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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영암 예술기행 ③] 천연 염색으로 이웃과 소통하는 환희지공방
[영암 예술기행 ③] 천연 염색으로 이웃과 소통하는 환희지공방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1.12.17 0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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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농촌 마을에 숨겨진 천연 염색 공방
염색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가진 물건으로...
지역 주민과 청소년, 인근 도시 사람과 공유
천연 염색한 의상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 영암] 높은 산도 찾기 힘든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도포면소재지에서 서쪽으로 821번 도로를 달리면 명당마을이 나오고, 다시 토말로를 따라 자동차로 7, 8분을 달리면 원목교회가 있다. 그 맞은편에 보석 같은 천연염색 공방이 숨은 듯 앉아 있다.

시골 사람들과 힘을 모아 천연염색

도포면 원목리 과수원 옆에 시골집을 조금 개조 하고, 뒤쪽에 창고처럼 기다란 건축물이 서 있다. 환희지공방이다. “, 제법명이에요. 예쁘죠.” 방문은 환영하나 취재는 사양한다는 김경희 대표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는다.

환희지공방은 천연염색 교실과 작은 도서관을 겸하고 있다. 천연염색은 26년째 걸어온 김 대표의 전공이자 생활이다. 경기도에서 한창 일을 많이 하고 돈을 좀 벌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영암으로 돌아왔다. 영암이 고향은 아니지만 20여 년 전 영암에서 천연염색을 하다 수도권으로 이전했고, 다시 영암으로 돌아온 것이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 위치한 환희지공방의 모습. 사진/ 박상대 기자
환희지공방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소품을 만든다. 사진/ 박상대 기자

천연이란 이름을 달고 무엇을 만들면, 그것이 무엇이든 힘든 여정이 동반한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는 다양하다. 황토도 있고, 꽃잎도 있고, 풀잎도 있고, 과일도 있다. 많은 재료를 한약재 판매하는 약재상에서 구해온다. 재료에 따라, 계절에 따라, 온도에 따라 색깔은 저마다 조금 다르다. 천의 종류에 따라 컬러와 빛깔이 다르게 나타난 다. 하얀 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이미 특정 컬러를 가진 천에 작은 문양을 더하는 일도 있다.

 

천이 컬러를 입고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염색이 마무리 된 천으로 각종 용품을 만든다. 옷을 짓기도 하고, 작은 보자기를 만들기도 한다. 남녀 옷이 따로 있고, 상의나 하의가 따로 있다. 모자나 가방도 만든다. 부엌 용품이나 커튼, 테이블보 등 인테리어 소품도 만든다. 모든 용품은 재단과 바느질이 가미되어야 한다. 미싱을 돌려야 하는 것도 있고, 손바느질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1차 염색을 마친 천을 보관하고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염색 과정은 물론 새로운 상품으로 탄생하는 것은 창의적인 일이고 예술이다. 한 장의 천이 이름을 가진 용품으로 재탄생하는 것은 예술이고, 여러 사람에게 기쁨과 위안을 준다. 이런 일을 지역주민과 청소년들, 인근 도시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도시에서 해야 한다. 그러나 시골 출신으로 시골에 대한 향수와 시골 사람들의 정감어린 정서, 흙냄새와 풀냄새 풀풀 나는 서정성을 잊을 수 없어 시골에다 판을 벌였다.

책은 어른들을 위한 것이 많아요. 제가 소장한 책도 있고, 행정기관에서 지원해준 책도 있어요. 오래 된 책도 있고, 새로운 신간도 있고.”

김 대표는 염색공방과 함께 작은 도서관도 운영하고 있다. 그 이유를 묻자 지역주민들이 찾아와서 책을 읽고,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떨다 가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 아닌가 되묻는다. 한적한 시골에 새로운 방식으로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 집안에서 달콤한 향기가 피어났다.

 

INFO 환희지공방

위치 영암군 도포면 원목길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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