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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난계 박연의 첫 장단이 시작된 마을, 충북 영동
난계 박연의 첫 장단이 시작된 마을, 충북 영동
  • 조아영 기자
  • 승인 2018.06.29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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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 따라 국악여행… 그곳에 우리 소리가 있었다
영동국악체험촌 소리창조관에서 국악기 연주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여행스케치=영동] 금강 물줄기가 수려한 산세를 휘감아 돌아가고, 맛나기로 유명한 과일이 주렁주렁 여물어가는 고장 충북 영동. 산 좋고 물 좋아 눅진한 여름날을 보내기에 제격인 이 곳에 빠질 수 없는 또 다른 테마가 있다.

‘얼쑤! 좋구나’하는 추임새가 절로 나오는 우리 소리, 국악이다.

영동은 조선 시대 문신이자 음악가로 이름난 난계 박연(1378~1458)이 태어난 곳이다.

‘국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박연은 세종 때 율관(동양에서 악률의 표준을 정하기 위해 만든 12개로 된 관)을 제작하고, 궁중음악을 대대적으로 개혁하는 등 국악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고구려의 왕산악, 신라의 우륵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일컬어지는 그의 자취를 영동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악성(樂聖)의 자취를 따라가는 여정
박연이 태어난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에는 현재 국악을 전승ㆍ보전하기 위한 영동국악체험촌이 조성되어 있다. 박연의 일대기와 국악의 역사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체험촌 초입에 자리한 난계국악박물관부터 둘러보는 것이 좋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영상실에서 영동을 소개하는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영상실을 나서면 우리나라 국악 연표를 시작으로 박연과 국악에 관련된 전시가 이어진다. 

난계국악박물관은 영동국악체험촌 초입에 자리해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국악의 역사와 난계 박연에 대한 전시가 이어진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궁중의식에서 연주하던 음악과 악기ㆍ의상ㆍ무대장치 등을 자세히 기록한 악학궤범, 세종이 제작한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칸을 나누어 음의 고저와 장단을 기록한 정간보는 국악의 치밀한 체계를 짐작해볼 수 있는 문헌이다.

이를 토대로 국악이 전수되었으며, 조선 시대에 정립된 이론이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전시관 한가운데 자리한 거대한 악기 두 개가 눈길을 잡아끈다.

이행구 난계국악박물관 관장은 “이는 두드려 소리를 내는 타악기인 ‘편경’과 ‘편종’으로 세종 때 박연 선생이 개량해 제작한 악기”라며 “편경은 두께가 다른 경돌 16개를 위아래로 8개씩, 편종 역시 두께가 다르지만 똑같은 크기의 종 16개를 매달아 각각 다른 음을 내도록 한 것”이라고 말한다. 

궁중의식에서 연주하던 음악과 악기 등을 상세히 기술한 악학궤범. 사진 / 조아영 기자
박연이 개량 · 제작한 타악기인 편종과 편경을 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한편, 박물관 이곳저곳에는 터치스크린과 터치게임, 미디어테이블 등이 설치되어 있어 국악 관련 체험을 해볼 수 있다.

그중 하이라이트인 체험은 ‘힐링 국악기’라는 이름이 붙은 체질테스트다. 사상의학에 따라 개개인의 체질과 맞는 국악기를 추천해주는 콘텐츠로 간단한 질문에 답하면 자신과 가장 잘 맞는 국악기에 조명이 들어오며, 소리를 들어볼 수 있어 이채롭다.

개개인의 체질에 맞는 국악기를 추천해주는 '힐링 국악기' 테스트. 사진 / 조아영 기자
자신과 가장 가까운 보기를 고르면 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박물관에서 도보 약 5분 거리에는 난계사가 자리해 있다. 박연의 영정을 모시는 사당으로 매년 10월 영동난계국악축제를 열기 전 제를 지내는 곳이다. 난계사로 향하는 길은 푸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어 나무그늘에서 잠시 쉬어가기도 좋다.

인근에 자리한 난계 생가는 박연의 어린 시절을 그려볼 수 있는 장소다. 각각 기와지붕과 초가지붕을 얹은 고택과 이를 둘러싼 아담한 담장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한다.

박연의 영정을 모시는 사당, 난계사. 사진 / 조아영 기자
박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0년 학술용역을 근거로 복원한 난계 생가. 사진 / 조아영 기자
박연이 자주 찾아 대금을 불었다고 알려진 옥계폭포. 사진제공 / 영동군청

박연이 이곳에서 대금을 자주 연주했다 하여 ‘박연폭포’라는 별칭이 붙은 옥계폭포 역시 여름에 방문하면 제격인 장소다. 20여m 절벽에서 쏟아지는 폭포와 주변 산세가 절경을 이루어 수많은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Info 난계국악박물관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5시(매주 월요일, 신정, 명절 연휴, 법정 공휴일 다음날 휴관. 단, 난계국악축제 기간은 제외)
입장료 성인 2000원, 청소년ㆍ군인ㆍ어린이 1500원, 65세 이상ㆍ6세 이하 무료
주소 충북 영동군 심천면 국악로 9

우리 소리로 즐기는 여름날 풍류
국악과 난계 박연의 발자취를 살펴봤다면 이제 신명나는 국악 한마당에 흠뻑 빠질 차례다.

박물관 좌측에 자리한 난계국악기제작촌은 장인의 악기 제작 과정을 관람할 수 있는 장소로 미니어처 가야금 만들기, 단소 지공 뚫기 체험 등을 진행한다.

특히 단소는 음악 교과과정에 포함되어 있어 학생들에게 친숙한 관악기. 제작촌에서 직접 악기를 만들고, 그 악기를 가져가 계속 연주할 수 있어 인기가 뜨겁다.

소리창조관에서는 국악기를 전문 강사의 지도하에 직접 연주해 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난타체험도 마련되어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제작촌을 벗어나 체험촌을 조금 더 깊숙이 파고들면 소리창조관에 다다른다. 이곳에서는 장구, 북, 가야금 등의 국악기를 전문 강사의 지도에 따라 직접 악기를 연주해 볼 수 있으며, 사물놀이 리듬을 바탕으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난타체험도 마련되어 있다. 

소리창조관 뒤편에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큰 북, ‘천고’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북통 지름 6.4m, 무게가 7t에 이르는 천고는 그 규모가 어마어마해 한눈에 담기가 버거울 정도다. 

이렇게 웅장한 북이 영동에 자리하게 된 사연은 박연의 할머니가 꾸었던 꿈에서 시작되었다. 손자의 과거급제를 위해 밤마다 치성을 드리던 조모는 꿈속에서 커다란 북을 마주하게 됐고, 신령의 명에 따라 그 북을 정성껏 세 번 두드렸다고 한다.

이후 박연은 과거에 급제해 금의환향 했으며, 이 일화를 바탕으로 천고를 세 번 울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천고 타북 행사는 상시 진행되어 간절한 염원을 품은 이들로 늘 북적인다.

영동국악체험촌을 찾은 방문객이 천고를 두드리고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세계에서 가장 큰 북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영동의 천고. 사진 / 조아영 기자
천고를 제작한 이석제 난계국악기제작촌 타악기공방 대표. 사진 / 조아영 기자

천고를 제작한 이석제 난계국악기제작촌 타악기공방 대표는 “북소리는 우리의 심장 소리와 닮아있으며 같은 한자(고, 鼓)를 쓴다”며 “이곳에서는 평소 피부로 느끼기 쉽지 않은 국악과 조금 더 친밀해질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또한, “우리 소리와 국악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언제고 용기 내어 공방의 문을 두드려 달라”고 덧붙인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에 열리는 난계국악단 상설공연. 사진제공 / 영동군청

Info 영동국악체험촌
영동국악체험촌에서는 체험뿐만 아니라 우리소리관(공연장)에서 난계국악단의 상설공연도 관람할 수 있다. 공연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에 진행하며, 관람료는 무료다.
주소 충북 영동군 심천면 국악로1길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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