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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심신을 치료하는 치유농원 '화순 허브뜨락'
심신을 치료하는 치유농원 '화순 허브뜨락'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1.10.15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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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의 아름다운 정원 ①] 화순 허브뜨락
화순 허브뜨락.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화순] 허브뜨락은 주인 부부가 외국 유학이나 여행중 구해온 관상식물과 우리 토종식물을 적절히 섞어 꾸며온 정원이다. 사계절 꽃향기가 풍기는 정원에서 심신이 부자유한 사람이나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밝은 에너지를 받고 있다.

허브뜨락에는 사계절 허브향이 풍긴다. 500여 종이 자라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허브뜨락에는 사계절 허브향이 풍긴다. 500여 종이 자라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조선대학교 명예교수인 김남순 대표. 사진 / 박상대 기자
조선대학교 명예교수인 김남순 대표. 사진 / 박상대 기자
허브뜨락에는 미로처럼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허브뜨락에는 미로처럼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교육전문가 부부가 20년 가꾼 정원
화순읍내서 보성방면으로 자동차로 10여 분 달리자 주도리 방향 이정표가 보인다. 황금빛 들판을 가로질러 들어가자 연륜이 깃들어 있는 주도리가 있다. 구불구불 옛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골목길을 따라 마을의 맨 위쪽에 자리하고 있는 허브뜨락에 이른다. 

문패라고 부르는 게 적절할 것같은, 작고 귀여운 간판이 여행객을 불러 세운다. 작은 간판에 비해 드넓은 화원이 여행객을 압도한다. 뜨락이 아닌, 500종 남짓한 식물이 자라고 있는 거대한 화원이다.

초등학교 교사이던 양영자와 특수교육학과 교수이던 김남순 부부가 20년째 가꾼 정원이다. 허브뜨락은 2019년 전라남도 제9호 민간정원으로 지정되었고, 지금은 치유농장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본래 시골(전북 완주)에서 자랐기 때문에 전원생활에 익숙하고, 미국 유학시절에 미국 사람들이 정원을 예쁘게 꾸미고 사는 모습을 보고 동경하게 되었죠. 그때부터 여러 식물 씨앗을 모으기 시작했고, 여기에다 뿌려서 지금 자라고 있습니다. 여기 유파테리움은 워싱톤에서 가져왔고, 러시안 세이지, 아마란스는 조지아주에서 가져왔어요.”

김남순 교수는 처음엔 그냥 예쁜 정원을 꾸미며 노후를 지낼 집을 준비했다. 황무지나 다름없는 야산을 구입해서 집을 짓고, 나무를 심고, 꽃을 심었다. 그런데 4500평 땅에 손님 접견실도 만들고, 치유교육장도 만들고, 어린 식물을 위한 온실도 만들고, 작은 연못도 만들었다. 

뜨락 입구에서 중간지점까지는 외국에서 들여온 허브가 많이 있고, 정원 외곽과 미로처럼 뚫어 놓은 산책로에는 토종 들꽃과 산딸나무, 다래, 블루베리 등을 심었다. 산에는 야생 감나무, 밤나무가 자라고 있다. 수선화·작약·미선나무·벚꽃·동백꽃이 정원을 채우고 있다.   

“여러 꽃들이 봄부터 가을까지 피고 지고, 많은 향기를 뿜어대지요. 농약을 치지 않으니까 벌이나 나비, 풀무치나 귀뚜라미, 개구리, 각종 새들이 찾아옵니다. 저는 이런 꽃들도 좋지만 산책로를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남순 교수는 정원을 가꾸고 식물들을 기르는 동안 사람과 식물에 대해 생각했다. 식물이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단순한 철학이다. 대학에서 특수교육학을 배우고 가르쳐온 덕분일 게다. 게다가 부인(양영자)도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지 않는가. 

버들 마편초. 사진 / 박상대 기자
버들 마편초. 사진 / 박상대 기자
자수정꽃. 사진 / 박상대 기자
자수정꽃. 사진 / 박상대 기자
유파테리움. 사진 / 박상대 기자
유파테리움. 사진 / 박상대 기자

정원은 평온함 속에 쾌락을 선물한다
정원은 가족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이웃을 위한 열린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모이고, 서로 이야기하고, 먹을 것을 나눠 먹는 과정이 사람들의 삶이 아니던가. 

김남순·양영자 부부는 지체가 부자유한 사람들을 떠올렸다. 어른이 되어서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신체가 부자유한 사람도 있지만 선천적으로 지체가 부자유한 사람들도 많다. 또한 성인이 되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부부는 그런 사람들을 직간접적으로 지도해온 교육자 출신이다. 

지체부자유한 청소년들이 학교를 벗어나면 지도를 받거나 치유할 곳이 마땅치 않다. 어른이 되어서도 꾸준히 치유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치유는 약물이나 운동요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식물을 가꾸고, 재배하고, 관찰하고, 수확하는 과정에서 치유를 경험한 사례는 너무나 많다. 꽃길에서는 싸우는 청소년이 거의 없고, 우울해 하는 어른도 없다. 여기 저기서 탄성이 쏟아지고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허브뜨락에서 지난 2년간 지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화순군에 거주하는 나이 30대 이상의 지적장애인들이 이런 과정에 참여했다. 그 결과 이들에게 가장 큰 숙제인 자립능력을 키울 수 있겠다는 성과를 얻었다. 

방문객에게 꽃과 인연에 대해 설명해주는 김남순 교수. 사진 / 박상대 기자
방문객에게 꽃과 인연에 대해 설명해주는 김남순 교수. 사진 / 박상대 기자

뜨락농장은 이제 새로운 치유활동에 도전한다. 지적장애인들에 대한 공동생활과 자립생활 교육 경험을 토대로 이번엔 초기 치매 환자들과 함께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려는 것이다. 

허브뜨락에서 함께 모여 텃밭과 화분 가꾸기, 허브상품 만들기, 산책 등등. 양영자 대표는 음식을 만들고, 나누어 먹는 것을 통해 치유 효과를 내려고 한다. 화순군에 있는 장애인과 치매환자들을 먼저 교육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요청하는 맞춤형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전남대 병원 암환자나 가족이 허브뜨락에서 온천지대까지 도보로 다녀오고, 온천지대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온천욕까지 하고 오는 치유 여행도 권하고 있다.  

화순군(구충곤 군수) 농업기술센터에서도 허브뜨락 치유 프로그램이 지역사회에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충전시켜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화순허브뜨락. 사진 / 박상대 기자
화순허브뜨락. 사진 / 박상대 기자

INFO 화순허브뜨락
전남 화순군 화순읍 주도길 135-26
문의 010-8667-6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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