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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읍성과 함께 둘러보기 좋은 유서 깊은 고창전통시장
읍성과 함께 둘러보기 좋은 유서 깊은 고창전통시장
  • 김수남 여행작가
  • 승인 2022.05.17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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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 좌판으로 시장 안길이 온통 푸릇푸릇하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스케치=고창] 고창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정기시장이자 유일한 상설시장인 고창전통시장은 고창읍성과 가까운 천변 옆으로 형성되어 있다. 시골 재래시장이 대개 그렇듯이 평소에는 차분한 모습을 하고 있다가 오일장이 열리는 날에는 잔칫날 같은 활력이 넘친다. 고창전통시장의 장날은 매 3일과 8일인데 고창 땅에서 나온 산물뿐 아니라 인근 타지에서도 상인들이 물건을 가지고 모여든다.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

인구 55천여 명에 서울시와 비슷한 면적을 가진 고창군은 산과 들 그리고 바다까지 품고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그런 고창의 모습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시장에 스며들었다. 고창 전통시장이 지금의 모습을 갖춘 건 인구가 18만 명을 넘기면서 군세가 절정을 이루던 1965년 무렵이었다. 그러나 그 뿌리는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창군은 원래 고창군과 무장군, 흥덕군이 1914년의 행정구역 개편 때 통합된 곳이다. 통합 이전인 조선시대에는 세 지방에서 열렸던 시장이 8개나 되었다. 그중에서도 고창시장이 가장 규모가 컸었는데 기록에 따르면 동부와 서부로 나뉘어 열렸다고 한다. 서부장은 끝자리가 3일에, 동부장은 끝자리가 8일에 각각 한 달에 세 번씩 열렸는데 오늘날 고창 오일장이 3, 8일로 자리잡게 된 배경이 되었다. 지금 고창에는 고창 오일장 외에도 해리면의 해리장이 매 4일과 9일에 자그맣게 열리고 무장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정기시장은 이름만 남아있을 정도로 쇠퇴하였다.

고창전통시장의 포토존.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고창전통시장 입구.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요즘의 전통시장은 관광자원으로서도 그 진가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는데 고창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관광객들은 보통 고창읍성을 구경한 뒤 매표소 옆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가면서 시장통으로 들어선다. 좁은 의미의 고창전통시장은 비가림 현대화시설이 되어있는 곳을 의미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동서로 500m 가량 뻗어있는 일방통행로 전역까지 확장된다. 특히 오일장 좌판은 고창천변을 넘어 고창읍내 중앙 통까지 이어진다.

후한 인심 가득한 고창 오일장

늦은 봄, 고창시장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품목은 좌판을 점령한 각종 모종들이다. 고추를 비롯하여 오이, 호박, 가지, 참외 등과 각종 쌈 채소 모종들이 두루두루 나와 손님들을 기다린다. 텃밭을 관리하는 고창사람들은 한해 심을 작물들을 모두 이곳에서 장만한다. 상인들은 덤으로 모종 한 두 개 더 담아주며 시장 특유의 정을 나누는데 모종을 받아간 손님들 역시 내년 봄 모종철이 돌아오면 그 상인의 후한 인심을 기억할 것이다.

고창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상품으로는 고창의 명물 풍천장어가 대표적인데 시장 안쪽 가게에서 상설로 판매한다. 황금어장으로 유명한 칠산바다를 품은 고창이지만 이웃한 부안군이나 영광군과 달리 어항이 크게 발달하지 않아 어물전은 그리 큰 편이 아니다. 그렇지만 계절 따라 맛볼 수 있는 해산물들은 빠짐없이 나오고 있다.

벽 그림이 아름다운 노포 고창산자.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꽃모종은 오일장 인기 품목이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모종과 함께 묘목도 많이 나온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최근 들어 태국어 홍보문구를 함께 내걸고 있는 시장 상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는 건 재밌는 현상이다. 고창에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태국인들의 비중이 유난히 높다. 이들은 주로 시장 주위에 모여 살면서 그날그날 일손이 필요한 농사 현장으로 달려가 농촌의 극심한 인력난을 메워주고 있다.

저녁 6시 무렵 인력회사 통근 버스에서 지친 몸으로 내린 외국인 근로자들은 시장에서 장까지 본 후 숙소로 들어간다. 그들에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저녁식사와 가장 달콤한 휴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시장의 천변 아시아마트 앞에서는 즉석 인력시장이 매일 열리고 태국 정통요리 전문점도 있어서 타국 살이에 지친 태국인들에게 고향의 맛과 향수를 전하고 있다.

노포는 살아있다, 효심을 빚는 찐빵가게

지방 소도시의 재래시장에는 시장의 쇠락과 함께 나약한 모습으로 남겨진 노포들이 많다. 여행자들은 켜켜이 쌓인 세월의 맛을 정감있는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시장 안 노포들 중에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고창전통시장도 여느 재래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아 연로한 어르신들이 지키는 가게들이 많이 보인다. 그런데 장이 서지 않는 평일에도 많은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핫플이 있어 눈길을 끈다.

효도찐빵에는 평상시에도 손님이 붐빈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시장 구경에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고창효도찐빵이라는 오래된 간판이 걸린 찐빵집이다. 고창효도찐빵은 팥소가 들어간 찐빵과 피가 두툼한 옛날식 만두, 2가지 품목만 취급한다.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춘 화려한 퓨전 찐빵도 많은 요즘 세상에 기교 부리지 않고 순수한 맛의 옛날 빵만 고집하는 순박함이 이곳의 경쟁력일 것이다.

손님들은 입맛 찾아 찾아온다고 믿고 있어요. 100% 수작업이다 보니 생산에 욕심을 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요.”

실제로 신제품 개발 제안은 물론이고 기술 전수, 프랜차이즈나 유통과 관련된 제안이 많이 들어오지만 큰 욕심 없이 모두 거절하고 있단다. 현 자리에서 30년 넘게 영업을 해왔는데 처음에는 칼국수와 김밥, 튀김 등을 파는 분식점으로 출발하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가장 잘 팔리는 찐빵으로 자연스레 메뉴가 좁혀졌는데 찐빵 전문점으로만 따져도 올해 24년째이다. 어르신들이 찐빵을 다 좋아해서 효도하는 마음으로 만들자는 뜻에서 효도찐빵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고 한다. 간혹 맛있는 빵을 오래오래 하시라고 덕담을 주고 가는 고객들이 있는데 그럴 때면 하루 종일 쌓인 피로도 풀리고 일의 보람도 느낀단다.

고창효도찐빵의 안갑영 대표는 찐빵의 핵심 기술인 반죽 빚는 일을 전담한다. 빵을 찌고 손님을 맞는 일은 오롯이 안주인 이옥순(57) 씨의 역할이다. 그의 향후 계획은 찐빵 맛만큼이나 소박하다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죠. 먼 훗날, 설령 규모가 줄더라도 지금처럼 계속하고 싶어요.”

여행쪽지

찾아가는 길

고창읍성 매표소를 마주보고 오른쪽 골목길로 3분 가량 걸어가면 여행자카페 모로가게 앞으로 고창전통시장 입구를 알리는 입간판이 나온다. 입간판 지나 나오는 동문 주차장을 비롯하여 무료 주차장이 3곳이나 있어 장날에도 주차의 어려움은 없다.

시장 맛집

고창효도찐빵 찐빵과 만두만 판다. 일요일은 휴무이지만 장날과 겹치면 문을 연다.

나래궁 짜장면과 볶음짬뽕이 반반씩 나와 비벼먹는 고창식 짬짜면으로 유명하다. 고창식 짬짜면은 그릇 중간에 칸막이가 없다.

메종오브제 레스토랑 미술을 전공한 주인장답게 감각적인 디자인의 건물외관과 분위기가 돋보인다.

참숯골 현지인이 많이 찾는 돼지갈비 맛집.

춘원회관 시장 한복판에 있지만 시설은 깔끔하다. 생선구이백반과 소머리국밥이 주 메뉴.

모로가게 고창읍성과 고창시장 사이에 있다. 여행자들에게 다양한 여행정보를 제공해주는 여행자카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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