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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1월호
[인도사막여행③] 사막에서 살아남기 특급 전략
[인도사막여행③] 사막에서 살아남기 특급 전략
  • 이분란 객원기자
  • 승인 2004.08.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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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물이 귀한 사막에서는 물로 씻는다는 것은 사치다. 2004년 8월. 이분란 객원기자
물이 귀한 사막에서는 물로 씻는다는 것은 사치다. 2004년 8월. 이분란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인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더니 이 사막에선 바로 환경적 동물이 되고 만다. 사막을 여행하는 동안 물이 없어서 씻을 수 없다는 불편 외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물이라곤 생수와 음식에 필요한 기본적인 식수가 전부다. 물을 아껴야 하니 세수는 꿈도 못 꾸고 양치질은 추잉껌으로 대신해야 했다.

이 사막에서 물마저 없으면 더 큰일이니 생수는 생명수로 품에 차고 다녀야 한다. 일상에서는 잊었던 물의 소중함이 절실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아침부터 이동을 시작했다. 마을을 찾는 것이다. 이미 식수용 물통은 비었고 음식 재료도 부족하단다. 그리고 내일까지 이동하려면 이때쯤에는 낙타에게도 물 마실 기회를 주어야 한단다.

멀리 마을이 보이는가 싶더니 초입부터 동네 꼬마들이 달려 나와 반복되는 영어 단어로 구걸을 한다. 낙타들이 물을 마시는 동안 일행들은 음식 재료를 구하러 가거나 물통에 물을 채우기 위해 우물가로 모여들었다. 우물가에는 사리입은 젊은 여인들이 물통에 물을 담고 있고 그 옆에는 동네 개랑 소까지 나와 목을 축이고 있었다.

낙타사파리를 떠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낙타를 골라 짐을 싣는다. 2004년 8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낙타사파리를 떠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낙타를 골라 짐을 싣는다. 2004년 8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두어 시간을 더 이동하니 아까보다 더 큰 마을이 보인다. 자이살메르에서 차로 두 시간 반 거리에 있는 ‘쿠리’라는 마을이다. 낙타 사파리 투어에서 더할 수 없이 소중한 사막의 오아시스라고 한다. 사막 안에 위치한 동네 치고는 제법 크다. 안쪽에 잘 지어진 게스트 하우스도 있고 입구에 음료 파는 가게도 있으나 모두 문을 닫았다.

우기(6~8월경)에는 사막에서 야영을 할 수가 없으므로 사람들이 마을로 모여든다. 그러나 지금은 건기이고 사람들이 사막이나 텐트에서 대부분 야영을 하기 때문에 할 일이 달리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나도 사막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자이살메르 대부호의 저택안에 있는 개인 목욕탕으로 당시의 화려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2004년 8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자이살메르 대부호의 저택안에 있는 개인 목욕탕으로 당시의 화려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2004년 8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그들과 같이 손으로 먹고 마시는 건 기본이고 안 씻어도 전혀 더러운지 모르겠다. 대 소변 문제도 화장실이 따로 없으니 적당히 우거진 나무나 잡초 뒤에서 해결하고 있었다. 긴긴 사막의 밤도 모닥불에 고구마랑 감자를 구워 먹다 보면 이내 피곤에 곯아떨어지기 일쑤였고….

오늘은 특별히 라자스탄 사막의 보신요리인 양 바비큐로 파티를 하기로 했다. 낮에 일찌감치 양고기 구하러 간 대장은 거의 밤중이 되어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근데 이게 웬일인가! 요리하기 좋게 잘라진 고기 봉지를 들고 올 줄 알았더니 살아있는 양 한 마리를 끌고 온 것이다.  

사막에는 물도 마땅찮은데 언제 그 많은 물을 끓여 저 양의 털을 뽑고 고기를 준비할지 의아스러웠다. 갑자기 몰이꾼 두 명이 모래 언덕 뒤로 양을 끌고 가더니 평소 야채 썰던 칼로 양의 목에 상처를 내고 피를 뽑았다. 이내 양은 꼬꾸라지고 살결을 따라 몇 번 칼로 쓰윽~싹 난도질을 하니 양의 껍질이 홀라당 벗겨졌다.

토막 내어 자른 양고기의 일부를 철사줄에 엮어 모닥불에서 지글지글 굽는다. 2004년 8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토막 내어 자른 양고기의 일부를 철사줄에 엮어 모닥불에서 지글지글 굽는다. 2004년 8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으~악! 이제껏 상상하지 못했던 바비큐 현장이다. 뜻밖의 도살 현장에 놀라서 내빼는 사람, 오히려 재미있다고 디카를 꺼내 찍는 사람, 괴성을 지르면서도 볼 것 다 보고 있는 사람 등 반응도 가지가지다. 조금 전까지 메~에 하고 울던 양은 어디 가고 붉은 살을 드러낸 신선한 양고기가 줄에 끼워져 모닥불 위에 올려졌다.

이 십 여분 전까지 경악을 토해내던 입은 어느새 굶주린 짐승 마냥 군침이 흐르고 있으니…. 끓는 물에 위생이 어쩌고저쩌고 하던 생각을 버리고 보니 이제는 어느 것 하나 아쉬운 것이 없었다. 그들의 생활자체는 물을 떠난 위생이다. 평소 식기도 사막의 모래로 비벼 닦는다.

사람이 거주하는 자이살메르 성으로 들어가는 메인 입구. 좌측엔 각종 상점들이 있고 우측엔 몇명이 바닥에 앉아 구걸을 하고 있다. 2004년 8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사람이 거주하는 자이살메르 성으로 들어가는 메인 입구. 좌측엔 각종 상점들이 있고 우측엔 몇명이 바닥에 앉아 구걸을 하고 있다. 2004년 8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그들에게는 ‘씻는다’는 개념이 반드시 물과 관련 되어 있지 않다. 물 없는 사막에서 물을 생각하는 건 어쩌면 사치인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물보다 모래 설거지가 더 깨끗하고 환경 친화적이라고 하니… 자연에서 와서 자연을 이용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일상에 그저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산다는 건 넓게 보면 크게 차이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 동안 이곳 사막에서의 하루와 똑같은 24시간을 보내도 스트레스와 긴장 속에 바쁘고 지친 하루를 보냈는데 이곳에서의 하루는 너무나 짧고 유쾌하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총총히 빛나고 있다. 저 별을 잡으려고 나는 여기까지 온 것일까?

우다이푸르의 유명한 일몰 지점인 몬순 팰리스로 들어가는 입구 매표소. 2004년 8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우다이푸르의 유명한 일몰 지점인 몬순 팰리스로 들어가는 입구 매표소. 2004년 8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서울에서는 희미한 별자리라도 찾아보겠다며 피곤한 눈을 치켜 올렸었는데 이곳에서는 별을 세는 것보다 빈 공간을 찾는 게 더 어렵다. 반짝이는 별을 장식으로, 부드러운 모래를 바닥 장식으로, 은은한 달빛을 등불 삼아, 낙타를 애완동물로, 모닥불에 양 바비큐로 운치를 내며 매일 밤 이렇게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사막투어가 끝나는 마지막 날 아침이라 나도 모르게 일찍 일어났다. 아침에 일출을 놓칠까봐 어젯밤에 미리 대장한테 모닝콜을 부탁했는데 깨우지를 않는다. 알고 보니 대장한테는 시계가 없다. 20년째 낙타 사파리를 하며 살아가는 그에겐 시계가 따로 필요하지 않다.

해가 뜨면 아침이고 햇빛이 강하면 쉬어가고 해가 지면 저녁이니까 그냥 태양 따라 하루를 따라가는 것이다. 괜히 모닝콜이니 사막의 일출이니 호들갑을 떤 내 자신이 부끄럽다. 사막은 그렇게 정신없이 달려가던 나의 시간을 정지시켜 놓더니 쳇바퀴 같은 내 일상의 수레를 부숴 버렸다.

타르사막의 유명한 모래구릉인 Sam Sand Dunes에서 내려다 본 주변의 현지 가옥들. 2004년 8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타르사막의 유명한 모래구릉인 Sam Sand Dunes에서 내려다 본 주변의 현지 가옥들. 2004년 8월. 사진 / 이분란 객원기자

마지막 아침 토스트를 굽고 있는 대장과 몰이꾼들의 얼굴을 보며 떠나는 섭섭함을 감출 수가 없다. 접시에 담아져 나온 토스트에 버터와 딸기잼을 듬뿍 발라 입에 쑤셔 넣듯 마구 먹었다. 대장도 말이 없고 몰이꾼도 말이 없다. 다들 조용히 식사를 할 뿐이다. 떠날 시간이 가까워 오고 있다.

낙타도, 타는 사람도, 몰이꾼도 모두가 힘들었다. 따가운 날씨 속에서 동고동락한 시간을 이제는 접어야 한다. 오늘따라 사막은 더 적막해 보이고 햇빛은 더 강하게 내리 쪼인다. 이미 더위에 익숙해졌는데도 괜히 덥다고 짜증이 난다. 채찍을 모아 낙타 엉덩이를 내리쳤다.

내 속을 아는지 낙타가 뛰는 시늉을 하며 혼미한 정신을 깨운다. 동물로 태어나 이 사막에서 낙타의 존재로 살아가는, 그리고 많은 시간을 나누지는 못했지만 언제나 그을린 피부에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대장과 몰이꾼 친구들 모두모두 안녕… Nama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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