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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비대면 여행①] 딸기보다 달콤한 논산 여행
[비대면 여행①] 딸기보다 달콤한 논산 여행
  • 정은주 여행작가
  • 승인 2022.02.14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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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정호 출렁다리' 지난해 12월 정식 개통
'그 해 우리는' 촬영지, 온빛자연휴양림
일제강점기를 느껴볼 수 있는 강경구락부

 

탑정호 출렁다리의 야경.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여행스케치=논산] 딸기의 고장 논산이 여행자의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푸른빛 호수에 걸쳐진 출렁다리와 구한말 근대 건축물을 본뜬 아담한 거리, 이국적인 정경을 품은 숲 등 곳곳에 숨은 매력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여행지, 새로운 논산을 다녀왔다.

푸른 호수에 내걸린 새하얀 , 탑정호 출렁다리

논산시 한가운데에 있는 탑정호는 충청남도에서 두 번째로 넓은 호수이다. 대둔산에서 흘러내려온 맑은 물을 담은 호수는 인근 평야를 비옥하게 만들고 이곳에 사는 민물고기와 수생 식물들에게 소중한 보금자리가 되어준다. 탑정호가 충남을 넘어 전국구 여행지로 떠오른 건 지난해 말에 개통된 출렁다리 덕이 크다. 탑정호 출렁다리는 원래 2020년 10월에 준공을 마친 후 일반에 개방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시국이 길어지면서 개통이 미뤄져 왔다. 결국 지난해 7월에 임시 개통되었는데 12월 정식 개통 전까지 약 25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들이 찾았을 만큼 논산의 새로운 랜드마크 역할을 해내고 있다.

논산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탑정호 출렁다리.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탑정호 출렁다리가 지난해 12월 정식 개통했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호숫가 정경이 아름다운 탑정호.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푸른 호수에 내걸린 흰 돛처럼 보이는 출렁다리는 길이가 600m에 달한다. 한국기록원을 통해 ‘호수 위에 설치된 가장 긴 출렁다리’임을 공인받았는데 빠르게 걸어도 한 번 건너갔다 오는데 20분이나 소요된다. 워낙 긴 다리이지만 초속 60m 강풍에도 견딜 수 있으며 성인 5,000여 명이 올라도 끄떡없을 정도로 안전하고 튼튼하게 설계되었다. 

탑정호 출렁다리는 북문과 남문 어느 쪽부터 걸어도 상관없다. 남문 쪽 수변에는 전망 좋은 카페들이 늘어서 있고, 북문 쪽에는 수변생태공원까지 탑정호 데크길이 이어져 있어 동선에 맞춰 코스를 구성하면 좋다. 다리 중간에는 테라스 형태로 쉼터가 조성되어 있다. 휴양 리조트에라도 온 듯 호수를 둘러싼 서정을 즐기며 여행의 설렘을 만끽해보자. 호수 한가운데서 바라보는 전경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나무 덱과 철 그물을 교차해 만든 다리 바닥은 일렁이는 물결이 내비칠 때마다 아찔한 감각을 일깨운다.  

호숫가에 어둠이 내리면 출렁다리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다리에 설치된 2만 여개의 LED 조명이 환상적인 미디어 파사드를 연출하며 화려한 빛의 향연을 펼친다. 호수에 비친 황홀한 반영까지 더하면 쇼가 끝날 때까지 눈을 쉽게 뗄 수가 없다. 밤이 깊어지도록 탄성과 박수갈채가 끊이지 않는다. 

붉은 벽돌 건물이 인상적인 강경역사관.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근대 시기 분위기의 숙소.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근대 시기로 떠나는 타임머신 여행, 강경구락부

젓갈 거리로 유명한 강경읍으로 발걸음을 돌리면 최근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떠오른 강경구락부에 닿는다. 수많은 젓갈 상점들 사이에 붉은 벽돌로 지은 강경역사관이 보인다면 제대로 찾아온 것이다. 강경역사관은 1913년에 건립된 등록문화재로 일제강점기 때는 조선식산은행 강경지점으로, 해방 후에는 한일은행 강경지점으로 쓰였다. 건물 안에 당시 사용했던 금고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근대 유물들이 전시되어 한번 둘러보면 좋다. 

건물 뒤편에는 구한말 근대 시절을 재현한 강경구락부가 있다. 작은 광장을 둘러싼 고풍스러운 건축물이 시간을 100년 전 쯤 되돌려 놓은 것처럼 이채로운 분위기가 흐른다. 아담한 공간이지만 어디든 카메라를 갖다 대기만 하면 그림이 되는 덕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단층 혹은 2층으로 건립된 건물에는 뉴트로 느낌이 물씬한 카페와 호텔, 식당이 들어서 있다. 가장 먼저 여행자들을 맞이하는 건 커피하우스이다. 석조 기둥과 단정하게 걸린 간판이 인상적인 카페로 향긋한 차와 커피, 디저트를 맛보며 쉬어갈 수 있다. 푹신한 소파와 쿠션이 깔린 나무 의자, 은쟁반에 담겨 나오는 찻잔 등 복고적인 인테리어가 사진 부심을 불러일으킨다. 격자무늬 유리창이 반원을 그린 우아한 건물에는 돈가스를 맛보는 수제 돈가스집이 있다. 연한 가브리살로 만든 돈가스도 맛있지만 내부가 근사한 연회장처럼 꾸며져 기분이 으쓱해진다.   

시계 태엽을 되감아 돌린 강경구락부에서 하룻밤 묵어가는 건 어떨까. 스테이 인터뷰 강경은 색다른 경험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 추천하는 숙소다. 서양식과 일본식 다다미 객실을 갖추고 있어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 개화기 시절의 꿈과 열정이 가득했던 모단 걸, 모단 보이가 되는 특별한 추억이 깃든다. 

논산의 숨은 명소인 온빛자연휴양림.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드라마 <그 해 우리는> 촬영지였던 호숫가 앞 별장.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외딴 속에 숨은 아름다운 , 온빛자연휴양림

이름에서부터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온빛자연휴양림은 논산의 숨은 명소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비대면 언택트 여행지로 주목받기 시작해 찾아드는 발걸음이 부쩍 늘었다.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데다 최근에 드라마 <그 해 우리는>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더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논산 시내에서 벗어난 벌곡면의 외딴 길에 접해 있는 온빛자연휴양림은 탄소상쇄숲이란 타이틀이 붙은 개인 소유의 사설 휴양림이다. 휴양림 입구에 들어서면 넓은 공터가 나타나는데 여기에 주차한 후 숲길을 걸으면 된다. 나무 둥치에 걸린 시화 작품들과 알록달록한 빛깔을 입힌 작은 집 서너 채가 말없이 방문자들을 맞는다. 아직까지 입장료를 받거나 따로 관리소를 두고 있지 않는데 누구나 자유롭게 숲을 드나들 수 있도록 배려한 만큼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는 매너 있는 탐방이 필요하다.

숲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작은 호수 너머로 노란색 별장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드라마에서 남녀 주인공들이 펜션으로 여행을 떠났던 그 장소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포인트로 누군가 䃲초 스위스’란 별명을 지었을 만큼 이국적이고 매혹적인 풍경에 한참을 서 있게 된다. 키 큰 메타세쿼이아들이 줄지어 선 오솔길은 유럽의 어느 시골길을 떠올리게 한다. 쌀쌀한 날씨에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아 있었지만 곧게 삼각형을 이룬 형태가 워낙 아름다워 발걸음 또한 즐거워진다. 곳곳에 놓인 작은 조각상들과 전망대, 쉼터들이 주변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INFO

탑정호 출렁다리
입장시간 동절기 11월~2월 09:00~16:40, 하절기 3월~10월 09:00~15:40
입장료 무료(추후 유료화 예정) 매주 수요일 휴무 주소 충청남도 논산시 부적면 안천리 925
문의 041-746-6645

강경구락부
주소 충청남도 논산시 강경읍 계백로 167번길 46-11

온빛자연휴양림
주소 충청남도 논산시 벌곡면 황룡재로 48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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