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수원] 대형마트의 등장과 온라인 장보기 등 시대가 급변하면서 재래시장은 설 곳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지만, 수원에서 만난 재래시장의 풍경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대형마트나 온라인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정, 그리고 재래시장 특유의 활기찬 에너지가 한껏 느껴졌다. 좁은 골목 틈으로 발길을 옮기니 기분이 절로 들뜬다. 직접 물건을 만져보고 물어보고 흥정하며, 즉석에서 맛있는 길거리 음식도 맛보다 보니 소소한 행복감이 밀려온다.

사람이 모여드는 곳
수원은 정조의 왕권 강화와 조선 개혁을 목표로 조성된 ‘조선 최초의 신도시’라고 볼 수 있다. 정약용을 중심으로 당대 실학자들과 함께 수원화성을 건설하며 수원을 또 하나의 수도로 만들 계획을 전개해 나갔다. 비록 이러한 계획은 정조 사후에 실패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전국에서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로 화성 주변으로 크고 작은 마을과 저잣거리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었다. 

수원의 재래시장들은 저마다의 특색을 살려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팔달문 근처 수원천을 끼고 못골종합시장을 비롯해, 지동시장, 영동시장, 남문 시장 등 총 9곳의 재래시장이 주욱 늘어서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각각의 특색도 무척 뚜렷하다.

못골시장은 주로 생활에 필요한 먹거리를 팔고 있다면, 영동시장은 전통 한복과 양장, 포목, 양장 등을, 남문 시장에서는 주로 옷가지를 팔고, 미나리광시장에서는 주로 고춧가루와 농산물을 취급한다. 또 지동시장에는 오래된 순대 타운이 들어서 있어 퇴근 시간이 되면 뜨끈한 순댓국에 술 한잔을 하려는 직장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개성 만점’ 전통 재래시장
9곳의 재래시장 중 가장 많은 사람이 붐비는 시장은 못골종합시장이다. 활기찬 재래시장의 묘미를 만끽하기 위해 가장 먼저 들러야 될 장소인 것. 주로 채소와 과일, 반찬, 정육, 생선 등을 파는 가게들이 밀집해 있는데, 호떡이나 전, 닭강정, 족발, 국수 등 먹거리 가게들이 많아 평일·주말 할 것 없이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하다.

바로 옆 경기 남부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통시장인 영동시장에는 약 300여 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다. 한복 점포 수만 40여 곳이 넘는 ‘한복 특화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미나리광시장에는 60년 전통의 도너츠 가게가 유명하다. 2대째 운영하고 있다는 이 작은 가게에서는 꽈배기나 단팥빵, 야채빵을 종이봉투 가득 담아도 3,000~5,000원이면 충분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마음보다 오히려 두 손이 더욱 두둑해질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오후에는 금방 완판될 수 있으니 점심시간 전후로 꼭 방문해 보길. 

이 밖에도 ‘수원왕갈비 통닭’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통닭 거리도 들러볼 만하다. 거리를 따라 최소 50~60년씩 된 가게들이 서로 ‘원조’라며 간판을 내걸고 있는데, 사실 가게마다 서로의 특색이 강해서 어느 곳을 가든 후회할 일은 없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수원의 3대 통닭’으로는 용성통닭, 진미통닭, 그리고 나머지 한 곳은 장안통닭이냐 매향통닭이냐, 사람에 따라 말이 엇갈리기도 한다.

민다엽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