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남해바래길 걷기여행⑭] 산너머 양떼목장, 제15코스 구두산목장길
[남해바래길 걷기여행⑭] 산너머 양떼목장, 제15코스 구두산목장길
  • 황소영 객원기자
  • 승인 2022.01.14 0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날은 춥지만 마음만은 푸근해지는 남해의 겨울.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여행스케치= 남해] 남해대교는 남해와 하동을 연결하는 다리다. 바다 너머 하동도 노량, 바다 이쪽 남해도 노량. 하여 남해대교 옆 새로 생긴 다리의 이름은 노량대교다. 바다는 두 개의 노량을 가르며 깊고 푸르게 흘렀다. 길은 바다를 등지고 산으로 이어졌다.

이번 구간은 노량선착장~남해각~구두산 임도~양모리학교~설천면행정복지센터까지 이어진 6.6km의 길로 휴식 포함 3시간이면 충분하다. 통일동산에서 구두산 임도까지 올라서는 40여 분이 다소 힘들지만 그 이후론 양떼목장을 지나 설천면에 닿기까지 꾸준한 내리막이라 힘들지 않다. 정규 16개 코스 중 가장 짧은 거리이므로 바쁘지 않다면 남해각과 양떼목장은 한 번쯤 들러보는 게 좋다. 노량은 3개 구간이 만나는 곳이므로 초입 찾기에 주의해야 한다.

하동의 노량과 남해의 노량을 잇는 남해대교. 이 옆에 최근 새로 생긴 노량대교가 있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도로 옆 바래길. 데크가 있어 안전한 걷기를 할 수 있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남해각, 여행자들의 쉼터

지난달 길을 끝낸 노량선착장 앞에서 이번 구간이 시작된다. 안내판 옆에는 혼잡구간이라고 적힌 작은 안내판이 하나 더 있다. 등 뒤는 14코스(이순신호국길)이고, 왼쪽은 지선인 노량바래길, 우측 오르막이 이번 코스다. 진주와 부산 등을 오가는 버스는 모두 남해를 떠나기 전 남해대교 앞에 선다. 예전엔 우리나라 최초의 현수교인 남해대교로 여행을 오는 사람이 많았다. 여관과 찻집, 양식당, 클럽 등 그들에게 잠자리와 먹거리를 제공했던 곳이 남해각이다. 구간 바로 옆이므로 들어가 본다.

물론 지금의 남해각은 예전의 남해각과 다르다. 1975년 영업을 시작한 이 집은 45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문을 닫았다. 창선삼천포대교에 이어 최근 노량대교가 새로 생겼고, 이제 다리를 보러 여행을 오는 사람도 많지 않다. 남해각은 그렇게 잊혔고, 2021년 현재의 여행자 쉼터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누구나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쉬어갈 수 있다. 남해대교의 역사와 다양한 설치미술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월요일은 휴관한다.

남해를 소재로 한 여행서적과 설치미술이 전시된 남해각. 총 3층 규모로 조만간 카페도 들어설 예정이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제일 우측 세로 컷의 부부는 독일에서 간호사와 광부로 일하던 분이셨다. 45년 전과 후, 각각 남해대교에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섬과 뭍을 오가는 차들이 분주하게 2차선 도로를 내달렸다. 바래길은 도로 옆 안전한 데크다. 데크는 노량공원(통일동산)에서 횡단보도 없는 2차선 도로를 건너 산으로 이어진다. 구두산(370.7m)이다. 산깨나 다닌다는 이들에겐 남해지맥이 흐르는 곳이고,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양모리학교로 가는 산책 코스다. 노량공원에서 직진은 지선 중 하나인 노량바래길이다. 길을 잘못 들지 않도록 사전에 바래길 앱을 깔고 실행하는 게 좋다.

구두산 임도는 내내 오르막이다. 하필 날은 흐려 있었다. 금방이라도 눈을 날릴 것 같은 하늘이지만 남해에서 눈을 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임도 정상까지 함께 걸어준 동행은 되돌아 내려간다. 이미 남해바래길 전 구간을 완주한 그는 오늘 바래길사무국에 들러 완주 인증서를 받을 계획이다. 기자도 완주가 멀지 않았다.

구두산 양떼목장.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바래길 바로 옆에 위치한 양떼목장 양모리학교.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양모리학교, 구두산 양떼목장

산 입구에서 40분쯤 올라서면 임도 정상에 닿는다. 차 한 대 겨우 지날 법한 좁은 임도는 정상에서부터 길이 넓어진다. 왼쪽에 ‘10만평 편백숲 상상양떼목장이 있다. 임도까지 올라섰다면 더 이상 힘든 길은 없다. 길은 곧장 아래로 떨어졌다. 구간 종점인 설천면 행정복지센터까진 꾸준한 내리막이다. 그 좁고 구불구불하던 길이 오가는 차들로 조심스럽다. 두 곳의 양떼목장을 오가는 차들이다.

상상목장은 바래길과 떨어져 있지만 남해에 처음 생긴 양모리학교는 바래길 옆이다. 대부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여행객이다. 입장료 5000원을 내면 깡통기차를 무료로 탈 수 있고, 양에게 줄 먹이도 받는다. 흐린 날씨가 오늘처럼 아쉬웠던 적이 없다. 목장은 바다를 발아래 두고 있었다. 뭉치털로 무장한 토실토실 양들은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몰려들었다. 바구니에 담긴 배추를 건네자 야금야금 잘도 먹는다. 양들은 심심할 겨를이 없다. 휑한 겨울조차도 이곳의 아름다움을 빼앗아갈 순 없었다. 초록의 풀,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까지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말이다.

남해 최초의 양떼목장.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INFO 양떼목장 양모리학교

남해 최초의 양떼목장으로 어른 5000, 어린이 3000원의 입장료를 내면 양에게 먹이 주기, 아기 염소 우유 먹이기, 유산양 젖 짜기, 깡통기차 타기 등의 체험을 무료로 할 수 있다. 5세 이하는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연중무휴로 운영하며, 애견 동반 입장도 할 수 있다.

주소 경남 남해군 설천면 설천로775번길 256-17

문의 055-862-8933

양떼를 뒤로 하고 다시 길로 나선다. 나무는 여전히 모과며 유자를 달고 있었다. 남은 건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들의 것이었다. 대부분은 바닥에 떨어져 썩었고, 썩은 건 흙이 되어 나무로 흡수되고 있었다. 열매는 순환을 거듭하며 남해의 겨울을 노오랗게 달구고 있었다. 떨어진 열매에서도 향긋한 냄새가 났다. 가만히 주워 코를 대본다. 흐음, 기분이 좋아지는 향기다.

우측으로 작은 절이 보인다. ‘구두산 보광암이라고 적혔다. 보광암 경내엔 호국충영탑 기념비가 있다. 1955년쯤 건립된 이 비는 보광암 신도 가족 중 6.25전쟁에 참전했거나 순국한 전몰장병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사찰에서 세운 걸로 지금도 매년 탑제를 지낸단다. 구두산을 걸어서 다녔던 80년대까지만 해도 설천면 사람들은 이 암자에서 쉬어갔다. 누군가에겐 삶의 쉼터이자 안식처가 되었던 곳이다.

 

남해의 겨울을 노오랗게 달구고 있는 유자.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멀었던 바가가 가깝게 다가왔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설천면소재지에서 구간 끝

길은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마을로 이어졌다. 멀었던 바다가 가깝게 다가왔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그림처럼 예쁜 외딴집 언저리에서 부딪혔다. 시금치는 그 바람을 먹고 무럭무럭 자랐다. 마을 주민들은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밭일을 하느라 바빴다. 마을로 다가설수록 낯선 이를 경계하는 개들의 움직임이 활발했다. 집집마다 개를 키우는지 도미노처럼 개 짖는 소리가 작아졌다 커졌다를 반복했다.

남해엔 고양이도 많다. 대부분 뭍에서 온 이를 피해 도망가지만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가까이 다가서는 녀석도 있다. 양과 개와 고양이, 그리고 멀리 바다의 생명들과 밭의 열매들, 초입의 남해각에서 만난 작품까지 더해져 길은 짧은 대신 여유있게 보고 만날 게 즐비했다. 마을 담장에선 작은 물줄기가 쏟아졌다. 산에서 솟은 물은 섬을 적시고 바다로 흘러들 것이다. 졸졸졸, 물소리만이 어느덧 조용해진 마을을 깨우고 있었다.

길에서 만난 고양이.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마을의 개들은 낯선 이를 향해 짖기도 하고,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임도를 내려서 문의마을 등을 지나 설천면행정복지센터로 이어진 바래길.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길은 설천면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끝난다. , 벌써 끝났어? 걷는 이도 놀랄 만큼 길이 짧다. 다음 구간은 이 앞에서 시작한다. 이제 정규 코스는 하나 남았고, 자잘한 지선은 4개 남았다. 그냥 떠나려다 노량의 할머니에게 들른다. 지난달 14코스(이순신호국길) 걸을 때 굴을 까던 할머니 사진을 찍었고, 할머니는 싫은 내색 없이 두 개의 굴을 건네주셨었다. 그땐 버스를 타고 와 사갈 수 없었는데 오늘은 가능하다.

구입한 건 2kg이지만 할머니는 3kg 가까이 채워준다. 이번에도 맛을 보라며 손바닥 가득 굴을 주신다. 여전히 맛있는 남해의 굴이다. 초고추장이 필요 없는 맛이다. 날은 춥지만 마음은 한없이 푸근한 겨울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잔치국수.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냇가집잔치국수

양모리학교에서 바래길은 오른쪽이고, 왼쪽으로 가면 나오는 가정식 식당이다. 잔치국수만 판매하며 1인분 5000원이다. 간단한 밑반찬에 부침개가 함께 나온다. 제법 양이 많고 맛도 좋다. 이 식당 앞에 이제 막 오픈한 오션뷰 카페 앨리스(0507-1361-7516)가 있다.

주소 경남 남해군 설천면 설천로775번길 38

문의 055-862-7136

 

INFO 노량 구간 초입

지난달 걸은 14코스(이순신호국길) 마지막 지점 노량에서 이번 구간이 시작된다. 노량은 14코스, 15코스, 또 지선인 노량바래길까지 3개 구간이 만나는 곳이다. 15코스는 안내판 앞에서 남해대교가 있는 큰길 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노량바래길은 안내판에서 왼쪽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