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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힐링 여행] 이토록 다채로운 양양의 바다
[힐링 여행] 이토록 다채로운 양양의 바다
  • 이성균 객원기자
  • 승인 2022.11.17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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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을 자세히 보면 누워 있는 부처와 절 하는 거북이 바위가 보인다.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양양] 푸른 바다는 언제 봐도, 어디서 봐도 매력적이다. 그럼에도 저마다의 취향은 있을 터. 한 바다를 다양하게 즐기고 싶은 이에겐 조심스레 양양을 추천한다. 커피 한 잔 두고 그저 바라만 보기도, 서핑을 통해 바다와 하나가 되기도, 고요하고 아늑한 사찰과 조화를 이루기도 하는 그런 곳 말이다. 다채로운 얼굴을 가진 양양의 바다를 따라 여행하고 또 여행한 시간이다.

바다와 함께 쉬고 또 쉰다
시작은 가볍게 하조대와 오래된 소나무다. 양양을 대표하는 풍경 중 하나다. 웅장한 기암괴석이 둘러싸고 있는 하조대는 많은 설화와 전설이 담긴 역사의 현장이다. 특히, 조선의 개국 공신인 하륜과 조준이 혁명을 은밀히 도모한 곳이라서 하조대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하이라이트는 기암절벽에 꼿꼿이 서 있는 소나무. 200년 가까운 세월을 이겨낸 나무는 양양을 지키는 것처럼 느껴진다. 넓디넓은 바다와 비교하면 고작 9m의 나무이지만, 그 존재감은 엄청나다. 광활한 바다와 웅장한 바위에 지지 않고 모든 시선을 뺏어가는 매혹적인 나무다.

지혜관세음보살이 맞이해주는 휴휴암.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많은 설화가 깃든 하조대.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다음 목적지는 바다가 선사하는 휴식이 테마다. 여기에 딱 맞는 공간이 있다. 바다를 오롯이 품은 휴휴암이다. 양양 하면 해수관음상이 있는 낙산사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양양을 여행하는 누구나 1순위로 꼽는 명소이자 바다를 곁에 둔 사찰이니 말이다. 다만 이번에는 조금 더 한적한 곳에서 바다를 느끼기 위해 휴휴암(休休庵)으로 향한다. 이름에도 ‘쉼’이 묻어 있는 사찰이다. ‘쉬고 또 쉰다’는 뜻을 가진 곳으로, 미워하는 마음과 어리석은 마음, 시기와 질투, 증오와 갈등까지 팔만사천의 번뇌를 내려놓는 공간이다.

사찰에 발을 들이면 가장 먼저 동해와 하늘을 배경으로 둔 지혜관세음보살과 눈을 맞춘다. 엄청난 크기 때문에 어디서든 눈에 띈다. 발걸음을 조금만 옮기면 휴휴암이 불자들 사이에서 명소로 부상한 이유를 만날 수 있다. 작은 해변에서 죽도산 방면을 바라보면 왼쪽으로 바닷가에 누운 부처님 형상의 바위와 부처를 향해 절을 하는 거북바위가 보인다. 또 큰 바위들이 줄지어 모여 있는데 마치 사람 형상 같기도 하다.

지혜관세음보살 근처에서 내려다 본 연화법당.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양양과 하조대를 지키는 보호수.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사실, 주의 깊게 봐야 ‘그렇구나’하는 포인트들이다. 그보다 여행자에게 중요한 건 휴휴암이 품은 자연과 절경 그 자체다. 휴휴암의 절정은 연화법당이다. 100평 남짓한 바위인 이 법당은 광활한 바다 위에 떠 있다. 법당 주변으로 수많은 바위가 더해져 장관을 이룬다. 한참을 서성이며 휴휴암과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움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참, 연화법당에서 엄청난 무리의 황어를 볼 수도 있고, 이들에게 먹이를 줄 수도 있다.

INFO. 휴휴암
주소 강원 양양군 현남면 광진2길 3-16

한가로운 양양의 바다
여행 초반부터 비범한 자연에 압도당한 만큼 이제 양양의 일상적인 풍경을 만나러 갈 차례다. 3대 미항으로 꼽히는 ‘남애항’이 주인공이다. 새벽에 이곳에 가면 어촌마을의 생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경매시장을 구경할 수 있다. 동해에서 잡힌 신선한 생선들이 가득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행자도 구매할 수 있으니 좋은 생선을 찾았다면 과감히 투자하는 것도 괜찮은데, 11~12월에는 도루묵이 제철이다. 또 항에서 보는 일출도 그렇게 좋다고 하니 근처에서 하루 머물거나 이른 아침부터 발길을 서둘러야 한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고요한 남애항의 풍경.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젊은이들의 서핑 명소인 인구 해수욕장.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죽도해수욕장에는 카페와 서핑 강습소를 겸하는 곳들이 여럿 있다.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활기찬 오전 시간이 지나면 남애항은 고요하기 이를 데 없다. 한적함을 채우는 건 낚시꾼들의 몫. 항구 주변에 자리를 잡고 때를 기다린다. 그 모습 자체로 남애항의 또 다른 그림이다. 또 남애항 전망대에 올라가 항구와 남애3리 해수욕장, 남애방파제를 조망하는 재미도 빠트리지 말자.

마지막은 젊은 취향이 스민 죽도해수욕장과 인구해수욕장이다. 두 해변을 잇는 길거리엔 다양한 색을 지닌 카페들이 쭉 늘어져 있다. 바다와 접해 있는 테라스와 야외 좌석이 마련돼 있어 그저 앉아서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여행이 된다. 바다의 기운을 직접 느껴보는 건 어떨까. 두 해변 모두 서핑을 즐기기에 최적의 환경이니 말이다. 바다 주변에 강습을 진행하는 업체도 많으니 한 번 도전해볼 만하다. 

또 죽도해수욕장에는 색다른 공간이 있다. 죽도산 방면으로 걷다 보면 산과 바다를 모두 품고 있는 작은 사찰 ‘죽도암’이 여행자를 반긴다. 활기찬 해변 중심부와 달리 차분한 사찰에서 양양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포인트다. 게다가 죽도암을 가는 길에서 죽도해수욕장과 장엄한 바위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INFO 남애항
주소 강원 양양군 현남면 남애리 2-8 매바위길

영광정의 수육,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비빔과 물막국수 모두 맛볼 수 있는 영광정의 막국수.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비빔과 물막국수 모두 맛볼 수 있는 영광정의 막국수.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해변만큼 넓고 깊은 양양의 맛

여행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것, 역시 삼시세끼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하는 음식들이다. 양양에서 무얼 먹을까. 먼저 장을 활용한 음식이 눈에 띈다. 된장과 고추장을 절묘한 비율로 섞어 육수를 만들고, 여기에 쫄깃한 국수를 넣은 장칼국수, 초고추장으로 맛을 낸 물회, 추어탕과 비슷한 모습이나 민물고기 뚜거리를 넣어 얼큰한 맛이 일품인 뚜거리탕이 있다. 특별한 식재료도 눈에 띈다.

설악산의 정기와 동해의 신선한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양양한우, 국내 최고로 손꼽히는 송이버섯이 대표적이다. 송이버섯의 경우 9~10월에 제철을 맞이하는데, 특유의 짙은 향에 누구나 매료될 수 밖에 없을 것. 구이, 솥밥, 튀김 등 어떤 조리법을 활용해도 일품요리가 된다. 물론 막국수와 섭국 등 접근성 좋은 음식도 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그런 맛이다.

이번에는 이미 식객들을 사로잡은 영광정과 단양면옥의 막국수, 그리고 자연산 섭을 듬뿍 넣은 해촌의 섭국을 소개한다. 50년 가까이 양양을 지키고 있는 영광정, 한적한 석교리마을 한편에 있는 것과 달리 그 맛은 동해처럼 깊고 넓다. 메밀의 구수함은 기본, 적당한 양의 전분을 활용해 식감도 잡았다. 감칠맛 좋은 비빔막국수로 시작해 동치미를 더해 청량한 물막국수로 변신한다. 한 메뉴로 두 가지 맛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부드러운 편육과 고소한 감자전 등을 곁들이며 양양의 음식 축제는 이곳에서 열린 것이나 다름없다.

단양면옥의 감칠맛 넘치는 비빔막국수.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자연산 섭이 가득 들어간 해촌의 섭국. 사진/ 이성균 객원기자

고속버스를 이용한 여행자라면 단양면옥에서 여행을 시작해도 괜찮겠다. 양양시장 코앞에 있는 단양면옥은 80년이 넘도록 존재감 넘치는 막국수를 선보이고 있다. 멸치와 소고기를 우린 맑은 육수가 매력적으로, 김과 깨가 듬뿍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매콤달콤한 가자미 회 무침이 올라간 비빔막국수도 맛깔나다. 막국수의 단짝인 수육도 빠트릴 수 없다. 깔끔하게 삶은 수육은 가자미 회무침과 새우젓을 곁들이면 더 풍성한 맛을 선사한다. 든든한 배를 두드리며 근처에 있는 남대천을 따라 걸어 보는 것도 좋겠다. 참, 남대천은 청정수역이라 연어의고장인데, 겨울에는 연어 떼가 돌아온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도심에서 맛보기 힘든 섭국이다. 홍합 2~3개를 합쳐 놓은 크기의 자연산 섭은 맛과 향도 더 진하다. 섭과 함께 부추, 팽이버섯, 달걀이 부재료로 쓰이고, 된장과 고추장을 배합해 칼칼하고 구수한 국물 요리로 완성된다. 건더기를 충분히 즐기고 라면이나 우동 사리를 넣어 먹으면 장칼국수와는 또 다른 매력의 면 요리가 된다. 또 섭부침개, 섭탕도 추천할 만 하다.

INFO. 식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추천식당 3

1. 영광정 메밀국수
주소 강원 양양군 강현면 진미로 446

2. 단양면옥
주소 강원 양양군 양양읍 남문6길 3

3. 해촌
주소 강원 양양군 손양면 동명로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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