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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한국의 지질공원] 동굴 위에 삶을 일구는 사람들 김녕·월정 지질트레일
[한국의 지질공원] 동굴 위에 삶을 일구는 사람들 김녕·월정 지질트레일
  • 조용식 기자
  • 승인 2021.12.20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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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된 제주도
다양한 화산 지형의 원형이 잘 보존된 김녕·월정
마을 해설사와 함께하는 지질트레일 프로그램 운영
김녕상세기해변의 풍경. 사진/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 제주] 201010,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된 제주도는 기존의 지질에 대한 지루함을 깨고 즐거움과 안식, 지질 경험에 대한 다양함을 매력적인 이미지의 지오브랜드를 도입했다. 지오브랜드 안에는 제주도 핵심 지질 마을의 독특한 지질자원과 마을의 역사·문화·신화·생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마을 해설사가 전해주는 지질트레일 프로그램이 있다.

제주도는 약 180만 년 전부터 이어온 화산활동에 의해 다양한 화산 지형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점도가 묽은 용암은 물처럼 흐름성이 좋아서 완만한 지형을 형성하게 되는데, 제주도의 동쪽인 김녕·월정 지역이 이에 해당한다. 반대로 점도가 높은 용암은 더디게 흐르면서 폭포나 주상절리로 형성하는데, 남쪽 서귀포의 천지연, 중문 천제연폭포 계곡, 중문·대포 해안 주상절리대 등이 그러하다.

용천수가 많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김녕·월정 지역. 사진/ 조용식 기자
중문의 주상절리대의 모습. 사진/ 조용식 기자
남쪽 서귀포 지역은 폭포와 주상절리가 많은 반면, 동쪽 김녕·월정은 해변이 많다. 사진은 천지연폭포. 사진/ 조용식 기자

레트로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김녕·월정

김녕에는 세계 최장의 용암동굴인 만장굴김녕굴’, ‘용천동굴등 다양한 동굴이 발견된 동굴 마을이다. 김녕·월정 지역은 하천이 없는 대신 지하수 매장량이 풍부한 용천수 덕분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살고 있지만, 척박한 토양에 바람도 강하게 부는 곳이라 생활 형편이 윤택한 편은 아니다.

강하나 김녕·월정 마을 해설사는 그러나 지금의 옛날 마을의 분위기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고 있다라며 제주를 찾는 MZ 세대들이 옛날 모습을 간직한 농가 마을이나 민박에서의 숙박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주도를 둘러싼 지형에 대한 관심과 마을의 역사와 문화 등에 대한 관심 보다는 SNS를 통한 레트로 감성만을 보여주는 여행에 그친다는 것이다.

김녕·월정 지역의 모습. 사진/ 조용식 기자
김녕해수욕장 야영장의 풍경. 사진/ 조용식 기자

위드 코로나 시대, 일상으로의 생활을 조심스럽게 회복하기를 기대하면서 강하나 김녕·월정 마을 해설사와 함께 김녕·월정 지질트레일 도보 여행길을 걸어본다. 지질트레일의 시작은 김녕어울림센터에서 시작된다. 어울림센터를 돌아서면 제주 전통 공동 어로 시설인 원담을 발견할 수 있다.

원담은 밀물 때 들어왔다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담 안에 있던 물고기들을 잡는 제주의 전통 어로법으로 멸치, 우럭, 숭어, 문어 등 다양한 해산물을 잡을 수 있다. 김녕세기알해변은 하얀 모래사장과 맑고 깨끗한 바닷물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연출하는 곳이다. 여행자들의 사진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바로 옆에 있는 김녕성세기해변은 바람으로 인해 모래가 날아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래사장 일부를 비닐로 감싸고 있다.

용암이 넓게 퍼져있는 조간대. 사진/ 조용식 기자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 걷는 지질 트레일. 사진/ 조용식 기자

용천수가 솟아나는 청굴물, 포토존으로도 인기

김녕 지질트레일의 주요 볼거리는 도대불, 조간대, 청굴물, 게웃샘굴 등이다.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정자와 함께 나란히 세워진 도대불은 야간에 배들이 무사히 귀항할 수 있도록 항구 위치를 알려주는 민간 등대의 역할을 해 왔다. 불을 밝히는 방법은 도대불 중앙에 기름을 부어 불을 붙이면 그 불빛을 보고 배들이 포구를 찾아올 수 있게 하는 시설물이다.

도대불을 지나면 용암이 넓게 퍼져있는 바위를 만난다. 제주에서는 이를 조간대라고 하는데, 조간대는 밀물일 때에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일 때에는 드러나는 해안선 사이의 부분을 말한다. 물이 빠질 때면 서해안의 뻘처럼 다양한 해양식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김녕리 일대는 금속 벽화마을로 지정됐다. 사진/ 조용식 기자

구불구불 골목길을 따라 돌담을 보면 금속 벽화가 눈에 들어온다. 김녕리 일대가 금속 벽화마을로 지정되면서 마을 담장으로 제주의 모습을 담은 금속 벽화가 다양하게 설치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건물의 모서리 부분을 중심으로 나는 김녕의 어머니입니다’, ‘나는 김녕의 해녀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주름진 어머니의 얼굴과 해녀 복장으로 수경을 쓴 얼굴이 인상적이다.

용천수로 활용됐던 청굴물. 사진/ 조용식 기자

김녕 해안에는 여러 곳의 용천수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차갑기로 소문난 청굴물이 여행자들 사이에 서는 인기 만점이다. 거센 파도가 치고, 때로는 청굴물로 물이 넘쳐 들어가지만, 이곳은 용암대지 하부에서 용천수가 솟아 나오는 청굴물 에는 젊은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청굴물이 위치한 청수동의 원래 지명은 청굴동이었다. 용암대지의 하부에는 물이 잘 스며들지 않는 점토층이 분포하고 있어 지표에 내린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지 못하고 해안선 부근에서 솟아나게 되어 사람들이 이 물로 병을 치료하기 위해 2~3일 묵어가고 했다고 한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밭담길이 이어진다. 사진/ 조용식 기자

INFO 제주밭담
제주시 구좌읍 권역이 제주 밭담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밀집도가 높다. 진빌레 밭담길은 약 2.5km로 약 40분 소요된다.

 

동굴 위에 밭을 일구는 사람들

마을 골목길을 걸어가면 철조망을 친 곳을 지나게 된다. 이곳은 김녕 마을 지하에 있는 용암동굴의 입구이다. 게웃샘굴이라고 불리는 이 동굴로 들어가면 내부에는 지하수가 흐른다. 동굴의 길이는 약 100m로 해안까지 이어졌을 것으로 추청하고 있다. 마을에는 크고 작은 동굴이수 없이 많아 마을 사람들은 땅 밑은 다 동굴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각종 전시가 열리는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사진/ 조용식 기자
김녕 마을 골목길을 물론 집집마다 작은 동굴이 있다. 사진은 골목길에 있는 게웃샘굴. 사진/ 조용식 기자

천연기념물 제466호인 용천동굴은 2005년 전신주 공사를 하다가 발견된 곳이다. 동굴의 총길이는 3.4km로 동굴의 끝부분에는 길이 800m 이상인 호수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웅장한 동굴 내부와 아치형의 천정 그리고 용암폭포 등의 동굴 지형을 보여주는 용천 동굴의 천장에는 가늘고 긴 빨대 모양의 생성물이 발달하고 있는데, 이를 종유관이라 하며, 천장이나 물방울이 고여 있는 벽면의 끝에 맺힌 물방울이 매우 늦게 떨어지거나 떨어지지 않고 증발되면서 성장한다고 한다.

이밖에도 동굴진주, 동굴커튼, 동굴팝콘, 용암석순, 휴석소등의 종유석과 석순 등이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일반에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용천동굴을 궁금해하는 이들을 위해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기획전시실에서는 지난 1014일부터 오는 1213일까지 세계자연유산 용천동굴특별전을 무료로 전시하고 있다.

강주나 김녕·월정 마을해설사. 사진/ 조용식 기자

8~1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만장굴을 이야기하면서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고() 부종휴 선생(1926~1980) 이다. 부종휴 선생은 1946년 김녕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한 직후 5-6학년 학생 30여 명과 함께 꼬마 탐험대를 조직해 4차례의 답사 끝에 동굴 전 구간을 탐험해 동굴의 끝인 만쟁이거멀(지금의 3입구)의 실체를 확인하고 이를 만장굴로 명명했다. 또한 빌레못동굴, 수산 동굴, 미약굴 등 제주의 많은 동굴을 직접 탐사했으며 한라산 곳곳을 누비며 330여 종의 식물을 직접 찾아내어 숨겨진 제주의 가치를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강주나 해설사는 “3년 전만 해도 김녕·월정 지질트레일 프로그램은 인문학여행으로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관계에서부터 지질트레일에 대한 무관심과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지금은 임시 휴업인 상태이다라며 여행자들이 제주도에서 단순하게 바다만 바라보고 갈 것이 아니라 지질트레일 도보여행길을 걸으면서 제주도의 옛 생활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통해 제주를 재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지오하우스의 모습. 사진/ 조용식 기자
지오하우스의 모습. 사진/ 조용식 기자

INFO 지오브랜드

지오브랜드는 세계지질공원 지역의 지질학적 특성과 경관, 이로 인한 다양한 문화자원의 속성을 내포하는 지역 상품을 총칭하고, 그 대상과 가치를 의미한다. 지질관광에 있어 지역 주민의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 제고와 세계지질공원을 통한 지역 명소화를 통합적으로 추진하고 각 상품간 시너지의 창출을 위해 브랜드 연게와 그 범위를 포함하고 있다.

※ 본 기획 취재는 ‘국가 지질공원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란 주제로 자연과 인간의 지속가능한 공존을 위해 (사)한국잡지협회와 공동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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