안내판을 만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울릉도 옛길에서 주의해야 할 것도 있다. 

길을 걷다 보면 낙석 위험 구간과 미끄럼 구간이 있으며, 외길이라 폭이 좁고 가파른 경사도가 있어 항상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나무에서 나온 잔뿌리들이 길에 나와 있어 길을 걸을 때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원시림 느낌의 내수전-석포 옛길, 사연 많은 정매화 계곡 
길을 걸으며 만나는 원시림 느낌의 양지식물 군락지는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낭떠러지 구간은 안전띠가 설치되어 있으며,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와 함께 출렁다리가 등장한다. 

정매화 계곡을 만나기 전에 보이는 출렁다리. 사진 / 조용식 기자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정매화 계곡. 사진 / 조용식 기자
지난 태풍으로 옛길의 오랜 나무들이 쓰러져 있으며, 통행을 위해 나무가지를 자른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출렁다리를 지나면 옛길의 사연이 담긴 곳이 있다. 바로 정매화 계곡이다. ‘정매화골 쉼터 유래’ 안내판에 따르면, ‘정매화라는 사람이 살던 외딴집이 있던 자리로 ’정매화골‘이라 불린다고 한다. 

걸어서 섬 일주를 왕래하던 시절 군 소재지 마을 도동에서 북면 천부 마을로 가는 중간에 위치한 이곳은 1962년 9월 이효양 부부가 슬하에 삼 남매와 함께 정착하여 1981년 이곳을 떠나기까지 19년 동안 거주하면서 노상에 폭설 또는 폭우 속에 허기를 만나 조난을 당한 300여 명의 인명을 구조한 따뜻한 마담이 깃든 곳’이라고 적혀 있다.
 
계곡에는 돌 위에 앉아 발을 담그고 쉬어갈 수 있는 곳이 여럿 보였다. 다시 길을 따라 걸으면 사연이 있어 보이는 돌 위로 지나가는 여행자들이 돌탑을 쌓아둔 것을 볼 수 있다. 

석포로 가는 길에는 깔닥 고개처럼 오르막길이 등장한다. 가을에 피는 야생화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뿌리가 뽑힌 거목들이 계곡으로 너부러진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지난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으로 인해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은 일출로 유명했다는 와달리길 부근으로 이곳은 조난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지역이라 통행이 금지된 상태이다. 

두 번째로 만나는 전망대는 높은 위치로 올라온 만큼 죽도가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올해는 태풍으로 인해 나뭇잎이 다 떨어져 예전처럼 가을 단풍의 멋스러움을 볼 수 없지만, 오히려 나뭇잎이 떨어진 자리에 다시 새싹이 나서 바닷가 주변의 나무들은 푸릇푸릇한 싱그러움을 전해주고 있다.

죽도 주변으로 배가 지나간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마지막 전망대 밑으로 건물이 올라와 있어 관음도와 죽도의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게 됐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울릉도 일주도로는 현재 공사 중. 사진 / 조용식 기자
울릉도 일주도로는 현재 공사 중. 사진 / 조용식 기자
일주도로를 걷다가 만나는 해국. 사진 / 조용식 기자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약 1km 남은 구간에서 내리막길을 접하게 된다. 가파른 구간에는 데크로 안전하게 걸을 수 있지만, 미끄러운 구간은 항상 주의해야 한다. 너무나 한적하고 조용한 길이라 ‘석포산장, 힐링하우스’라는 광고성 안내판도 저절로 눈에 들어온다. 

이 구간부터는 유난히도 전봇대와 전선이 허공을 가로지르며, 시야를 방해하는 느낌을 주는 곳이다. 마지막 전망대는 예전 같으면 관음도와 섬목터널, 그리고 죽도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전망대를 가로막는 산장의 지붕 때문에 이런 비경을 감상할 수가 없었다. 

어느새 다다른 석포둘레길 입구. 다시 포장도로를 만나게 된다. 이제 천부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하산한다. 천부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 포장도로라서 발이 자주 미끄러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천부로 내려오면 울릉도 일주도로는 여전히 공사 중인 것을 알 수 있다. 한 시간마다 있는 버스를 기다리기보다는 관음도가 있는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것을 택했다. 길을 걸으며, 삼선암을 가까이서 구경도 하고, 그 밖의 또 다른 풍경들이 걷는 이들에게 아름다운 비경으로 보답하기 때문이다. 

INFO 삼선암

삼선암. 사진 / 조용식 기자

풀이 없고 뾰족한 모양의 막내 바위를 일선암(하나의 바위, 사진 오른쪽)이라고 하고, 나란히 있는 두 개의 바위를 가리켜 이선암이라고 한다. 삼선암은 이 세 개를 모두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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