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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강원도 봄의 전령, 동강할미꽃
강원도 봄의 전령, 동강할미꽃
  • 홍원문 객원기자
  • 승인 2018.02.13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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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틈에서 자생하는 한국특산종
3월 중순이 지나면 피기 시작하는 동강할미꽃. 사진 / 홍원문 사진작가

[여행스케치=정선] 깎아지른듯한 절벽 틈 사이로 피어나는 동강할미꽃. 분홍, 청보라, 자주 등 다양한 색깔로 피워 더욱 아름답다는 찬사를 얻는다. 경칩(驚蟄: 3월 6일)이 지나면 기지개를 피기 시작해, 3월 중순부터 꽃을 피운다는 동강할미꽃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동강할미꽃은 강원도 영월, 정선, 평창 등 동강 주변과 강릉, 동해, 삼척 등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동강의 바위틈에서 피어나는 동강할미꽃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정선을 찾는다.

흰 털이 많고 6~7장의 작은 잎을 가지고 있다. 사진 / 홍원문 사진작가

하늘을 향해 노란 꽃술 보이는 동강할미꽃

동강할미꽃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한국의 야생화’라는 꽃 달력이 발표되면서부터다. 1997년 봄, 김정명 식물사진가가 정선읍의 귤암리 석회암 뼝대(절벽-강원도 방언)에서 생태 사진을 찍던 중 발견해 1998년 ‘한국의 야생화’라는 달력에 소개했다.

당시 그는 할미꽃 사진에 ‘허리 꼬부라진 할미꽃이라 함은 꽃이 밑으로 숙이고 꽃잎도 활짝 벌어지지 않는 것이 우리가 관찰한 꽃이다.

그런데 이 할미꽃은 하늘을 향해 노란 꽃술을 보이며 할미꽃의 아름다움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식물학자들에게 연구 대상인 꽃’이라는 주석을 달았다.

바위틈에서 자라나고 있는 동강할미꽃. 사진 / 홍원문 사진작가

이 달력을 본 이영노 한국식물연구원 박사는 기존 할미꽃과 다름을 간파하고 종자를 채취하여 분석한 결과, 석회암 암벽 틈에서만 자생하는 한국특산종으로 확인하고 ‘동강할미꽃’이라는 우리 이름의 학명으로 학계에 보고했다.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할미꽃은 동강할미꽃을 비롯해 가는잎할미꽃, 분홍할미꽃, 노랑할미꽃, 산할미꽃 등으로 5종류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귀한 것이 바로 동강할미꽃이다. 동강의 바위틈에서 아슬아슬하게 자라는 동강할미꽃과 다른 할미꽃의 가장 큰 차이점은 꽃줄기를 아래로 숙이지 않고 옆이나 위를 향해 꽃이 핀다는 것이다.

키는 15cm 정도이며, 흰 털을 가지고 있다. 사진 / 홍원문 사진작가

3월 15일경에 꽃대가 2~3cm 정도 자라면서 하늘을 향하여 자주색, 분홍색, 보라색, 노란색, 붉은색 등의 색상을 만들며 꽃이 피기 시작한다. 키는 15cm 정도이며, 흰 털이 많고 6~7장의 작은 잎으로 되어 있다.

이영노 박사는 “동강할미꽃은 실 같은 뿌리 하나라도 바위틈에 붙어 있으면 다시 생명력을 발하여 살아나기 때문에 멸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분별한 훼손으로 수난받는, 동강할미꽃

동강할미꽃이 한국특산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강으로 향하는 발길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꽃이 피기 시작하는 3월 중순이 지나면 동강할미꽃을 촬영하기 위해 사람이 몰려들면서 동강할미꽃은 수난을 겪는다.

서덕옹 동강할미꽃 보존회 전임 회장은 “동강할미꽃이 알려지면서 묵은 잎을 뜯거나 물을 뿌리는 사람부터 발로 밟아 죽이거나 뿌리째 뽑아가는 일들이 많았다”며 “보다 못해 2005년 동강할미꽃 보존회를 결성하면서 자생지 보존활동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3월 30일, 제12회 동강할미꽃 축제가 열린다. 사진 / 홍원문 사진작가

동강할미꽃 보존회는 이후 보존과 증식을 위해 2007년에 처음으로 ‘동강할미꽃 축제’를 시작해 올해로 제12회를 맞이한다.

오는 3월 30일부터 4월 1일까지 열리는 동강할미꽃 축제에서는 학생 백일장, 정선아리랑 공연, 동강할미꽃 심기 및 분양하기, 축제 참가자를 위한 농촌 마을 음식 판매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동강할미꽃 보존을 위해서는 멀리서 촬영 가능한 카메라 렌즈를 사용해야 한다. 사진 / 홍원문 사진작가

서덕옹 전임 회장은 “동강할미꽃을 촬영할 때에는 가까이 가기보단 멀리서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 장비를 이용하고, 일반 관람자들은 작은 망원경을 준비해 꽃을 훼손하지 않을 거리에서 감상해주길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동강할미꽃 자생지 찾아가기

동갈할미꽃을 보러 가려면 내비게이션에 ‘동강생태체험전시관’을 입력하면 된다. 도로명주소는 ‘강원 정선군 정선읍 동강로 2908’이며, 동강생태체험전시관부터 동강 변을 따라 뼝대에 분홍빛 또는 청보라의 고운 자태를 뽐내는 동강할미꽃을 만날 수 있다.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새말 나들목으로 빠져나와 찐빵의 고장 안흥을 지나 평창을 경유, 멧둔재 고개를 넘어 국도를 달리다 보면 귤암리다.

때묻지 않은 자연을 벗 삼아 차창을 열고 상큼한 강원도의 맑은 공기를 만끽하다 보면 동강할미꽃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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